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스님─제자리를 지키자

제자리를 지키자

-설정스님-

몇 년전, 서해안 기름유출 사태를 접하고 도저히 그 피해를 보고만 있을수 없어서 결제 중인데도 수덕사 250여명의 스님들이 기름을 닦으러 갔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한달쯤 했으면 좋겠는데…

한 점씩 닦아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고, 정상적으로 회복이 되려면 10여 년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불교의 연기법에서 보면, 모두가 중생이 지은 죄업으로 생긴 재앙입니다.

강대국인 미국을 비롯하여 어려 선진국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오존층이 파괴되어 몇십년 후에는 인간의 시력이 상실되는 재앙이 초래된다고 합니다.

빙산이 1년에 1천제곱킬로미터 이상 녹아내리면서 또 다른 재앙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환경재해가 자연재해보다 더 큰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문명의 발달이나 지식이 풍부해지는 것이 정법(正法)도 아니고 정도(正道)도 아니며, 지구를 살리는 길도 아닙니다.

현대인이 끝없이 추구하는 편리함(因)이 종래에는 인간이 숨쉬기조차 어려운 환경을 초래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과(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또 좋은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부처님께서는 이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가르침을 주시지 않고, ‘중생의 지혜로 스스로 해결하라’고 이르셨습니다.

중생들은 하나같이 잘 살기를 바라면서 잘 사는 짓을 하지 않습니다.

복이 있어야 잘 사는데, 복 받을 짓을 하지 않습니다.

복 받을 짓이 무엇입니까?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세상을 감동스럽게 사는 것입니다.

남을 의지하여 살려고 하지 말고, 자기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기발견을 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성실하게 전력투구하면 잘 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 노력은 안 하면서 적당히 남을 꼬드겨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십시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다행스럽고, 상대가 고맙고, 아름다운 자연이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습니까? 남에게 기대거나 시비하지 말고 제자리를 지키면 언제나 인과는 분명하기 때문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오게 되어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뭔가를 남긴 인물들을 자세히 보면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목표한 것을 성취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야 잘 살수 있는 것입니다.

뿌리지도 않고 거두려 하지 말고, 적게 뿌려놓고 많이 거두려 하지 말며, 거짓을 뿌린 다음 성공을 바라지 말고, 악을 뿌리고서 선을 바라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면 좋은 사회가 저절로 올 뿐 아니라, 환경재앙 따위는 찾아들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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