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2장 마음을 살피는 일
- 모든 것의 근본
제자 혜가가 물었다.
“불도를 얻고자 하면 어떤 법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요긴하겠습니까?”
달마 스님은 대답했다.
“오직 마음을 관하는 한 법이 모든 행을 다 거두어들이는 것이니 이 법이 가장 간결하고 요긴하다.”
“어째서 마음을 관하는 한 법이 모든 행을 거두어들인다 하십니까?”
“마음이란 모든 것의 근본이므로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깨달으면 만 가지 행을 다 갖추는 것이다. 이를테면 여기 큰 나무가 있다고 하자. 그 나무의 가지나 잎이나 열매는 모두 뿌리가 근본이다. 나무를 가꾸는 사람은 뿌리를 북돋울 것이고, 나무를 베고자 하는 사람도 그 뿌리를 베어야 할 것이다. 수행하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마음을 알고 도를 닦으면 많은 공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이룰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수도한다면 부질없이 헛된 공만 들이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법이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마음 밖에 따로 구할 도가 있다면 옳지 않은 말이다.”
“어떻게 마음을 관하는 것이 마음을 아는 것이라 하십니까?”
“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사대와 오온이 본래 공하여 실체가 없음을 밝게 알며, 또 자기 마음을 쓰는 데 두가지 차별이 있음을 분명히 본다. 두 가지란 맑은 마음과 물든 마음이다. 맑은 마음이란 번뇌가 없는 진여의 마음이요, 물든 마음이란 번뇌가 있는 무명의 마음이다. 이 두 마음은 본래부터 갖추어 있어 비록 인연 따라 화합하기는 하지만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맑은 마음은 항상 착한 인연을 즐기고, 물든 마음은 악한 업을 생각한다. 만약 진여의 마음을 깨쳐 그것이 물들거나 때묻지 않은 것인 줄 깨달으면 이 사람은 성인이다. 그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의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물든 마음을 따라 악한 짓을 하면 온갖 괴로움과 어둠이 몸에 감기고 덮이게 되니 이를 범부라 한다. 범부는 항상 삼계에 빠져 갖가지 괴로움을 받으니, 그것은 물든 마음으로 말미암아 진여의 마음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십지경에 말하기를 ‘중생의 몸 가운데 금강석처럼 굳은 불성이 있어 해와 같이 밝고 원만하며 광대 무변하지만, 오온의 검은 구름에 덮여 마치 항아리 속에 있는 불빛이 밖을 비추지 못하는 것과 같다. ’ 고 하였고, 또 열반경에 말하기를 ‘일체 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으나 무명에 덮여서 해탈을 얻지 못한다. ’ 고 하였다. 불성이란 깨침이다. 스스로 깨치고 깨친 지혜가 밝아 번뇌에서 벗어나면 이것이 곧 해탈이다. 그러므로 모든 선은 깨침이 근본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근본이 되어 모든 공덕의 나무가 무성하고 열반의 열매가 여문다. 이와 같이 마음을 관하는 것을 마음을 알았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