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4장 승만부인의 서원
- 열 가지 서원과 세 가지 큰 원
부처님으로부터 먼 미래에 성불하리라고 수기를 받은 승만 부인은 열 가지 서원을 스스로의 계율로 삼기로 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저는 오늘부터 보리를 이룰 때까지 다음 열 가지 서원을 지키겠습니다. 받은 계율에 대해 범할 생각을 내지 않겠습니다. 어른들에게 교만한 생각을 내지 않겠습니다. 중생들에게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남의 잘생긴 용모를 시기하거나 값진 패물에 대해서 부러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다. 제 몸이나 제 소유에 대해 아끼려는 생각을 내지 않겠습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지 않고 가난하고 외로운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만 모으겠습니다. 보시와 부드러운 말과 이로운 행과 처지를 같이하는 일로 중생을 거두어 주고, 항상 때묻지 않고 싫어하지 않고 거리낌이 없는 마음으로 중생을 대하겠습니다. 외로와 의지할 데 없거나 구금을 당했거나 병을 앓거나 여러 가지 고난을 만난 중생들을 보게 되면, 그들을 도와 편안하게 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한 다음에야 떠나겠습니다. 살아있는 짐승을 붙잡거나 가두어 기르거나 계율 범하는 것을 보게 되면, 제 힘이 닿는 데까지 그들을 타이르고 거두어 나쁜 일을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그 까닭을 말씀드리면 타이르고 거두어 줌으로써 바른 법이 오래 머물고, 나쁜 일이 점점 줄어들어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널리 펼쳐질 것입니다. 바른 법을 깊이 새겨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바른 법을 잊어버리면 대승을 잊게 되고, 대승을 잊어버리면 열반에 이르는 길도 잊어버리고 맙니다.. 만약 보살이 대승의 가르침을 잊어버린다면 바른 법을 거두어 지니지 못할 것이며, 스스로 그릇된 길에 떨어져 영원히 범부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일을 큰 죄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바른 법을 몸에 지님으로써 저와 미래의 보살들은 헤아릴 수 없는 복덕을 성취할 것입니다. 부처님, 저는 이와 같은 열 가지 서원을 지킬 것을 맹세합니다. 법왕이신 부처님께서는 저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승만 부인은 다시 부처님 앞에서 세 가지 큰 원을 세웠다.
“부처님, 저는 이 진실한 서원으로 끝없는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겠습니다. 이 선근의 인연으로 태어날 때마다 바른 법의 지혜를 얻겠습니다. 제가 바른 법의 지혜를 얻은 뒤에는 게으르거나 싫어함이 없이 중생들에게 널리 알리겠습니다. 제가 바른 법을 말할 때에는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잘 지키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승만의 세 가지 원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모든 물건이 공간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보살의 무수한 원도 모두 부인이 세운 세 가지 원 속에 들어 있소. 그만큼 이 세 가지 원은 넓고 큰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