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2장 유마힐의 설법
- 걸식
부처님께서 카샤파(가엽) 에게 유마힐의 문병을 말씀하시자 카샤파는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 저도 그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저는 가난한 마을에서 걸식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때 유마힐은 저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카샤파님, 자비심이 있다 해도 부자를 버리고 굳이 가난한 사람에게서 걸식하는 것은 그 자비심을 널리 펴는 일이 못됩니다. 걸식은 평등한 법에 머물러 차례대로 행해야 합니다. 걸식은 식용을 위한 것이 아니며, 음식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마을에 들어갈 때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 마을이라는 생각으로 들어가야 하며, 형상을 보더라도 장님과 같이 보고, 들리는 소리는 메아리와 같이 듣고, 냄새는 바람과 같이 느끼고, 맛을 분별하지 않으며, 온갖 느낌은 깨달음의 경지에서 느끼듯 해야 하고, 또 모든 것이 꼭두각시와 같은 줄 알아야 합니다. 카샤파님, 이와 같이 걸식한 한 끼의 밥을 모든 중생에게 베풀고 모든 부처님과 성현에게 공양한 다음에 먹을 수 있어야 남의 보시를 헛되이 먹었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번뇌를 버리지 않고서도 해탈에 들고, 집착을 끊지 않고서도 바른 가르침에 들 수 있습니다. 보시하는 사람의 복덕도 많고 적음이 없습니다. 손해나 이득을 떠날 때 이것을 깨달음의 길에 바르게 들어갔다 하고, 자기만의 깨달음을 구하는 길에 의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처님, 저는 이와 같은 말을 듣고서 남에게 성문이나 독각의 수행을 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