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사주팔자나 운명이 정말로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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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답] 사주팔자나 운명이 정말로 있는지요 ▒ 문 사주팔자라는 게 있어서 궁합도 보고 신수도 보고 하는데 우리 인간의 운명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운명되어져 있는 것일까요? 궁금합니다.

▒ 답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요? (예전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살다보니까 뭔가 다른 힘 같은 게 느껴지는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는 운명되어져 있고 그 사이에서, 어느 정도는 노력에 의해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가..) 내가 하늘에 별을 따고 싶은데 딸 수 없는 건 운명지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

내가 천년을 살겠다..

이건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가 없어요.

그러면 ‘너는 100년 이내로 살아라’ 운명지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사주팔자 안 봐도 다 알잖아요? 여기 모인 사람들..

다 아무리 해도 120살 이내로 살 운명이야..

이건 맞는 말이야.

그러나 내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이게 정해져 있을까? 만약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다’ 하면,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려도 안 죽어야 할 거 아냐? 독을 먹어도 안 죽어야 할 거 아녜요? 그러니까 ‘정해져 있다’ 하는 게 뭘 의미하냐 이겁니다.

우리가 원하는 게 이뤄지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게 인생이에요.

이루어졌다고 해서, 이루어지기로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고 안 이루어졌다고 해서, 안 이루어지기로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

우리 존재 자체가 그런 거예요.

생각대로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고..그런데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안 되면 ‘운명이다’ 그러는 거예요.

그러나 안 되는 건 그냥 생활의 일부일 뿐이에요.

되는 것도 생활의 일부이고..

그런데 뭐가 정해져 있다는 건가요? 결혼할 건지 안 할 건지..

그거 선택해서 하면 되잖아요? 결혼 안 하려고 했는데 어느 날, 술 취해서 남자랑 하룻밤 자 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됐다면, 이걸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결혼 안 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세상일은 ‘정해져 있다, 정해져 있지 않다’ 라고 말할 수 없어요.

정해져 있지 않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게..

2000년 사나? 못 살 게 정해져 있지.

그러니까 ‘정해져 있다, 아니다’ 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내가 담배를 끊고 싶은데..

아무리 애를 써도 오늘 또 피웠어.

그럼 그걸 사주 때문이라고 하거나, 전생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건 내가 만든 내 습관 때문에 못 끊는다..

이거 잖아요? 이처럼 우리 인생은 수만 가지..

온갖 습관의 종합체예요.

이렇게 굴러가는 거예요.

형성되어진 거예요.

담배피는 습관이 형성되어지듯이..

그래서 담배도 오래 피우면 끊고 싶어도 못 끊는 거예요.

그러나 못 끊는 걸까? 사실은 끊기 어려운 걸까? 끊을 순 있어요.

죽을 각오를 하면 돼요.

우리 삶은 다 그런 거예요.

나는 결혼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했다..

그런 말도 맞지 않아요.

결혼하려고 했는데 못 했다..

이 말도 안 맞아요.

다 자기가 이것저것 따지다보니,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거지.

그래서 모든 건 지어진 업을 따라 가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이런 습관으로..

이런 길을 가도록 돼 있는 거 같지만 알고보면 그런 건 다 형성된 것이다..

형성된 거니까 소멸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릴 때 형성된 것은 고치기가 어렵다..

무의식 세계까지 뿌리가 박힌 건 고치기가 어렵다..

그렇게 고치기 어려운 걸 ‘운명지어졌다’ 이래 말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건 다 형성되어진 겁니다.

원래부터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게 무아예요.

형성되어지지 않고, 원래부터 있던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지금 작동되어지는 건 있는데, 그건 다 형성되어진 것이다.

그것이 지금 관성의 법칙으로 이어져 나가는 것이에요.

그래서 내가 담배피는 사람 보고..

‘너 어제 담배피웠지?’ 이러면 맞아요? 안 맞아요? (맞아요) ‘넌 내일도 담배필 거야’ 관성대로 가면 맞아요.

그러나 이건 100%는 안 맞아요.

오늘까진 피워도 내일은 안 피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아무리 용한 점쟁이도 과거는 맞춰도 미래는 100% 맞출 수가 없어요.

운명론, 숙명론에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하느님이 네 운명을 좌우한다..

하느님 타령..

너는 어떻게 하고 어떻게 되라고 하늘나라 옥황상제 장부에 다 적혀 있다..

둘째는, 전생에 네가 지은 것의 과보다..

전생 타령..

셋째는, 네가 태아날 때 연월일시..

그 네 가지에 의해서 운명이 정해져 있다..

사주팔자 타령..

그래서 우리가 하다 하다 안 되고 뜻대로 안 되면 뭐라고 그래요? ‘아이고,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하느님 타령..

‘아이고 내 팔자야..’ 사주팔자 타령..

‘아이고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노?’ 전생 타령..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이 세 가지는 모두 잘못 되었다고 하셨어요.

만약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내가 누구를 죽여도 죄가 안 된다는 거예요.

왜? 너는 이날 이 시간에 나한테 죽도록 사주팔자가 정해져 있으니까.

네 전생에 이렇게 과보가 나타나도록 돼 있으니까.

하느님께서 지시하는 거니까..

이렇게 되면 인간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아요.

우리가 어떻게 하든 그건 다 정해져 있는 거니까..

그래서 이건 맞지 않는다..

이렇게 할 건지, 저렇게 할 건지는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고 선택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여러분도 결혼생활에서 자기 고집만 세우면 도저히 못 살아요.

그러면 ‘궁합이 안 맞는다’ 말할 수 있고..

고집만 확 내려놓으면, 길 가는 사람 아무하고나 살아도 잘 살 수 있어요.

그러면 ‘천생연분’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를 내려놓는 게 쉽나 어렵나? 어렵지..

그래서 내려놓은 게 과제이지, 궁합이 과제가 아니예요.

상대가 아무리 장애가 있어도 마음 맞춰가며 살면 되고 남편이 돈 못 벌면 아내가 벌면 되고..

그러나 ‘네가 돈 번다고 해서 시집왔는데, 돈 못 벌면 너하고 살게 뭐 있냐?’ 이렇게 이해타산으로 사니까 못 사는 거예요.

어떤 핑계도 있을 수가 없어요, 사실..

옛날 사람들은 결혼에 대해서 아예 기대가 없었어요.

3년은 눈감고 살아라, 3년은 귀막고 살아라, 3년은 입막고 살아라..

그래서 시집가면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보니 그래도 죽진 않고 살만 하다..

이렇게 기대가 없으니 행복을 느끼는 거고 요즘은 결혼만 하면 모든 게 다 이뤄질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무슨 영화나 소설처럼..

행복의 깨가 막 쏟아지는 줄 알아..

그런데 가보니..

생각같지 않으니까 못 살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혼률이 높아진 거예요.

상대가 나한테 똑같이 100을 해줘도 내가 200을 기대하면 실망하는 것이고, 50을 기대하면 만족하는 거예요.

그래서 상대의 능력만 중요한 게 아니고, 내 기대가 얼마냐가 중요해요.

우리는 밖의 것을 키워서 만족하려는 게 세상활동이고 수행은, 우리의 기대를 낮춰서 만족도를 높이려는 게 수행이에요.

그래서 똑같은 상황이라도 수행을 하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남편이 술을 먹어도, 먹지 말라고 대들면 맨날 싸우고 살지만 먹어라..

하고 받아들이면 훨씬 더 행복도가 높아진다..

여러분들은 지금 다 행복한 상태에 있어요.

아무리 나빠도,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지금을 그리워합니다.

연세가 60인 분들은 ‘아이고 내가 40만 돼도..’ 이러지만 80인 분들은 ‘아이고 60이면 뭘 못 하겠나?’ 이래요.

모든 게 그렇게 지나고 보면, 잃어놓고 보면..

다 좋은 거예요.

그런 얘기 하면 뭐해요? 항상..

‘지금도 늦지 않았고, 지금도 좋다’는 걸 아는 게 수행이에요.

지금도 늦지 않았고..

지금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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