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사는 세상
혜총스님
사람이 누군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명철한 두뇌는 어느새
먹구름이 잔뜩 끼어서 어리석음에 빠지곤 합니다.
부부간에 의심하는 병인 의처증과
의부증이 그 좋은 예가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금술이 좋던 부부가 남편의 의처증
때문에 순간 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 아내를 사랑하고 아끼던 남편이 그 사랑이
지나쳐서 아내가 시장가는 일도 못하게 하고 얼굴에
화장도 못하게하고, 직장에 나가서도 수시로 집에
전화해서 아내를 감시하는 남편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니 그 부부간 삶이 오죽 하겠습니까?
아내도 참다 참다가 나중에는 병이 나거나 남편과
불화를 일으키고 가정을 지키기 힘들게 됩니다.
의심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파멸로 이끌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남을 의심
했다가 나중에 스스로 무안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물건을 찾지 못해서 괜히 가까운 친구나 가족을
의심했다가 나중에 어디서 찾게 됬을 때처럼
나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성급한 나 자신이 밉기도 하고 후회도 됩니다.
((아함경))에서 부처님 께서는
“의심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의심은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근본 원인이며, 두 사람 사이를 떼어놓는 독이다.
의심은 또 서로의 생명을 손상시키는 칼날이고,
서로의 마음을 괴롭히는 가시다.”
라며 의심에 대해 이렇게 경계하고계십니다.
이와 같이 무서운 것이 의심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는 것 만큼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믿고 살아 갑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면 아프기 밖에 더 하겠습니까?
믿어서 좀 손해 보는 일을 당한다 하더라도
서로 믿지를 못해서 서로 곁눈질하고 성내고
시기해서야 그게 어찌 사는 것이라 하겠습니까?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는 세상은 끝까지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