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처님 오신날
음력 4월8일은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날이다. 이 날은 전국의 사찰에서 부처님 오신날을 봉축하며 법요식을 봉행한다. 법요식 중 욕불의식이 있는데 부처님이 탄생하신 것을 축복하여 향탕수로 목욕시키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아기 부처님이 탄생하셨을 때 아홉마리 용이 공중에서 향기로운 물을 솟아나게 하여 신체를 목욕 시켰다는 데서 유래한다. 이 날은 부처님전에 등을 밝히는데, 인간과 더불어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선언하시고 온 세상의 고통을 구원하고자 서원하신 부처님의 높은 뜻을 기리며 사바세계에 나투신 크나큰 인연을 경축하는 의미이다.
연등회는 부처님 당시에 빔비사라왕이 불전에 1만등을 켜서 공양한 예가 있고, 가난한 여인이 한등을 켜서 1만등을 능가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는데서 유래한다. 촛불이 자기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듯이 등을 켜는 이유도 가정과 사회, 세계를 밝히겠다는 서원 의 발로인 것이다. 이 연등법회는 ≪삼국유사≫에 초파일부터 보름까지 경주의 남녀가 다투어 탑돌이를 한 기록에서 전통문화 행사로 치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2) 출가하신날 – 출가절
음력 2월8일은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날이다. 모든 중생을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건지시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이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왕궁을 떠나 출가하신 날로서, 불자들은 부처님을 본받아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보살이 되겠다는 서원을 세우며 기념법회를 가진다.
3) 깨달음을 이루신날 – 성도절
음력 12월 8일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성취하신 날이다. 이 날을 기념하여 선방의 수행자들은 일주일간 철야 용맹정진을 하며, 일반 사찰에서도 발심 정진하는 철야 법회를 갖는다. 부처님께서 행하신 수행을 본받아 불자들은 부처님처럼 생사의 고해에서 벗어나 열반을 얻어 일체중생을 교화하고 불국정토를 건설하겠다는 서원을 세우며 기념법회를 가진다.
4) 열반에 드신날 – 열반절
음력 2월 15일은 부처님께서 일체의 번뇌를 끊어 열반에 드신 날이다. 부처님의 열반은 이 세상의 모든 번뇌를 확실히 끊었다는 점에서 반열반 이라고도 한다. 즉,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교화하시던 시기는 인연의 꺼풀인 육체를 지니신 단계이지만, 그 꺼풀조차 벋었다는 점에서 깨달음의 큰 완성으로 보는 것이다. 불자들 또한 몸을 바르게 하고 노여움을 참고 악심을 버리고 탐욕을 버리고 열반의 경지를 성취하겠다는 서원을 세우며 기념법회를 가진다.
5) 우란분절 – 백중
음력 7월 15일을 여름안거 해제일이며 백중날이다. 백중(白衆)은 과일과 음식등 백가지를 공양한 백종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선방에서는 하안거동안 정진하면서 생긴 스스로의 허물을 대중앞에 사뢰고 참회하는 자자(自恣)를 행하며, 불자들은 선망 부모를 천도하는 우란분절법회를 가진다.
이 우란분절법회는 안거수행 대중에게 공양을 올린 공덕으로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제한 목련존자의 효행에서 비롯되었다. 목련존자가 신통력을 얻은 후 천안으로 어머니를 찾아보았더니 어머니가 무간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구제할 방법을 부처님께 여쭈었더니 그때에 부처님께서 지금 살아있는 부모나 7대의 선망부모를 위하여 하안거 해제일에 음식, 의복, 등촉, 평상등을 갖추어 시방의 고승대덕들에게 공양하던 그 공덕으로 지옥의 고통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하며 그대로 행한데서 유래한다. 조선시대에도 음력 4월 초파일과 백중을 일년중 가장 큰 행사로 여겼다.
민간에서는 이 날이 고된 농사를 끝내고 벌이는 칠월의 세시 명절이다. 세벌김 매기인 만두레를 끝낸 다음 벌이는 농민 및 머슴들의 대동굿으로서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최대 축제일이었다. 불자들은 한여름의 풍성한 과일이나 햇곡식을 들고 절을 찾아 스님들께 공양하거나 조상천도를 위한 기도를 한다.
6) 그 밖의 명절의례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된지 1,600여년이 넘었다. 그 기간동안 불교는 민족과 영욕을 함께 해왔으며 민속의 많은 부분을 불교의식속에 받아 들였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전통민족과 불교 행사가 서로 구별되지 않을 정도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민속 명절을 하나의 의례로 정리하여 지켜가고 있다.
정월에 사찰에서는 마을 주민들과 더불어 여러가지 행사를 했다. 즉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어온 장승이나 서낭당 당산거목, 국사당의 제사에 참여하거나, 절 입구의 서낭이나 장승 앞에서 원앙재(연말), 성황재(연초)를 지내 질병을 막고 절의 융성을 기원하기도 했다. 또는 신년 첫 법회를 사찰의 대중스님들과 불자들이 함께 지내며 일년의 평안을 발원하기도 한다. 이 법회를 통알 또는 세알이라고 하는데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하여 삼보와 호법신중, 그리고 인연있는 일체 대중에게 세배드리는 의식이다.
2월에는 연등놀이가 유명했으나 요즈음 4월 초파일 연등행사로 바뀌었다. 등은 각종 동식물의 형상을 떠서 만든 것 이외에도 일월등, 종등, 묵등, 칠성등, 모행등 등의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이 연등행사를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 될 정도로 장엄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입춘에는 홍수, 태풍, 화재의 세가지 재난인 삼재를 벗어나게 하는 삼재 풀이를 하고 일년 내내 풍요로움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그 외에도 삼월 삼짇날 불공, 단오, 칠석등 각종 민속절기마다 절에서는 불공과 기도를 올리며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으며 기원하기도 한다.
민족의 세시풍속을 불교가 받아들여 불교 명절화한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민중들의 소망을 받아들여 고통을 함께 나누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불교가 민간신앙을 수용, 전승하며 발전시켰기 때문에 민중과 함께 가꾸어 나가는 민족종교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