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의 녹자모 강당(鹿子母講堂)에 계실 때였다. 바라문 출신인 수학자 목갈라나가 부처님을 찾아와 말했다.
“부처님, 여쭐 말씀이 있는데 들어 주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목갈라나, 마음대로 물어서 의문을 풀도록 하시오.”
“부처님, 이 녹자모 강당의 층계는 일층을 오른 뒤에야 이·삼·사 층으로 오르게 됩니다. 이와 같이 층계를 따라 차츰차츰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코끼리를 다루는 사람도 순서를 따라 길들일 수 있습니다. 바라문들도 차례를 따라 베다를 배웁니다. 우리들이 수를 배우고 수학으로써 살아가는 것도 또한 순서를 따라 차츰차츰 이루어집니다.
부처님, 부처님의 법과 율에는 어떠한 순서가 있어 차츰차츰 성취하게 됩니까?”
“목갈라나, 바른 주장이라면 그것은 순서대로 차츰차츰 성취하게 될 것이오. 나는 이 법과 계율을 순서대로 성취하였소. 만약 나이 어린 비구가 처음으로 와서 도를 배우고자 하여 법과 계율에 들어오면 나는 먼저 이렇게 가르치오.
‘너는 와서 목숨을 다해 몸을 지켜 청정하게 하고 말과 뜻을 지켜 청정하게 하라. ‘
그가 시킨대로 하면 나는 다시 그 다음을 가르치오.
‘너는 홀로 멀리 떠나 나무 밑이나 숲속 혹은 무덤 사이 같은 한적한 곳에서 살아라. 그런 곳에 가서 단정히 앉아 원을 바로 세워 생각이 다른 데로 팔리지 않도록 하여라. 남의 재물과 가구를 보더라도 탐심을 내지 말고 마음을 깨끗이 가져라. 성냄과 수면에도 그렇게 하고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그 마음을 깨끗이 지켜라.’
목갈라나, 그러나 장로 비구나 학덕이 높은 바라문에게는 더 깊은 것을 가르치오. 구경(究竟)에 가서는 모든 번뇌가 다하고 지혜를 얻는다고 가르치오.”
“부처님, 그와 같이 가르치고 훈계하면 제자들은 다 구경의 지혜를 얻어 반드시 열반을 얻게 됩니까?”
“누구나 한결같을 수는 없소. 얻는 사람도 있고 얻지 못하는 사람도 있소”
“열반은 있고 열반으로 들어가는 길도 있으며, 더구나 부처님은 현재 그 길을 가리키시는 분인데, 어째서 그들은 구경의 열반을 얻기도 하고 얻지 못하기도 합니까?”
“목갈라나, 당신에게 묻겠소. 당신은 라자라하를 알고 거기로 가는 길도 알고 있소?”
“예, 알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라자가하와 그곳으로 가는 길을 묻는다면 당신은 아는 대로 가르쳐 줄 것이오. 그러면 그는 가르쳐 준 길대로 따라가면 거기에 도달할 것이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바른 길을 버리고 잘못 길을 들거나 게으름을 부린다면 끝내 그곳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오. 라자가하가 있고 그곳으로 가는 길도 있으며, 그리고 당신은 그 길잡이였는데, 어째서 어떤 사람은 가고 또 어떤 사람은 가지 못하오?”
“부처님, 저는 그 일에 책임이 없습니다. 제 가르침을 따른 사람은 도달할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은 도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소, 나도 또한 책임이 없소. 열반이 있고 열반으로 가는 길도 있어 나는 길잡이로서 비구들에게 가르치고 훈계하였지만, 열반을 얻은 이도 있고 얻지 못한 이도 있소. 그러니 그것은 저마다의 행동에 달린 것이오. 나는 다만 길을 가리킬 뿐이고 그의 행을 보고 ‘마침내 번뇌가 다하였다’ 고 인정할 따름이오.”
수학자 목갈라나는 모든 의심이 풀렸다.
“부처님, 저는 알았습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승단에 귀의합니다. 원컨대 저를 받아 신도가 되게 해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하도록 삼보에 귀의하겠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수학자 목갈라나와 비구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