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선이란?
파수오경간월출(芭岫午更看月出)허고
뾰족한 산봉우리에 달 뜨는 것을 보고,
두견성리목장려(杜鵑聲裡牧將驢)로구나
두견새 소리 속에 나귀를 먹인다
원앙수출종교간(鴛鴦繡出從敎看)허되
원앙새 수 놓은 것은 보여 주거니와
불파금침도여인(不把金針渡與人)이니라
수 놓는 금침은 사람에게 건네 줄 수가 없느니라
<뾰족한 산봉우리에 달 뜨는 것을 보고, 두견새 소리 속에 나귀를 먹인다>
‘파수오경’의 오경은 ‘낮 오(午)’자 오경입니다. 달은 밤에 뜨는 것인데
어떻게 해서 낮 오경에 달 뜨는 것을 보느냐?
이 ‘파수오경간월출’은 볼래야 볼 수 없고 들을래야 들을 수 없고
만져볼래야 만져볼 수도 없는 한 물건을 깨닫는 도리를 표현한 것이고,
두견새 소리 속에 나귀를 먹인다’하는 것은 내가 나를 깨닫는 그 도리에
입각해서 깨달은 뒤에 수행해 나가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원앙새 수 놓은 것은 보여 주거니와
수 놓는 금침은 사람에게 건네 줄 수가 없느니라>
참선은 바로 내가 나를 깨닫는 길이며, 그 길을 통해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 목적지에 도달하는 바른 길을 알고, 또 열심히 행해 가야
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깨달아서 생사해탈을 하고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이어 받음으로써, 나도 영원히 행복하고 모든 중생도 영원히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소원이 있다 하더라도, 바른 수행 방법을
알지 못하면 그 소원을 이룰 수가 없을 것입니다.
또 바른 길을 알았다 하더라도, 쉬지 아니하고 중단하지 아니하고
열심히 가지 아니한다면 도를 성취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삼천년 전에 부처님이 출현하셔서 불교를 펴시기 이전부터,
이 우주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참나’는 있어 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참선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도
어려서부터, 대관절 이 인생이란 게 무엇이냐? ‘나’라 하는 것이 무엇이냐?
어디에서 부터 와 가지고 한 평생을 희로애락의 많은 고비 고비를 겪으면서
마침내는 일생을 하직하고 어느 곳으로 또 가느냐? 생각하면 생각해 볼수록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서고금의 성현들도 이 문제를 위해서 많은 힘을
거기에 쏟았던 것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은 말로써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이고,
귀를 통해서 들어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이론으로 따져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생의 힘을
다 소비한다 하더라도 이론으로써는 도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직 ‘참선법’을 통해서 ‘깨달아야만’ 되는 것입니다.
이론을 통해서 얻어지는 결론은 ‘아는 것’에 불과한 것이고,
참선을 통해서 도달하는 것, 그것은 ‘깨달음’인 것입니 다.
깨달음과 아는 것과는 전연 질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론을 통해서
법을 연구하는 사람은 마침내 중생의 사량 분별심(思量分別心)을
조장하는 결과 밖에는 안되는 것이라, 그걸 가지고는
생사해탈이 아니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