우리의 진실 생명은 찬란한 금싸라기(1)
광덕스님
조선 시대 서산(西山)스님, 사명스님과 동시대(同時代)때 진묵스님(1562∼1633)이라는 스님이 계십니다.
진묵스님은 소석가(小釋迦), 혹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후신(後身)이라고도 불립니다.
진묵스님과 곡차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지요.
‘곡차’라는 말은 아마 그때 처음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곡식을 쪄서 가루를 만들어 띄워서 반죽을 해 따뜻한 데 놔두면 차가 되지요.
떫고 신 차가 됩니다.
그런데 스님은 그 곡차를 좋아하셨습니다.
전북 전주에서 나신 스님은 그 쪽에서 제일 오래된 절인 봉서사로 7세에 출가하셨습니다.
그런데 당신 누님이 그 아래 동네에 사셨습니다.
하루는 들에 밥을 가지고 나가던 누님을 만났습니다.
“스님, 바빠서 저는 그냥 가야겠습니다만 부엌에 가보면 곡차를 한 양푼 걸러 놓았습니다.
우리 집에 들러서 드시고 가십시오.” 집에 가서 보니까 한 동이의 물이 있어 들이마시고 갔습니다.
누님이 들어와 보니까 곡차는 거기 그대로 있고 스님이 마신 것은 잿물이었습니다.
스님이 마신 것은 곡차가 아니라 잿물이었던 것입니다.
큰일이다 싶어 당장 쫓아 올라가 보니까 스님이 절에 않아 계신데 얼굴이 불그레해 계시더랍니다.
분명 잿물을 마셨는데 스님께는 곡차가 된 것입니다.
이외에도 해인사에 불이 난 것을 물방울을 퉁겨 불을 껐다던가 하는 등 스님에 대한 신기한 얘기들은 퍽 많습니다.
하여튼 신기한 것은 스님은 세속에서 그냥 흙에 묻히고 대중에 묻혀서 수기 설법을 하며 수행을 하셨습니다.
한 번 삼매에 들어, 앉아 계시면 하루 이틀 한 달이 예사였습니다.
그래서 무릎에 먼지가 몇 치나 쌓이고 거미줄이 끼었다 할 정도로 스님은 자재하셨습니다.
⊙ 그림자의 그림자 보기 그런데 스님이 돌아가실 때 이야기입니다.
돌아가실 무렵에 머리를 깎으시고 목욕하시고 새옷을 갈아입으시고 시자를 데리고 개울가로 나가셨습니다.
그런데 주장자를 드시고 물가에 서 있으니까 그림자가 그 안에비쳤습니다.
그림자 스님은 시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저 그림자가 보이느냐?” “네.” “저 그림자가 석가모니의 그림자다.” “어디 석가모니 그림자입니까.
스님의 그림자지.” “네가 네 스님의 가짜 그림자만 봤지 진짜는 못 보는구나.” 이렇게 말씀하시고 돌아오셨습니다.
돌아오신 뒤 시봉한테 몇 가지 문답을 하시고는 열반하셨습니다.
이것이 연루가 되어서 “진묵대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후신이다.”라고 지금도 그렇게 말이 전해 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 법문은 그런 얘기보다는 깊은 법문이 거기 담겨져 있습니다.
물 속에 들어 있는 그림자 그것을 보고 “저것이 석가모니 진신이다.
진 석가다.” 하는 이 말을 우리 불자가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 입니다.
아시다 시피 물 속에 던져진 그림자,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나를 보는 것처럼 여러분의 눈 안에 들어 있는 그림자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던져진 하나의 그림자 형상입니다.
서로가 모두가 물 속에 있는 그림자 같은 그림자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자를 그림자로 알고 모든 상에서 상을 보지 아니하며 형상에서 형상을 보지 아니하면, 여기서 그림자의 그림자를 참으로 알아서 집착함이 없다면 즉견여래(卽見如來)인 것입니다.
즉견(卽見) 노사나(盧舍那)입니다.
곧 부처 입니다.
진 석가를 거기서 보는 것입니다.
금강경에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 즉견여래(卽見如來).
무릇 형상 있는 모든 것은 허망한 것이니 만약 형상을 보대 형상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즉 부처를 보리라.” 했던 이 대목, 이것이 바로 물 속에 있는 그림자를 보고 “진 석가다.” 하셨던 것입니다.
모든 형상을 여의었을 때 모든 형상을 즉해서 형상 속에서 진 불(佛)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형상 그대로를 보면서 그대로 진불 소식이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진묵대사는 진불 소식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불가사의 세계에서 불가사의 도리를 쓰고 산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그렇게 사셨습니다.
진묵스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사의 언덕 위에서 떠돌다 가신 분이 아닙니다.
생사 길밖에 계셔서 능히 우리가 보기에 생사의 세계에 출몰하셨지만 당신은 생사 없는 세계에 게셨습니다.
말하자면 “저것이 진 석가다.” 이렇게 말했을 때 일체 세계가 바로 진 석가 대지이고 일체 국토가 바로 진 석가 소식으로 그분은 사신 것입니다.
나는 그분은 생사 없는 데로 향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