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 제1절 (1) 간절한 기도

기도를 할 때는 지극한 마음, 간절한 마음 하나면 족하다.

복잡한 형식이나 고차원적인 생각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간절하게 부처님을 생각하고 지극한 마음을 전하면 되는 것이다.

더 쉽게 이야기해 보자.

간절하다는 것은 마음을 한결같이 갖는 것이다. 기도하는 사람은 반드시 소원이 있기 마련이고, 그 소원을 이룩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뭉쳐야 한다.

“잘 되게 하소서. 잘 되게 해주소서. 잘 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마음을 하나로 모아 간절히 기도하면, 반드시 소원을 성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신라의 원효스님께서는 기도하는 법을 이야기하면서, “절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시려도 불 생각을 하지 말고, 주린 창자가 끊어져도 먹을 생각을 하지 말지어다.”라고 하셨다.

이것은 얼어 죽든 굶어 죽든 상관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다. 밥 생각, 불 생각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간절히 기도하라는 것이다.

기도를 하다 보면 처음 얼마 동안은 마음이 잘 모이지만, 조금 지나면 갖가지 잡념들이 더욱 많이 일어나게 된다. 몸이 고단하다는 생각, 내가 올바른 방법으로 기도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 공연한 기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 이러한 생각들이 기도를 망쳐 버린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억지로 없애려 한다고 하여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억지로 없애려고 하면 더욱더 일어나는 것이 번뇌 망상의 속성인 것이다.

그러므로 회의가 생기고 잡념이 일어나는 고비를 만나면, 거듭 소원을 곧게 세우고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 이렇게 간절히 기도하다 보면 일념삼매(一念三昧)에 빠져들게 되고, 잠깐이라도 깊은 기도 삼매에 빠져들면 불보살의 가피력을 입어 소원을 남김없이 성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북 영천에 과수원을 경영하는 50대 초반의 처사 한 분이 살고 있었다.

지금부터 수년 전, 그 처사는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며 굴신(屈伸)조차 할 수 없는 허릿병에 걸리고 말았다. 처사는 들것에 실려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고, 용하다는 한의사를 찾아다니며 침도 맞고 한약도 달여 먹었지만 전혀 효험이 없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 때 비구니 스님이 된 처사의 여동생이 찾아왔고, 여동생은 관세음보살 기도를 할 것을 청하였다.

“오라버니, 관세음보살님을 지극정성 부르면 죽을병도 능히 고칩니다. 그까짓 허릿병 하나 못 고치겠습니까? 누워서 특별히 할 일도 없을 것이니, ‘노시는 입에 염불한다.’고 부지런히 관세음보살을 외우십시오.”

얼마 동안 처사는 동생이 시키는 대로 관세음보살을 외웠다. 그러나 깊은 믿음이 없었던 그는 열심히 외우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영영 불구자가 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염불 자체에 대한 회의에 빠져 버렸다.

‘관세음보살을 외운다고 어찌 허리 병이 나을까 보냐? 나도 참 바보지. 일은커녕 걷지도 못하고 방구석에만 누워 있어야 하는 이내 신세……. 아, 차라리 콱 죽어 버리자.’

그는 가족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일도 못하고 사느니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것이 낫다. 먹고 죽어 버리게 농약 가져오너라. 빨리 가져와!”
하루에도 몇 차례씩 가족들을 향해 ‘농약 먹고 죽어 버리겠다.’고 소리치자, 견디다 못한 가족들은 다시 동생 비구니 스님을 청하였다.

“오라버니,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간절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불러 보세요. 틀림없이 허리가 나아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병원에서도 치료하지 못하는 병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관세음보살이 어떻게 고쳐? 여러 소리 말고 농약이나 가져와! 콱 죽어 버리게.”

“그렇게 농약 먹고 발광하다 죽고 싶소?”

“그래, 이제 사는 것도 지겹다. 빨리 농약이나 가져오너라.”

헛간으로 뛰어간 동생 비구니는 농약 한 바가지를 푹 퍼 가지고 와서 오라버니의 입 앞에 갖다 대며 소리 쳤다.

“자, 입을 벌려요. 내가 부어 넣어 줄 테니까.”

“……”

“뭘 망설여요? ‘아’ 하라는데……”

처사는 여동생의 당돌한 행동에 깜짝 놀라 입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농약을 먹지 않으려거든 지금부터 관세음보살을 부지런히 외우세요. 부지런히 외워 꿈속에서도 관세음보살을 외우게 되면, 묘한 약이 생기기도 하고 용한 의사를 만나 병이 금방 낫게 될 것입니다.”

여동생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처사는 그 순간부터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은 불렀다. 소리 내어 관세음보살을 찾기가 쑥스러워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을 염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하기를 7일째 되던 날 저녁, 처사는 문득 꿈을 꾸었다.

처사가 사는 동네에 의사 한 명과 세 명의 간호사가 갑자기 찾아와서, ‘악성 전염병이 돌고 있으니 모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며 동네 사람 모두를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처사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의사 앞으로 가자, 의사는 다른 사람은 거들떠볼 생각도 않고 처사를 끌어당겨 청진기로 진찰을 하는 것이었다.

“보통 예방주사로는 당신 병을 고칠 수가 없소, 저 침대 위에 누우시오.”

처사가 침대 위에 눕기 바쁘게 의사는 맥주병만 한 큰 주사기를 가져와서 인정사정을 두지 않고 허리에 꽉 찌르는 것이었다.

“아야!”

처사는 소리를 지르며 꿈에서 깨어났고, 꿈에서 깨어나서 보니 자신이 벌떡 일어나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는 서서히 몸을 움직여 보았다. 그러나 불편한 곳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구제 불능의 허리 병이 완전히 나아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 처사가 조급증과 무기력 속에 잠겼을 때 영영 기도를 그만두었다면 어찌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입을 수 있었겠는가? 여동생 스님의 적절한 방편으로 처사는 관세음보살을 찾는 기도를 마음속으로라도 할 수 있었고,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허리 병이 완쾌된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를 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을 나약하게 만드는 수많은 생각들을 잘 단속하여야 한다.

오히려 잡생각이 일어날 때일수록 마음을 곧게 다져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 ‘나를 속일 불보살은 없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더욱 부지런히 기도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불자들이여, 요긴하게 마음에 새겨라. 기도 성취의 비결이 ‘간절 절(切)’이 한 글자 속에 있음을!

물체의 형상이 길면 그림자도 길고 소리가 크면 메아리도 크듯이, 내가 드리는 정성이 크면 클수록 불보살의 감응(感應)도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간절 切’이 한 그림자가 온몸에 사무치도록 간절하게 기도하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삼매에 빠져들어 반드시 불보살의 가피력을 크게 입게 된다.

부디 지극한 마음, 간절하고 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기를 당부 드린다.

日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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