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스님─죽을 각오로 묻고 또 물으라

죽을 각오로 묻고 또 물으라

-성수스님-

참나가 뭔지도 모르고 ‘선(禪)’자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참선하라고 해도 안 됩니다.

참선을 위해서 참선하는 것이 아닙니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늙어 죽는 것이 억울해서 벼르다가 야반도주하여 고생고생하여 깨달아서 세계 인류를 꿈에서 깨게 한 겁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 물어볼 것이 참 많은데도 하나도 물어보지 않고 절만 꾸벅꾸벅하는 걸 보면 참 장관입니다.

바른 스승을 만나 올바로 묻고 닦는 것이 순리인데, 참선의 ‘참(參)’자 ‘선(禪)’자도 모르면서 가르치고 닦으려고 하니 안타깝습니다.

나는 원효 같은 도인이 되겠다고 출가해 당대의 내노라하는 선지식들을 찾아 다니며 많이도 괴롭혔어요.

총림을 이룬 해인사에 큰스님이 있다고 해서 ‘道’를 물으러 갔는데 당시 도감이었던 구산 스님이 공양주부터 하라는 거예요.

“나는 도를 배우러 왔지 공양주 살러 온 것이 아니다.” 라고 구산 스님, 도총섭 청담 스님, 부조실 인곡 스님 등을 곤혹스럽게 하던 끝에 조실 효봉 스님에게 불려갔어요.

효봉 스님은 한참 입을 다물고 있다가 “도를 깨치려면 7일 안에 해결해야지 7일 안에 해결하지 못한 놈은 나한테 맞아 죽어도 괜찮다.”라는 서약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서약서에 지장까지 찍고 나니, 시자를 불러서 서옹 스님이 입승 살던 곳에 데려다줬어요.

그 곳에서 “道야, 네가 나오면 내가 살고, 네가 안 나오면 내가 죽는다.

빨리 나오너라.” 하며 삼일 동안 속으로 고함지르고 물도 안 마시니 몸 전체가 빨갛게 달았어요.

서옹 스님이 그때 나보다 열한 살 더 드신 어른인데, 밥을 가지고 와서 입에 퍼 넣어도 안 넘기니까, 다른 스님에게 시켜서 손가락으로 밀어 넣었지만 그래도 안 넘기니까 안 넘어가더라고요.

지대방에 끌고 나와서 이불 덮어놓고 한 스님에게 지키라 하고, 스님들은 선방에 좌선하러 갔어요.

20분 되니까 나를 지키던 스님이 꾸벅꾸벅 조는 틈을 타서 후다닥 일어나 선방에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입승 스님이 “저 수좌 쉬라고 했는데 왜 들어왔느냐?”고 해서, “이 자식아, 네 걱정이나 해라.” 라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스님들이 손도 못 내리고 입도 다물지 못합니다.

그때부터 죽을 날이 사흘밖에 안 남았으니 바빠서 해인사가 떠나가도록 “道야, 네가 나오면 내가 살고 네가 안 나오면 내가 죽는다.

내 죽는 것 네가 볼래? 어쩔래?” 하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3일 되니까 열이 쑥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효봉 스님에게 가서 “道 가지고 왔습니다.”했어요.

그러자 “그건 아닐세.”하는 겁니다.

그래서 “성수 내 것은 아닌 것이 道이거니와, 효봉 네 것 내놔라.” 하니까, 효봉 스님이 “그러면 못 쓴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천하만물은 무비선(無非禪)이요 세상만사는 무비도(無非道)라, 여기에 쓰고 못 쓰고 할 게 어디 있느냐.”고 했습니다.

한 달 동안 하루에 세 번 들어가서 “성수 것은 못 쓰는 게 道이지만, 쓰는 道 좀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 것을 사자새끼라고 합니다.

스승을 잡아 먹고 쥐고 흔들 수 있는 힘이 있어야 됩니다.

그때 효봉 스님 덕택에 철이 좀 들었어요.

여러분이 정말 선지식하고 싸워야 불교를 좀 알지 안 싸우면 불교를 모릅니다.

죽는다 싶은 생각이 있으면 안 싸울 수 없어요.

여태껏 살아봐야 죽는 것 밖에 안게 없어요.

죽는 것도 죽을 줄 알고 죽어야 합니다.

숨 들이쉬고 내쉬지 못하면 끝장나는데, 갈 곳도 모르고, 갈 길도 모르고, 갈 놈이 누군지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삽니다.

‘하나 둘 셋’ 할 때 깨달아야 됩니다.

알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1분 1초 말 떨어질 때 척 알아 챙겨야 합니다.

‘삼일수심천재보 [三日修心千載寶, 3일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다]’라고 했어요.

사흘만 닦으면 되는데 도를 알고 닦아야지, 모르고 닦으면 남의 다리 긁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가 자기를 만나는 것이 도랑 건너가서 만나는 게 아닙니다.

숨 쉴 것도 없고 생각 낼 것도 없이 ‘하나 둘 셋’ 할 때 척 만나보세요.

만나보면 그게 살아있는 부처, 활불(活佛)입니다.

자기 활불은 밟아 문질러 놓고 남의 부처한테 가서 복 달라 돈 달라고 해도 소용없어요.

자기 부처부터 만나는 것을 약속하고 오늘 법문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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