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국스님─나를 향상시키는 역행보살

나를 향상시키는 역행보살 –

혜국스님

(석종사 선원장)- 이 세상과 역행보살(逆行菩薩)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사바(娑婆)입니다.

잡된 업(業)으로 얽혀 있어 참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

이러한 사바세계이기에 완전하 게 악한 사람은 이곳에 못 태어납니다.

완벽하게 선한 사람 역시 이 세상에 못 태어납니다.

결국 이 세상에는 완벽하게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은 없습니다.

악과 선이 섞인 사람만이 이 지구상에 태어납니다.

바꾸어 말하면 아무리 악 한 사람도 그 마음에는 선한 기운이 있고, 아무 리 선해보여도 악한 기운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 의 주위에는 때때로 나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 곧 역행보살(逆行菩薩)이 있어 우리의 앞길을 시 험합니다.

이 역행보살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도 여러 명의 역행보살이 있었 으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제바달다였습니다.

– 야심의 노예 제바달다는 부처님의 사촌이요 아난존자의 형입니다.

그는 우바리 아난 등 석 가족의 여러 형제들과 함께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바달다는 올바른 수행은커녕, 날이 갈수록 나태함에 빠져들었습 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부처 님과 다름없는 존경을 받고 싶어 하였습니다.

그 당시 마가다국의 왕은 독실한 불교신자인 빔 비사라였으며, 태자는 아자타삿투였습니다.

아자타삿투는 제바달다의 꾐에 빠져 부왕 빔비 사라를 옥에 가두고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올랐으 며, 제바달다는 아자타삿투왕의 두터운 신임과 후원을 업고 부처님의 교단을 빼앗을 궁리를 하 였습니다.

어느 날, 제바달다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영 축산으로 부처님을 찾아와 무례한 제의를 했습 니다.

“부처님께서는 이제 너무 연로하신데다 건강도 좋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교단을 저에게 맡기시 고 편히 쉬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부처님께서 거절하자, 제바달다는 아자타삿투왕 을 충동질하여 부처님을 죽이려는 무서운 음모 를 꾸몄습니다.

그리고는 칼을 잘 쓰는 자객을 부처님께 보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을 살해할 목적으로 그 옆에까지 간 자객은 몸이 떨리기만 할 뿐 꼼짝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신 부처님께서 물으셨 습니다.

“어찌하여 그렇게 떨고만 있느냐?” 자객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부처님 앞에 엎 드려 용서를 빌었으며, 부처님의 용서를 받은 그는 출가하여 부처님의 충실한 제자가 되었습 니다.

얼마 뒤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내려오시는 날, 부처님을 해치기 위해 벼랑 위에 숨어 있던 제 바달다는 부처님께서 그 아래를 지나가시는 순 간 커다란 바위들을 굴려 떨어뜨렸습니다.

하지 만 정확하게 겨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바위들 은 몇 번 구르다가 좁은 골짜기에서 멈추고 말 았습니다.

제자들이 부처님 둘레를 감싸자 부처 님께서는 태연히 말씀하셨습니다.

“여래는 폭력에 의하여 목숨을 잃는 법이 없다.” 그리고는 다시 태연히 길을 가셨습니다.

두 차례 의 살해 음모가 모두 실패하자 제바달다는 부처 님께서 지나시는 길에 성질이 몹시 사나운 코끼 리를 풀어놓았습니다.

그러나 미친 듯이 날뛰던 코끼리까지도 부처님 앞에 이르자, 코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끓어앉는 것이었습니다.

멀리서 제바달다와 함께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아 자타삿투왕은 마음에 큰 변화가 일어 제바달다가 왕궁에 출입하는 것을 금하였고, 스스로 부처님 을 찾아가 설법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치미는 분노와 시기심을 이기지 못한 제 바달다는 열손가락에다 독을 바르고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향하였고, 부처님께 다가가 손가락 으로 부처님의 얼굴을 할퀴려 하였습니다.

그 순간 밟고 있던 땅이 갑자기 갈라져 그는 끝 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완벽한 복덕과 인간관계를 갖추고 계셨던 부처님 에 대한 제바달다의 시기 질투와 불교교단 제1인 자가 되겠다는 야망의 불길은 꺼질 줄을 몰랐습 니다.

그리하여 수없이 부처님을 괴롭혔고, 여러 차례 죽이고자까지 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셨고, 제바 달다를 끝없는 용서와 자비로만 대했습니다.

그리 하여 어떻게 되었습니까? 부처님의 인격은 위로 위로 하늘끝보다 더 높이 올라갔고, 제바달다는 제 업 때문에 지옥의 불길 속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제바달다의 역행 덕분에 부처님의 인격이 더욱 빛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가장 완벽한 인격을 갖춘 부처님께도 역행보살이 있었거늘, 복덕이 많이도 부족한 우리 중생들에 게 어찌 역행보살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 주위에는 언제라 할 것도 없이 거의 대 부분 싫은 사람 미운 사람이 한 두 명 있습니다.

내 뜻을 거스르고, 내 눈에 거슬리는 사람이 있 기 마련입니다.

왜 우리는 이와 같은 사람과 더 불어 살아야 합니까? 지금 현재는 아닐지라도, 과거나 전생에 나 스스로 가 댜른 사람에게 미운 짓을 많이 했거나 미워하는 생각을 많이 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얄밉고 거슬리는 사람이 보이면 휩쓸리지 말고 스스로에게 청량제를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내가 걸어온 길일지도 모른다.

받아들이 자.

그리고 풀자.” 만약 이 세상이 내 비위를 다 맞추어주고 내 말이 면 무엇이든 들어준다면 내 영혼은 맑아질 수 없 을 겁니다.

오히려 아만만 높아질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한때 대통령이 방귀를 뀌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하고 아양을 떨던 시절이 있 었습니다.

하긴 요즘도 그렇다고 합니다.

큰 사고 가 일어나면 일부러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 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진정으로 나라의 대통령을 위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흔히들 우리는 “만약 옆에 애를 먹이는 아들딸이 없고 따끔한 말로 꼬 집는 친구가 없다면, 좋은 일만 있고 모두가 마음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실지로 이와 같다면, 그 사람은 눈 감는 날까지 자기의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됩 니다.

문제가 생긴 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가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오면 깜깜절벽에 선 것 처럼 방황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를 애먹이는 사람은 전생부터 선택된 사람입니 다.

나와 얽혀 내 영혼을 무장시켜 줄 뿐 아니라 마음을 넓게 만들어주고 어려움을 이겨 나가도록 단련시켜 주는 존재입니다.

곧 역행을 통하여 향 상의 길로 나아가게 해주는 역행보살(逆行菩薩)인 것입니다.

-월간 [법공양]3월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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