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계에는 천상도 여섯 개가 들어 있습니다. 욕계육천이라고 말하는 이 천상은 사천왕천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수미산 중턱에 있는 천상으로 동서남북의 네 방향으로 지국천(持國天), 증장천(增長天), 광목천(廣目天), 다문천(多聞天)의 네 하늘에 각각 왕이 있어 천신들을 거느리고 있다하여 사천왕천이라 합니다.
그 다음 제2천이 도리천(忉利天)인데 사천왕천의 바로 위인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천상입니다. 맨 가운데 선견성(善見城)이라는 성이 있고 사방에 각각 8개의 성이 있어 천인들이 살고 있다 합니다. 33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가장 큰 중앙의 선견천에 제석천(帝釋天)이라는 왕이 있어 이 천상을 다스립니다. 이 천상의 하루가 인간세상의 100년에 해당된다 합니다. 이 천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 인간세상의 6살난 아이와 같으며 옷이 입혀진 채로 태어난다 합니다. 그리고 1000세의 수명이 누려지는 곳이라 합니다.
일찍이 석가모니부처님이 이 천상에 올라가서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석달동안 설법을 했다 하며 그 내용이 수록된 경이 지장경입니다. 다음 제3천은 야마천입니다. 이 천상은 시간을 따라 쾌락을 누리는 것이 달라지므로 시분천(時分天)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또 낮과 밤이 연꽃의 꽃잎이 열리고 닫히는 것으로서 구분된다 합니다. 이 천상의 하루는 인간의 200년이라 합니다. 다음 제4천이 도솔천으로 내원(內院)과 외원(外院)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외원은 일반 천인들이 욕락(欲樂)을 누리는 곳이고 내원은 미륵보살의 정토라 합니다. 미륵보살은 일생보처(一生補處: 한 생을 지나면 부처가 될 자)보살로 이 천상의 내원에 있으면서 천인들을 교화하며 다음에 남섬부주에 하생하여 성불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합니다. 하루가 인간세상의 400년이며 아래의 사천왕천, 도리천 , 야마천이 욕정(欲情)에 잠기어 있는 반면 이 천상 위에 있는 화락천 , 타화자재천이 욕정에 들떠있는데 이 천상은 잠기지도 들뜨지도 않고 오욕락에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하여 지족천(知足天)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수명이 4000세라 하며 사바세계에 부처님이 오시기 전에 항상 이 천상에 계시다가 성불하여 사바로 온다고 합니다. 다음 제5천의 이름은 화락천(化樂天)이라 합니다.
이 천상은 자기가 대하는 모든 경계를 즐거운 욕락의 경계로 변화시킨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루가 인간세상의 800년이며 서로 마주보고 웃으면 성교(性交)의 쾌감이 느껴지며 남녀가 마주하여 서로 웃는 것이 인간의 섹스(sex)행위와 같다고 합니다. 아기를 낳을 때 남녀의 무릅 위해서 태어나며 인간의 12살쯤 되는 아이가 화생하여 나온다고 합니다.
욕계육천의 마지막 하늘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입니다. 욕계에서 가장 높은데 있는 하늘로 마왕(魔王)이 있는 곳입니다. 이 하늘은 남의 욕락을 마음대로 자기의 쾌락으로 삼는 까닭에 타화자재라 합니다. 어떤 생각을 일으켜 무엇을 하려고 하면 아무런 장애 없이 이루어진다 합니다. 가령 이 천상의 남녀는 서로 마주보기만 하면 성교가 이루어집니다. 육체적인 쾌락이 남을 마음대로 지배하면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하루가 인간세상의 1600년이고 수명은 16000세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상의 욕계의 여섯 하늘은 모두 욕락이 최고인 곳으로 욕게에서 가장 좋은 곳입니다. 원래 천상의 천(天)은 범어 deva를 번역한 말로 신(神)이란 뜻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그러나 서양에서 말하는 유일신인 God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신령스러운 존재 혹은 귀신의 무리라는 등의 뜻이 들어 있는 말입니다. 이 천상에 있는 존재들도 중생의 범주에 속해 있는 무리들로서 윤회를 벗어나지 못해 복(福)을 누리다 그 복이 다하면 하계(下界)로 떨어져 내려온다 합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에 중생이 윤회하는 세계인 삼계(三界)에 오르내리는 것이 우물에 물을 길을 때 두레박을 우물 속으로 넣어 내렸다 올렸다 하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욕계의 하늘 위로 올라가면 색계의 천상이 다시 전개됩니다. 이곳은 욕계천과 같은 욕망이 없어지고 깨끗하고 미묘한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인데 고요한 선정의 수련을 성취한 사람들이 태어날 수 있는 곳이라 합니다. 그리하여 이 천상을 4선(禪天)으로 구분을 합니다. 선(禪)이란 이름을 붙여 맨 밑에 있는 곳을 초선천(初禪天)이라 하고 다음 이선천(二禪天), 삼선천(三禪天), 사선천(四禪天)이라 합니다. 초선천에는 범중천(梵衆天), 범보천(梵輔天)의 세 하늘이 있고 2선천에는 소광천(少光天), 무량광천(無量光天), 극광정천(極光淨天)의 3천이 있습니다.
3선천에도 역시 소정천(少淨天), 무량정천(無量淨天), 변정천(徧淨天)의 3천이 있으며 제4선천에는 무운천(無雲天), 복생천(福生天), 광과천(廣果天), 무상천(無想天), 무번천(無煩天), 무열천(無熱天), 선현천(善現天), 선견천(善見天), 색구경천(色究竟天)의 아홉 하늘이 있어 색계천 안에는 모두 18천이 있습니다. 이상의 삼선천까지는 언제나 즐거운 낙을 일으키는 하늘이므로 낙생천(樂生天)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욕계의 사천왕천과 도리천은 수미산의 중․상턱에 있으므로 지거천(地居天)이라 하고 야마천 이상은 허공 가운데 층을 이루어 있으므로 공거천(空居天)이라 합니다. 이 여러 천상세계는 위로 올라갈수록 천인들의 신체가 크며, 수명도 더 길어집니다. 이 색계천 위에 다시 무색계의 네 하늘이 있습니다. 공무변처천(空無邊處天), 식무변처천(識無邊處天), 무소유처천(無所有處天), 비상비비상처천(非想非非想處天)의 네 하늘입니다.
비상비비상처천은 삼계 중 가장 꼭대기에 있는 하늘이라 하여 유정천(有頂天)이라고도 합니다. 무색계는 물질적 요소를 초월한 하늘이므로 색에 걸리는 일이 없다 합니다. 또한 천상에 사는 천인들이 장차 명이 마치려 할 때는 5가지 조짐이 나타난다 합니다. 첫째 의복에 때가 묻게 되고 둘째는 머리에 쓰고 있는 화관(花冠)이 시들며, 셋째는 몸에서 냄새가 나며, 넷째 겨드랑이 밑에서 땀이 나며, 다섯째 천상의 즐거운 흥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천상의 복이 훌륭하긴 해도 이곳에서 영생을 누리는 것은 아니고 다시 다른 세계로 윤회전생(輪廻轉生)을 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안스님 글. 2001년 12월 제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