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선택받지 못 해서 슬픈 적 있나요

선택받지 못 해서 슬픈 적 있나요?

-혜민스님-

[혜민 스님, tvN ‘스타특강쇼’] 여러분, 선택받지 못 해서 슬픈 적 있나요? 사랑을 고백했어.

저쪽이 나를 선택해주면 좋은데 나를 거부해.

취직하려고 원서를 냈어.

나를 뽑아주면 좋은데 떨어뜨렸어.

슬프죠? 그럴 때 내가 너무너무 초라해 보여요.

그리고 너무너무 외로워요.

세상에 나 홀로 던져진 듯한 느낌..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도 사실 취업 때문에 많이 힘들었거든요.

ㅎㅎ 웃기지 않아요? 스님이 무슨..

취업 때문에 힘들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이제 교수 임용을 받아야 하는데 각 대학에서 교수를 어떻게 뽑느냐 하면 처음에 접수한 2~300명 중에서 우선 서류심사로 한 20명 정도 추려서, 그 사람들과 한 30분씩 1차 인터뷰를 해요.

그렇게 서너명으로 줄이고, 2차 마지막 인터뷰를 어디서 하냐 하면 그 대학교로 불러서 해요.

저는 서류전형에서 7군데 됐고 1차 인터뷰에서 6군데 붙었어요.

한 군데 떨어지고.

그래서 그 6곳을 다 가서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냐 하면 가서 2박3일 동안 마치 그 학교 교수인 것처럼 함께 생활하면서 학생들도 가르쳐보고, 교수들 모임에도 참석해보고 하면서 서로를 맞춰보는 거예요.

그런데 하필이면 그 여섯 군데 가운데, 제가 정말로 가고 싶던 대학이 인터뷰 날자를 보니까 하필이면 맨처음이었어요.

여러분도 해봐서 알겠지만, 인터뷰는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되는데 하필이면 맨처음이야..

^^ 생각같아서는 그 대학이 여섯 번째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가서 해보니까..

그 대학이 정말 좋은 거예요.

완전 사랑에 빠졌어.

그 학교를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생겼어요.

그런데 몇 일 후에 연락이 왔는데..

‘죄송합니다, 떨어지셨습니다’ 그 순간 엄청나게 상심했어요.

‘아이구, 능력도 없어가지고..’ 하면서 스스로를 막 책망하면서 자책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지금은 저도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는데..

이젠 학교에서 다른 신입교수를 뽑는 입장에서 비슷한 상황을 보니까 맨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온 사람들이 능력이 없어서, 재능이 없어서 안 뽑는 게 아니었어요.

나는 그때까지도 ‘내가 부족해서, 내가 잘못해서 떨어졌다, 내 탓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까 각 대학에서는 그 대학 실정에 딱 맞는 사람을 원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우리 학교는 역사 쪽이 좀 부족하다’ 하면 종교학을 해도 역사학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을 원해요.

그럴 때 내가 아무리 유능하게 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람이라면 어때요? 임용 안 되죠.

그렇다고 이 사람이 능력이 없던 거예요? 아니에요.

내가 아무리 조용필이라 해도 상대가 파바로티를 원하면 나는 선택받지 못 해요.

조용필씨가 음악성이 없어요? 아녜요.

엄청난 음악성을 가지고 있지만 파바로티 음악과 조용필씨 음악은 달라요.

다르지..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는 말할 게 없어요.

사랑도 똑같아요.

사랑도 누군가 나를 좋아해줄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사람이 성장해온 과정에서 형성된, 좋고 싫고 하는 것이 내가 콘트롤할 수 있어요? 없잖아요? 직장도 내가 콘트롤할 수 없는..

수많은 요소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거예요.

분명히 인연에 맞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나를 필요로 하는 직장을 만나기 위해서 조금 기다리는 것 뿐이더라구요.

그러니까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 ‘나는 능력이 없어’ 비하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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