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게 당신한테 뭐가 문제요?` –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희 남편은요, 공무원인데..
학력이 좀 짧아서 그런지 몰라도 승진이 안 돼요.
중학교만 나오고 시골에서 고생 많이 하다가 공무원 시험 보고 7급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서기관이 됐는데 과장을 하다가 과장 보직도 떨어지고..
엄청 괴로워하고 작년에는 우울증에 걸려 약도 먹고 그랬거든요.그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안됐었는데..
이번에 승진이 또 안 됐어요.
작년처럼 심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많이 힘들어해요.
잠도 잘 못 자고..
집착하지 말라고 그래도 해결을 못 하고..
▒ 답 지금 자기 얘기를 하는 거예요? 남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남편 얘기요..) 그래, 남편 고쳤으면 좋겠다 이거죠? 요점이..
(네) 남편을 어떻게 고쳐? 자기도 자기를 못 고치는데..
그런 남편을 보는 내가 힘들다는 거죠? 질문의 요지가..
(아니에요) 그럼 자기는 하나도 힘 안 들어요? 그런 남편을 보는 것이? (이해가 돼요) 이해가 되는데 뭐가 문제예요? (남편이 괴로워하지 않고 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그러니까 남편을 좀 고쳐줬으면 좋겠다..
이 말이잖아요? (그렇죠..) 남편 고쳐서 내 문제 해결할 수 있으면 사람들이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 겨울에는 많이 안 추웠으면 좋겠다, 여름에는 많이 안 더웠으면 좋겠다 비는 적당히 왔으면 좋겠다, 사업은 잘됐으면 좋겠다 남편이 직장에서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 승진했으면 좋겠다 승진은 못 해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지금 이 얘기잖아요? (지난번에 절에 같이 갔었는데 절을 하다가 눈물을 쏟더라고요)남편이 죽었다 하더라도 ‘그래? 그게 당신한테 뭐가 문제요?’ 이렇게 묻는 게 나예요.
남편이 죽은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예요? (남편이 괴로워하는 것을 어떻게..) 남편이 괴로워하는 것을 자기가 어떻게 해요? 나도 자기 문제에 대해서는 조언을 할 수 있지만, 자기 원하는 대로 해줄 수는 없어요.
그럼 내가 하느님이게..
자기는 뭐가 문제냐니까? (괴로워하는 남편을 보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남편이 승진을 못 했다 그러면, 구조조정할 때 누군가는 나가기도 해야 하는데, 승진 못 되는 일이야 당연히 있지.
그럴 때 내가 승진 못 했다는 것을 문제삼으면 괴롭고 직장에서 나간 사람도 있는데, 그래도 나는 직장에 있다는 것을 보면 어때요? 다행이지.
그래서 어느 쪽을 볼 거냐 문제예요.
내가 여기서 내려가다가 넘어져서 다리가 하나 부러졌다면 부러진 다리만 보고 멀쩡할 때를 생각하면 재수가 없는 것이고 안 부러진 다리를 보고 생각하면 그래도 한쪽 다리는 안 다쳤으니 잘된 일이고..
그러니까 일어난 일은 똑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다행으로 될 수도 있고, 불행으로 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차가 굴렀어..
팔이 하나 부러졌어.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까 아무도 안 다쳤는데 내 팔만 똑 부러졌어..
재수 없죠? 그런데 나는 팔이 부러졌는데 다른 사람은 다 죽어버렸어..
그럼 어때요? 재수 좋지.
그래서 재수 좋고 재수 없고..
그런 건 따로 없어요.
일어난 상황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녜요.
지금 남편 일도, 승진에 집착을 하는데 승진이 안 되니까 괴로움이 되는 것이고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에 비하면 굉장히 좋은 경우에요.
우리 사회에서 직장에서 쫓겨나서 데모하고 난리인 경우도 많잖아요?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그런 사람들 생각하면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지.
아이가 1등만 하다가 이번에 시험을 잘못 쳐서 2등을 했다 그러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1등을 하지, 2등 했다고 괴로워하고 술 먹고 난리를 피우면 1등이 되나? 5등이 되나? 자기 남편도 이제 자꾸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밀려나겠지.
다음에는 승진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쫓겨날지도 몰라.
왜? 우울증 약이나 먹고 그러면..
그렇죠? 그런 남편을 보는 자기가 안타깝잖아? 그런 것처럼 내가 보기에는, 남편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자기가 안타깝다 이거예요.
자기가 괴로워한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잖아? 똑같애.
남편이 그런 조건에서 좀 긍정적으로 보고 자신을 콘트롤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자기 바람이라면 스님이 질문자를 볼 때에는, 그런 남편을 보면서 마음을 좀 편안하게 해서 남편을 감싸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거 가지고 그렇게 난리 피지 말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지, 남의 일에 너무 촛점을 맞추면 안 돼요.
아무리 부부라도, 아무리 자식이라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까 그런 남편을 이해하고 봐내면 돼요.
그래도 고생하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잖아? (네..) 그리고 굳이 남편하고 이야기를 한다면, 남편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그래도 세상 사람들 보기에는 남편이 중학교만 졸업해서 그 정도면 많이 올라갔잖아? 그러나 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
더 올라가고 싶겠지.
하지만 세상은 뜻대로 안 돼요.
그래서 자기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 하면 ‘부처님 감사합니다.
우리 남편, 어려운 가운데서도 직장에 다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해야 하고 직장을 그만두면 ‘그래도 지난 20년 동안 직장에 다녀 우리 가족이 여기까지 오게 돼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해야..
남편이 힘들고 막 헤맬 때 아내가 그런 마음을 내야 아내하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거예요.
스님 말을 어떻게 생각해요? (울면서) (감사합니다) 고마운 줄 알아야 하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여기 박수 한번 쳐주세요..
(대중들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