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일 하나에도 우주 진리 담겨있어 / 대구 대원사 조실 벽봉 스님
단조로운 생활 속에 염불의 끈을 놓지 않는 벽봉 스님.
노스님의 잔잔한 모습이 꽃보다 아름답다.
기자가 팔공산 자락의 대원사를 찾았을 때, 자그마한 체구의 벽봉(碧峰·84) 스님은 지팡이를 짚고 동네를 한바퀴 돌아 다시 도량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빠르지는 않지만 한결같은 발걸음으로 오전 포행을 다녀 오신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정지되어 있는 듯 고요하고 스님의 눈은 영원한 진리의 길로 이어진 듯 그윽하다.
법당 앞에서 기자를 본 스님은 봄볕처럼 따뜻하고 해맑은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동자의 천진면목이 드러나는 웃음이랄까.
벽봉 스님은 3년 전 신축법당 지하에 고인 빗물을 밤새 퍼내다 쓰러져 위험한 고비를 넘긴 경험이 있다.
이후 스님은 더 이상 밭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아침과 저녁 두 차례 포행을 중요한 일과로 삼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작은 일 하나에도 우주의 진리와 생명의 가르침이 담겨 있음을 잊지 않는 생활 속 수행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벽봉 스님의 일상은 하루 두 번 한 시간 남짓 동네 한바퀴를 도는 포행시간을 제외하면 새벽 4시에 일어나 염불하고 책보고 공양하는 것이 전부다.
스님의 수행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 걸까? 포행 후 요사채로 들어와 초를 켜고 향을 사르는 스님에게 조용히 여쭈었다.
“스님, 늘 방편으로 삼는 화두가 있으십니까?” “‘아미타불본심미묘진언 다냐타 옴 아리다라 사바하’라고 염하지.”
“무슨 뜻인가요?” “뜻? 없어요.
진언이지” 생각 너머 본래면목을 찾는 정진을 쉼없이 이어가고 있음을 스님의 말 한마디에 알 수 있었다.
산책을 할 때, 스님이 쉼없이 입을 오물거렸던 이유도 이제 알았다.
스님은 “3년 전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을 때조차도 오직 염불삼매에 몰입했고, 6시간 만에 땀에 흠뻑 젖은 채 깨어날 수 있었다”고 먼 옛날 이야기를 하듯 말씀하신다.
“나는 무조건 부지런하면 좋은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
새벽4시쯤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맞아요.
새벽2시에도 1시에도 일어나 일을 했더니 그만 어지러워 눕게 됐거든요.”
3년전이라야 그때도 여든이 넘은 나이인데 새벽 1~2시에 일을 하면 몸에 큰 부담이 올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스님은 직접 몸을 움직여 사찰을 돌보며 밭일을 못하는 것을 미안해 하셨다.
불현듯 노스님의 출가인연이 궁금해졌다.
“열 서너 살 쯤 되던 해에 해인사 약수암으로 출가한 누님을 따라 절에 가게 됐지요.
그게 인연이 됐어.
어려운 시절 집에 있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텐데 정말 잘한 일이야.”
스님의 출가는 전생에서 이어지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또, 어릴 때부터 무작정 공부를 하고 싶었다는 스님은 나이 30이 넘어 중학교에 들어가고, 40이 넘어 경북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명대 교육대학원까지 수료하는 열성을 보였다.
스님은 서양학문을 공부하면서 불교가 얼마나 깊고 오묘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가를 더욱 느끼게 됐다며 철학은 불교와 비슷하지만 그 깊이를 따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18년째 스님을 시봉해온 이춘자(61)보살은 벽봉 스님의 삶도 이와 같다고 말했다.
“스님은 한없이 부지런하고 머슴처럼 일만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3년 전만해도 아침 저녁 예불시간과 하루 세 끼 공양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밭에서 산에서 일을 하며 보냈습니다.
그래서 옷은 항상 더럽혀져 있었지요.
그런데도 스님은 한사코 그 옷을 그냥 입고 다니셨어요.
‘검은 물 들인 셈 치면 된다’면서요.
괜히 시봉하는 보살들이나 스님 체면 생각해 안달이었지 스님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묵묵히 일만 하셨습니다.”
스님은 그렇게, 검으면 검어서 좋고 희면 희어서 좋은 분이었다.
게다가 평소 말 없는 분으로도 통했다.
예나 지금이나 누가 와도 뭐라 하는 일도 없고, 하루 종일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법도 없다.
또 왜 이렇게 했느냐 추궁하는 일도 없다.
말은 없지만 실천으로 보여주는 스님의 가르침에 신도들이 모두 좋아하고 상좌들의 존경심은 대단했다.
80노구에도 직접 예불하고, 필요하면 손수 몸으로 행으로 보여주시는 벽봉 스님이 자비스런 시골 할아버지 같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스님의 검소함 또한 정평이 나 있다.
평생 무소유를 실천하며 절대 내 것을 사는 법이 없었던 스님은 그저 일하고 기도하고 불사하는 것 밖에 몰랐다.
평생 옷 한 벌 먹을 것 하나 사는 법이 없었던 스님은 혹 외출해야 할때면 꼭 버스만 타고 다녔다, 그것도 입석 버스만.
벽봉 스님은 평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늘 발걸음 하나 손짓 하나로 무심의 법을 은연중 설했다.
상좌들에게 늘 이르듯 평생 생활 가운데 바른 것을 실천하며 오롯이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벽봉 스님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행의 바른 지침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 가운데 드러나지 않는 수행을 쉼 없이 일관하는 노스님의 자취에서 푸른 향의 서늘함을 이렇게나마 느낄 수 있음은 분명하다.
벽봉 스님은 1923년 성주에서 출생한 벽봉 스님은 1936년 해인사에서 석우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39년 동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48년 석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한 스님은 49년까지 해인사에서 5하안거를 성만하고, 해인사 강원 사집과를 수료했다.
거창 연수사 칠곡 송림사, 대구보현사 주지를 거쳐 동화사 주지를 역임하고 76년에는 조계종 총무원 종정 사서실장을 91년에는 대구 보현사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소임을 맡기도 했다.
벽봉 스님은 1993년 대원사 주지에 취임한후 현재 대구 팔공산 대원사 조실로 뭇수행자들의 바른 지침이 되고 있다.
벽봉 스님의 가르침 어릴 때부터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 40이 넘어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지요.
철학은 불교와 매우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그 깊이가 불교를 따르지 못합니다.
반면, 불교는 생활 가운데 실천하며 평생 스스로 닦아가야 하는데, 철학과는 비교할 수 없이 깊습니다.
나의 은사 석우 스님께서는 항상 “이놈아 잘해라” 하시며 나의 모든 것을 지켜보셨지요.
나는 상좌들에게 “수행은 누가 대신 할수도 없고 본인이 바르게 하는 것이니 열심히 하라”고 이릅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가운데 바른 것이 있으니 항상 바른 마음, 바른 생각, 바른 행동으로 정진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또, 작은 일 하나에도 우주의 진리와 생명의 가르침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온 마음을 쏟아야 한다는것도 강조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고 깨침을 얻으려는 수행인의 본분인 것입니다.
작고 보잘것 없는 일 하나에도 온 마음을 쏟아 바라본다면 작은 옥수수 한 알에도 온 우주 생명의 가르침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고 하찮은 옥수수 하나도 귀하게 여기게 됩니다.
자연히 바른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마음은 바른 생각으로 이어지고 바른 행동으로 옮겨져 생활속에서 스스로 정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불자의 삶이요, 수행인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 자기 앞에 놓인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가르침이나 수행이 멀리 고차원적인 그 무엇이라는 기대와 환상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항상 번뇌가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돈을 삶의 척도로 삼고 생활하다 보니 끝없는 욕심으로 번뇌에 끄달리지요.
바른 마음으로 바른 생각을 갖고 바른 행동으로 정진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욕심이란 끝이 없어서 좋은 것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좋은 것을 탐하는 법이니까요.
자기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갖추고, 나머지는 남을 위해 써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항상 번뇌에 끄달리는 것입니다.
나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백장선사의 가르침대로 살기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아침 저녁 예불시간과 하루 세끼 공양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밭에서 일을 했지요.
가을에는 밭작물을 거둬들이고, 겨울에는 땅을 파서 다음해 농사를 대비했습니다.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했습니다.
그렇게 일하는 동안 작은 일 하나에도 우주의 진리와 생명의 가르침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깨 한 대공과 옥수수알 하나에도 우주의 진리와 생명의 가르침이 들어있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어느덧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과 수행, 기도와 정진이 따로 없이 하나라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하는 시간 기도하는 시간을 따로 분별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일을 자연스럽게 대하고 순리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입니다.
가끔 힘든 일도 생기지요.
모두 수행의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모두 끊임없이 배우는 수행의 과정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어렵다 힘들다 생각했던 일들이 저절로 풀려나갈 것입니다.
예전처럼 일을 못하게 된 요즘도 나는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지극히 단순한 일상 속에서 단조롭다 지겹다 생각할 겨를이 없을 만큼 값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하루 두 번의 포행시간에서 또 다른 수행의 맛을 느낍니다.
내가 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정성을 다하지요.
지극정성으로 ‘아미타불본심미묘진언’을 염하는 가운데 건강도 차츰 좋아지고 있습니다.
세상일을 하는 재가불자들도 일을 수행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불자들이 가정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갑자기 찾아와서 무슨 기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곤 하는데 기도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기도를 하는 ‘편리한 사고’를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은 불자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
불자의 삶 자체가 기도이고 수행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불자들은 이를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인 인연법을 철저히 믿고 기도를 하든지 염불을 하든지 일을 하든지 늘 참선하는 마음으로 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연법을 확실히 믿기만 해도 삶 자체가 조심스럽고 신중해지기 때문입니다.
또, 모든 생명이 불성을 지녔음을 알게 되고, 당연히 그 생명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이에 따라 지혜도 갖추고 착한 일만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깊은 믿음이 있어야하고, 수행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가수행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마대사와 양무제 사이에 오고간 유명한 이야기를 통한 가르침을 명심해야 합니다.
달마가 불심이 강하고 공덕을 많이 쌓은 양무제에게 “공덕이 없다”고 한 까닭을 잘 알아야 합니다.
이 말은 곧 수행을 통한 무루(無漏)의 공덕이야말로 참 공덕이며, 밖으로 쌓는 공덕은 인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루(有漏)의 공덕일 뿐이라는 간절한 가르침인 것입니다.
즉 출가자라면 불사도 좋고 포교도 좋지만 먼저 치열한 수행을 통한 자신의 본래면목을 활연관통(豁然貫通)해야 올바른 포교와 불사를 할 수 있고, 참된 공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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