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7장 마음과 생각
- 맺힘을 푸는 일
아난다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세상에서 맺힌 것 푸는 사람을 보면 맺힌 그 근원을 모르고는 풀지 못합니다. 저와 이 자리에 있는 성문들도 시작없는 옛적부터 무명과 함께 생하고 멸해 왔습니다. 비록 많이 들은 선한 인연으로 출가는 했으나 하루거리 학질을 앓는 사람과 같으니 자비로써 거두어 주십시오. 오늘 이 몸과 마음이 어찌하여 맺혔으며 어떻게 하면 풀리겠습니까? 중생들로하여금 윤회에서 벗어나고 삼계에 떨어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다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착하다, 아난다. 무명이 너로 하여금 윤회케 하는 생사의 맺힌 근원은 너의 여섯 감관(六根) 이요 다른 것이 아니다. 또한 최상의 보리(보제) 가 너로 하여금 안락과 해탈을 얻게 하는 것도 여섯 감관이지, 다른 것은 아니다.”
아난다가 잘 알아듣지 못한 것을 보시고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감관과 대상의 근원은 같고, 속박과 해탈이 둘 아니며, 분별하여 헤아리는 바탕이 허망하여 허공의 꽃과 같다. 대상으로 말미암아 알음알이를 내고, 감관으로 인해 형상이 있으니, 형상과 보는 것은 그 실체가 없이 서로 관계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지견에 알음알이를 두면 곧 무명의 근본이 되고, 지견에 분별 망상을 내지 않으면 곧 열반이니, 이 가운데 다시 무엇을 용납하겠느냐.”
아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의 눈이 열려 기뻐하면서 다시 말했다.
“부처님, 성품이 깨끗하고 미묘하고 영원하다는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섯이 풀리면 하나까지 없어진다는 매듭 푸는 차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수건을 가지고 한 개의 매듭을 맺어 아난다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아난다, 이것이 무엇이냐? ”
“그것은 매듭입니다.”
부처님이 그 매듭 위로 또 한 매듭을 맺으시고 다시 아난다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
“그것도 매듭입니다.”
부처님은 이와 같이 여섯 개의 매듭을 만드시고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이 수건이 원래는 하나이지만 내가 여섯 번 맺어 여섯 매듭이란 이름이 생긴 것이다. 수건은 한 수건인데 맺음 때문에 다르게 된 것이다. 너의 여섯 감관도 그와 같아 한 근원에서 다른 것이 생겼다. 그러므로 여섯이 풀리면 하나마저 없어질 것이다. 네가 시작없는 옛적부터 심성이 들떠 알음알이가 허망하게 생기고 견을 피로케 하여 대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마치 눈이 피로하면 맑은 허공에 환상의 꽃이 보이는 것과 같다. 산하 대지와 생사 열반도 모두 잘못되어 생긴 뒤바뀐 환상의 꽃이다.”
“그러면 그 매듭을 어떻게 해야 풀 수 있겠습니까? ”
부처님은 매듭진 수건을 이리저리 당긴 뒤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왼쪽으로 당기고 오른쪽으로 당겨도 풀리지 않으니 어디 네가 그 방법을 생각해 보아라. 어떻게 하면 풀리겠느냐? ”
“매듭진 복판에서 풀어야 합니다.”
“그렇다. 맺힌 것을 풀려면 매듭 복판에서 풀어야 할 것이다. 아난다, 그러므로 네 마음대로 여섯 감관에서 선택하여라. 어는 한 감관의 매듭이 풀리면 매듭의 덩이가 풀리고 말 것이다. 온갖 허망한 것이 없어지면 어찌 참되지 않겠느냐. 아난다, 여섯 매듭이 동시에 풀릴 수 있겠느냐? ”
“그 매듭이 차례로 맺힌 것이므로 차례로 풀어야 합니다. 여섯 매듭의 근본은 같지만 맺힌 것이 각기 다르므로 한꺼번에 풀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여섯 감관을 푸는 것도 그와 같다. 이 감관이 처음 풀리면 먼저 무아의 경지에 이르고, 공의 성질이 밝아지면 법에서 해탈하고, 그런 뒤는 모두 공함을 얻을 것이다.”
아난다와 대중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침내 의혹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