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5장 극락세계
- 법장비구의 발원
부처님께서는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옛날, 정광여래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여 무수한 중생들을 제도했었다. 이 부처님 다음에는 광원여래가 출현했고, 그 다음에는 월광여래가 출현했으며, 이와 같이 오십 삼 부처님께서 차례차례 나오시어 중생을 교화하셨다. 쉰 네 번째로 출현한 세자재왕 부처님 때에, 기억과 이해와 판단과 정진과 지혜력이 뛰어난 법장이란 비구가 있었다.
그는 세자재왕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받은 구도자인데, 그 부처님 앞에서 여래의 덕을 칭송하고 보살이 닦는 온갖 행을 닦아 중생을 제도하려는 원을 세웠다. 이 원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지옥의 고통을 받는 한이 있을 지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하고 이렇게 말했었다.
‘부처님, 저는 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합니다. 세상에서 견줄 데 없는 부처님께서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불국토를 이룩하고 싶습니다.’
그때 세자재왕 부처님께서는 법장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 자신이 그렇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부처님, 저로서는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부처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불국토가 얼마나 훌륭한 곳인지, 그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을 듣는다면 저도 훌륭한 불국토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부처님께서는 그의 원력을 알고, 이 백 십억 불국토를 말씀하셨다. 그는 그로부터 다섯 겁 동안 홀로 선정을 닦아 다른 불국토보다도 뛰어난 국토를 이루게 된 것이다.
법장비구가 이 일을 세자재왕 부처님께 알리자, 그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법장비구, 지금이야말로 그대의 원력과 수행의 결과를 널리 알려 중생들을 기쁘게 해 줄 때이다. 현재와 미래의 사람들은 그것을 듣고 그와 같은 불국토의 아름다운 특징과 그 원행을 본받아 불도를 이루게 될 것이다.’
‘부처님, 그러면 저의 특별한 원을 들어주십시오. 만약 저의 국토에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는 결코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첫째, 내 불국토에는 지옥, 아귀, 축생 등 삼악도의 불행이 없을 것. 둘째, 내 국토에 태어나는 중생들은 한결같이 훌륭한 몸을 가져 잘난이, 못난이가 따로 없을 것. 셋째, 내 불국토에 태어나는 중생들은 번뇌의 근본인 아집을 일으키지 않을 것. 넷째, 내 불국토에 태어나는 중생들은 바른 길에 들어 필경에 성불할 것. 다섯째, 내 불국토에 태어나는 중생들은 목숨이 한량없을 것. 다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여섯째, 내 불국토에 태어나는 중생들은 나쁜 일이라고는 이름도 들을 수 없을 것. 일곱째, 어떤 중생이든지 지극한 마음으로 내 불국토를 믿고 좋아하여 태어나려는 이는 내 이름을 열 번만 불러도 반드시 왕생하게 될 것. 여덟째, 내 이름을 듣고 내 불국토를 사모하여 여러 가지 공덕을 짓고 지극한 마음으로 내 국토에 태어나고자 하는 시방세계의 중생들은 반드시 왕생하게 될 것. 아홉째, 내 불국토에 태어나는 보살들은 누구든지 부처님의 온갖 지혜를 얻어 법을 말하게 될 것.
아난다, 법장비구는 세자제왕 부처님 앞에서 이와 같은 마흔 여덟 가지 큰 서원을 세우고 오로지 미묘한 불국토 장엄에 전념한 것이다. 그 원으로 이루어진 불국토는 끝없이 넓고 커서 다른 어떤 것에도 비교될 수 없이 홀로 뛰어난 상주 불멸의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