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서암스님-
‘나’라는 주인공, 능히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성내기도 하면서 갖은 조화를 부립니다.
이것이 큰 것인가요? 혹은 작은 것인가요?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니, 크다고 하면 다시 작아지지 못하고 작다고 하면 다시 커지지 못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모난 것도 아니고 둥근 것도 아니며 푸른 것도 붉은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착한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착하기도하고 악하기도 하고 때로는 모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하니 결국, 그 정체가 결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갖은 조화를 부리는 것입니다.
방안의 허공은 네모간가요? 공안의 허공은 둥근가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착각을 하여 둥근 허공이니 네모난 허공이니 하지만 실제로 허공자체는 네모나거나 둥글지 않습니다.
자기가 만들어 낸 분별로 악한마음을 쓰기도 하고 착한 마음을 쓰기도 하고 큰마음을 쓰기도 하고 작은 마음을 쓰기도 합니다.
스스로 온갖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본래의 자기 마음자리는 한계가 없어 모양도 빛도 없는 대소장단(大小長短) 일체가 끊어진 자리인 것입니다.
-『소리없는 소리』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