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좌에 올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이것은 주구(主句)인가, 빈구(賓句)인가, 파주구(把住句)인가, 방행구(放行句)인가. 대중스님네는 가려낼 수 있겠는가. 가려낼 수 있으면 해산하고 가려낼 수 없으면 내 말을 들어라.
맨 처음 한마디와 마지막 한 기틀[機]은 3세의 부처님네도 알지 못하는 것인데 내가 지금 여러분 앞에 꺼내 보이니, 북을 쳐서 대중운력이나 하여라. 천년의 그림자 없는 나무가 지금은 밑 없는 광주리가 되었다. 2천년 전에도 이러하였고 2천년 후에도 이러하며, 90일 전에도 이러하였고 90일 후에도 이러하다. 위로는 우러러야 할 어떤 부처도 없고 밑으로는 구제해야 할 어떤 중생도 없다. 그런데 무슨 장기·단기를 말하며 무슨 결제·해제를 말하는가.”
주장자를 들어 한 번 내리친 뒤에 말씀하셨다.
두 쪽을 다 끊고 중간에도 있지 않네
빈 손으로 호미 들고 걸어가면서 물소를 타네
사람이 다리 위를 지나가니
다리는 흐르는데 물은 흐르지 않네.
閒斷兩頭不居中 空手把鋤頭
步行騎水牛 人從橋上過
橋流水不流
할을 한 번 한 뒤에 “안녕히 계시오” 하고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懶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