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만당 스님_ 우리는 삶을 영위하고 살아가면서 많은 물건들을 접하고, 또 내 것으로 취하여 사용하면서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 많은 물건들을 활용하고 난 뒤에 필요 없게 된 물건들은 휴지통에다 버리게 된다.
휴지통을 한번 쳐다보면 온갖 다양한, 용도 폐기된 물건들이 버려져 있다.
만일 휴지통이 없고, 쓸모없게 된 물건들을 버릴 곳이 없다면 우리 주변은 잡동사니들로 넘쳐나서 우리들의 삶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쓸모없는 물건들을 버리는 휴지통을 우리는 보통 지저분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역으로 우리들의 삶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마음 비우는 ‘휴지통’ 필요 물질적 생활 속에서는 형상 있는 휴지통이 필요하지만, 한편 우리들 마음을 다스리고 비우기 위해서는 형상 없는 휴지통이 필요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들과 욕망으로 물든 번뇌를 일으키고 있다.
무시로 일어나는 그 많은 생각들과 집착번뇌를 비우지 않고 마음 가운데 쌓아놓는다면, 그 사람은 짊어진 마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이고,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마음을 잘 성찰하여 마음 가운데 쌓여있는 잡동사니 쓰레기들을 휴지통에다 버릴 줄 알아야 된다.
잘 버리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고, 항상 정진해 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서 종국에는 버리고 또 버려서 버릴 것도 없이 된 사람은 마음의 휴지통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버리는 훈련이 안된 단계의 사람들에게는 버릴 수 있는 휴지통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음 가운데 한켠으로 밀어 놓은 휴지통은 휴지통 자체를 또 비워내지 않는 이상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악취를 풍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마음의 휴지통을 이용하여 마음을 다스리고 나면, 다음 단계에서는 그 휴지통도 또한 비울 줄 알아야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버릴 것 없이 된 사람, 모든 번뇌.
집착.
욕망이 사라져 버린 사람이 되어서 휴지통마저도 없어진, 청정무애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부처님은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를 강조하셨다.
우리가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할 때도 형상에 매이지 말고, 내가 어떠어떠한 좋은 일을 했다는 아상(我相), 즉 마음 가운데 찌꺼기를 남겨두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 자체가 마음속의 쓰레기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악취를 풍기게 되기 때문이다.
또 그러한 아만상은 자기 자신을 죽일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크나큰 피해를 주는 무기로 돌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我相 찌꺼기’ 남기지 말자 특히 출가 수행자들이야말로 무주상(無主相)의 정신을 되새겨 보아야한다.
천일기도를 천번 만번 하면서 마음 다스려 봐야 뭣할 것인가, 마음속에 아만상만 늘어서 휴지통에서 악취만 풍겨 나오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참된 기도는 휴지통마저도 필요 없게 되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들 각자가 자기 자신의 마음을 냉철히 되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
사욕(私慾)을 공적으로 포장하고, 유주상(有住相)에 빠져서 불교종단을 어지럽히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더 자기 자신을 성찰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휴지통을 깨끗이 비워주기를 기대해본다.
-불교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