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의 과보 이법산 스님 /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정각원장
『법구경(法句經)』 「우암품(愚闇品)」은 어리석은 사람을 깨우치기 위한 부처님의 말씀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어라.
피곤한 사람에게 길은 멀어라.
어리석은 사람에게 생 사 길거니
그는 바른 법을 모르기 때문일세.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어둠 속에서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나니
차라리 혼자 있어 굳세게 행하여
그들과 더불어 짝하지 말라.
이 세상 그 어떤 사람도 괴로운 고통 없는 이는 없다.
해서 인생을 고(苦)라고 했고, 현실은 반드시 괴로운 것이기 때문에 「일체개고(一切皆苦)」를 진리로 규정하고 있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괴로울 때 한숨 푹 자고 나면 잠이 보약이라고 할 만큼 몸의 아픔도 풀리고 마음의 괴로움도 잊을 수 있으련만, 고통의 상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최고의 보약인 잠도 잘 수 없는 괴로움에 시달리게 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잠이 안 올 때 아무리 몸을 뒤척이고 괴로운 마음을 떨치려 애를 써도 잠은 여전히 오지 않으니 일각(一刻)이 삼추(三秋)와 같다고 하였으나, 1분 1초가 3년이 아니라 3천년 같이 길게 느껴지고 불안하고 초조함 속에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마치 지옥의 터널을 헤매는 심경일 따름이다.
인생의 길이란 참으로 험난하다.
길을 걸어가는 누구에게나 어제의 과거를 물어 보면 자기가 지나 온 길이 가장 험난하고 고생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나 내일을 물어 보면 어떤 사람도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물론 막연한 기대는 있겠지만 미래는 영원한 알 수 없는 터널이다.
눈뜨고 일어난 오늘도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인생이 무엇이 그렇게 잘났다고 으스댈 것이 있으랴? 참으로 답답할 일이다.
인생은 호흡지간이다.
생명은 태어남과 동시에 종말을 향하여 치닫고 있을 뿐이다.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어리석다.
법(法)을 모르기 때문이다.
법이 곧 진리인데 사람들은 진리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진리란 그저 고리타분한 옛이야기로 여길 뿐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은 진리를 도외시하기 때문에 어리석을 수밖에 없고, 어리석기 때문에 스스로 만든 그물에 걸려 남을 원망하고, 자기가 파 놓은 구덩이에 빠져서 세상을 한탄만 한다.
어리석은 행위에 대한 과보가 분명하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남을 탓하거나 재수 없이 잘못 걸렸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차라리 혼자 있어 굳세게 행하여 그들과 더불어 짝하지 말라」는 말은 남이 한다고 생각없이 따라가지 말고, 어떤 대상이 유혹을 해도 분별 없이 끌려 다니지 말고, 눈에 현란하게 보이고 귀에 들린다고 혼미하지 말고 깨어 있으며, 자기대로의 의지로 창의성을 갖춘 자기 노릇을 하라는 뜻이다.
공덕의 선한 행을 스스로 행하면 나아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응해서 다가오는 그 복을 받으리니 좋은 습관에서 오는 기쁨과 웃음이다.
그 죄가 아직 익기 전에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 관심 없다가 그 죄가 익은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스스로 큰 재앙을 받는다.
좋은 일은 뚜렷이 표가 나지 않으나 나쁜 일은 쉽게 잘 들어 난다.
하루를 무사히 잘 지내고 나서 설사 남이 아닌 자기에게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 감사의 기쁨은 주면 사람에게 돌아가 함께 즐거워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덕이란 스스로 짖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복을 많이 지으라는 덕담은 행복하라는 덕담이다.
행복이란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찾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행복을 찾는 일은 선(善)한 행을 하는 것이다.
선한 행이란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즉, 남을 돕는 보시행이다.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은 보시행만큼 좋은 복 밭은 없다.
남을 기쁘고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반드시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남을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을 가지면 먼저 내 마음이 기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자면 내 마음은 항상 밝은 마음이어야 한다.
내 마음이 어둡거나 어리석을 때 어떤 기쁨도 올 수 없고, 내 마음이 어리석을 때 어떤 선한 일도 생겨날 수 없다.
내 마음이 기쁠 때면 행복은 반드시 그 기쁨을 쫓아온다.
행복은 기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원인이 있고 결과가 주어지는 것이지 결과가 먼저 주어지는 법은 있을 수 없다.
선을 심은 사람이 행복을 감출 수 없듯이 악을 행한 사람은 죄업을 감출 수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죄를 짓고 그 대가로 올 과보의 재앙을 생각하지 못한다.
그리고 죄의 대가로 불행이 닥쳐와도 왜 나에게 이러한 불행이 주어지는 지를 알지 못한다.
안다면 참회라도 할 수 있으련만 오히려 남만 원망하므로 불행의 둥치만이 점점 자라 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어리석음의 대가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인간은 미혹(迷惑)하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신세를 지게 된다.
스스로 일어서는 자기 의지를 가져야 한다.
어느 때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내가 할 일은 스스로 해야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
말이나 행동은 남이 먼저 아는 것.
내가 남의 말을 듣고 행동을 보고 판단하듯 남도 나의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진리를 터득하자.
무심코 하는 일은 반드시 업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행위다.
무심은 무지이며 어리석음이다.
깨어있는 사람은 악의 종자를 심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먼저 자기 스스로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행복은 기다리지 않아도 자연히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