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

팔레스타인의 최대 저항조직인 하마스(Hamas)의 창설자이자 지도자인 셰이크 아메드 야신(Yassin)이 지난 3월 22일 이스라엘에 의해 피살되었다. 아랍권의 분노가 폭발하고 알카에다 등이 다른 무장 조직들과 함께 성전(聖戰)을 벌이겠다고 선언하면서, 국제사회에 테러 공포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야신’이라는 지도자는 12살에 운동을 하다 머리를 다쳐 하반신 불수가 되어 휠체어에 의지해 몸을 이동하는 장애자이다.

그는 이스라엘의 아슈켈론에서 태어나 이집트 카이로의 알 아자르 대학을 졸업하고 부자유스런 몸이지만 팔레스타인 민족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 하마스를 창설하고, 대 이스라엘 투쟁을 벌이다가 이스라엘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는 등 아라파트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왔다.

그런가 하면 나라안에서는 모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인선을 하면서 장애 여성을 1번으로 선정해 놓고 잘된 인선이라고 자찬을 한다고 들린다. 물론 장애자로서 야신과 같이 훌륭한 인품과 지도력을 가졌다면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혹시나 장애인을 선정한 이유가 만에 하나라도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함이었다면 이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사회에는 수적으로 보면 소수지만 잘 드러나 보이는 신체적 장애자와 수적으로 보면 신체적 장애자의 수십 수백 배도 넘는 정신적 장애자들이 있다. 그런데 신체적 장애자의 경우 선천적인 장애는 수적으로 극히 적고 대부분이 후천적 장애인이다. 이 신체적 장애자들은 스스로가 장애자임을 인정하고 있으나 치유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정신적 장애자들은 스스로가 장애자임을 깨닫지 못할 경우와, 감추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정신적 장애자는 노력하면 얼마든지 치유가 가능하다. 단지 스스로가 정신적 장애인임을 자인하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신체적 장애자는 단지 남의 도움이 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에게 폐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해를 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적 장애자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신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제대로 갖춘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마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이른바 범죄인이 되는 것이다.

신체적 장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예비 장애인인지도 모른다. 날마다 수없이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통해 얼마나 많은 신체적 장애인이 탄생하고 있는지 상상하기조차 힘든다.

굳이 역사 속의 훌륭한 신체적 장애자들의 이름을 들지 않더라도 육체보다 그분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웰빙(Well-being)운동이 한창이다. 나 혼자만의 건강과 만족보다는 바른 생활을 통해 나와 남이 다 같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구가했으면 한다.

김형춘 글 . 월간반야 2004년 4월. 제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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