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초기경전
제4장 성인의 길
- 평안한 사람
“어떻게 보고 어떤 계율을 지키는 사람을 평안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고타마님, 가장 뛰어난 사람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죽기 전에 애착을 떠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는 미래에 대해서도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런 성인은 화내거나 두려워 떨지 않고 우쭐거리지 않으며, 후회 하지 않고 주문을 외거나 허둥거리지 않으며 말을 삼간다. 미래를 원하지도 않고 과거를 추억하며 울적해 하지도 않는다. 감관에 닿는 모든 대상에서 멀리 떨어질 것을 생각하며, 여러 가지 견해에 이끌리는 일이 없다. 탐욕에 멀리 떠나 거짓 없고 욕심내지 않으며, 인색하거나 거만하지 않고 미움받지 않으며 두말(兩舌)을 하지 않는다. 유쾌한 일에 빠지지 않고 교만하지도 않으며, 부드럽고 상냥하게 말하며 잘못 믿는 일도 없고 버릴 욕심도 없다. 이익을 바라고 배우지 않는다. 이익이 없을지라도 성내지 않는다. 애착 때문에 남을 거역하지 않으며, 맛있는 음식을 탐내지 않으며, 항상 평온해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남을 자기 처지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뛰어났다거나 못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번뇌의 불이 타오르지 않는다. 걸림없는 사람은 이치를 알았기 때문에 걸림이 없는 것이다. 그에게는 생존을 위한 애착도 생존을 끊어 없애려는 욕망도 없다. 모든 욕망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평안한 사람아라고 나는 말한다. 그에게는 얽매임의 매듭이 없고 이미 모든 집착을 뛰어넘었다. 그에게는 자식도 가축도 논밭도 주택도 없다. 이미 얻은 것도 얻지 못한 것도 그에게는 찾아볼 수 없다. 범부와 사문 또는 바라문들이 그를 비난하여 탐욕이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는 욕심 같은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힐난을 받아도 동요하지 않는다. 그 성인은 탐욕을 떠나 인색하지 않으며, 자기가 잘났다든가 못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분별을 두지 않으므로 망상 분별에 따르지도 않는다. 그는 세상에서 가진 것이 없다. 또 없는 것을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는 어떤 사물에도 이끌리지 않는다. 이와 같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평안한 사람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