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국스님─받아 들이기

받아 들이기

-혜국스님-

여러분은 병으로 인해 몸이 아프게 되면 어떻게 받아들 입니까? “아, 내가 찍어놓은 사진이 오늘에서야 나타났구나.

이보게, 병친구.

내 몸 안에서 푹 쉬고 가게나.

내가 받아 야 할 것이라면 당연히 받겠네.” 이렇게 원망하지 않고 잘 받아들여 주면 병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병은 싫어하며 물리칠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하고 받아들여 병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 세상 사람은 누구나 아픕니다.

나도 아픕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자세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끔씩 나는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픕니다.

그때 나는 속삭 입니다.

“어이! 나를 힘들게 하는 자네, 고맙네.

나에게 허리를 조심해서 쓰라고 충고해주러 왔으니 받아들이겠네.

고맙네.”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허리를 위해 참선을 하고 염불을 하면, 허리도 말을 알아듣는지 며칠 아프고 말아 버립 니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충고하러 온 스승을 대접하 기는 커녕 화를 냅니다.

“이 못된 병이 또 나를 아프게 하는구나.

조상의 유전자를 잘못 이어받아 네가 찾아온 것이냐? 정말 싫다.

이 나쁜 놈아!” 이렇게 엉뚱하게 조상 탓까지 하니 병이 어떻게 하겠습니까? “요런 못된 것이 있나? 내가 충고해주러 왔는데 싫어해? 안 나간다.

석달 열흘이 지나도 못 나간다.” 하고 오래 버티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이면 절대 병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병이 찾아 오면 화를 내는 대신 귀한 새 씨앗을 심어 그 병을 좋은 기운 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병이 와서 몸뚱이가 아픈 것은 나를 못살게 만들고 해를 끼치기 위함만이 아닙니다.

“이제 쉬어줄 때가 되었습니다.

제발 몸 관리 좀 하십시오.” 나에게 찾아온 병은 이렇게 충고해주러 온 고마운 내 연인 이자 친구입니다.

그러므로 병이 들면 그 아픔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수행을 해야 합니다.

병과 나를 하나로 만들면 더 이상 병은 나를 해롭게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나를 이롭게 만들 어 줍니다.

병은 내 마음의 정원을 넓게 만들어주고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꼭 기억하십시오.

우리의 몸뚱이는 날씨와 같아서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흐린 날도 있습니다.

누가 감히 이 날씨를 마다 할 수 있습니까? 늙은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에 마시면 시원하던 시냇물도 겨울에 마시면 이가 시립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조금씩 아프고 눈이 침침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런 이치를 깨달아 늙은 몸도 아픈 몸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파본 경험이 있어야 문득 남의 아픈 심정을 이해 합니다.

‘지난번에 그 친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봤어야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큰 병이나 큰 어려움을 당해 본 사람은 정신이 무장되고 마음이 크게 성장합니다.

큰 시련이 우리 앞에 왔다갈 때는 결코 그냥 가는 법이 없습니다.

경험과 지혜, 그리고 겸손이라는 큰 선물을 주고 갑니다.

실로 인간 세상의 어려움이나 병은 우리의 영혼이 기다 리고 있던 바람직한 기회입니다.

한번쯤은 겪어, 더 강하게 정신무장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몸뚱이가 괴로운 그때가 영혼에게는 상당히 좋은 농사를 짓는 시간입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병과 어려움, 사람과의 갈등 등은 내가 전생에서 이 세상으로 올 때 원했던 것들입니다.

그러므로 어려움이 닥치면 부정하 거나 기피하지 마십시오.

‘이 고난은 금생에 해결해야 할 몫 이다.

편안하게 살다가 세상을 마감하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 라, 이들을 다 해결하고 가리라.

그리고 부딪혀오는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 내 마음을 잘 갈고 닦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임하는 것이 수행의 출발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즐겁다 괴롭다’ 등의 양극단을 떠나게 됩니다.

이때가 되면 ‘행복과 깨달음의 결실을 안겨줄 참수행의 길에 들어섰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월간 [법공양]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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