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주리판타카

조선의 주리판타카

‘주리판타카’는 원래 바보였는데,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의 법을 이은 유명한 비구다. 조실스님으로부터 이 판타카 형제에 대한 얘기를 들은 최창호는 대단한 결심을 했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어 인가를 받았으니 대흥사의 중흥조 범해각안화상이 바로 그분이다.

조선 중엽이었다. 지금의 해남 대흥사에는 많은 스님들이 모여 정진을 하고 있었다. 어림잡아 7백 명은 족히 되었다. 대흥사 산내 암자인 진불암은 선방으로 유명하여 전국에서 공부깨나 한다는 납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그리하여 연일 야단법석이 벌어지곤 했다. 야단법석이란 글자 그대로 노천에 법석을 마련하고 불법을 강의하는 자리였다.

진불암이 유명하기는 하나 수많은 납자들을 다 법당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으므로 법당 앞에 단을 시설하고 법석을 열곤 하였다. 하루는 조실스님이 결제를 맞아 법어를 하고 있었다. 본방 대중 7십여 명과 큰절 대중 7백여 명이 함께 모이니 조그마한 암자의 앞마당은 스님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조실 스님도 신이 나서 저절로 법문이 나왔다.

그때 마침 진불암에 창호지를 팔러 온 사람이 있었다. 매일같이 창호지를 팔러 다녔기에 사람들은 그의 성을 앞에 붙여 최창호라고 불렀다. 그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가 말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실스님의 풍채가 하도 좋아서 처음에는 법문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스님들의 경건한 모습과 장엄한 법석만이 들어왔다. 나중에는 법문에 정신을 집중해 보았지만,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에는 스님들의 생활이 좋아보였다. 세상의 번뇌, 시름 다 잊고 수행에 전념하는 생활이 좋아 보였다.

자기도 머리를 깎고 싶은 생각이었다. 법회가 끝나고 대중들은 모두 흩어졌다. 큰절 스님네는 큰절인 대흥사로 돌아가고 본당 대중들은 선방으로 들어갔다. 최창호는 조실스님이 계신 방문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창호더냐. 들어오너라.” 최장호는 깜짝 놀랐다.

아직 아무에게도 자기의 이름을 밝힌 적은 없었다. 더욱이 조실스님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창호는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아니, 어떻게 큰스님께서 제 이름을 다…?” 조실스님이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자네 이름을 아느냐, 이 말이겠지?” “예, 그렇습니다. 아직 큰스님께 밝힌 적이 없었는데요.”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어인 일로 내 방을 찾아왔느냐?” “예, 큰스님. 저도 머리 깎고 중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번 스님들처럼 한량하게 살아 보고 싶습니다.”

“스님들의 생활이 좋아 보이더란 말이지? 머리만 깎으면 번뇌가 저절로 사라져 버릴 것 같고?”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 보였습니다.” 조실스님은 최창호를 바라볼 뿐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그 형형한 눈빛은 온 세계를 사르고도 남을 것만 같았다. 최창호는 답답함을 느꼈다. ‘하긴 내 주제를 알아야지. 창호지나 팔러 다니는 주제에 스님이 되겠다니.” “스님께서 허락하시지 않는군요. 그럼 하는 수 없지요.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그때였다. 조실스님이 단호히 말했다. “갈 테면 가려무나. 그 정도 결심도 없이 스님이 되겠다는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 최창호는 슬그머니 오기가 생겼다. 일어서려다가 다시 주저 앉았다. 조실스님의 다음 말이 어떻게 나오나 보고 싶었다. 어차피 바쁜 몸도 아니었다. 버티는 데까지 버텨 보겠다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렇게 대여섯 시간이 흘러갔다. 이윽고 조실스님이 입을 열었다. “간다고 하던 사람이 어찌하여 이제껏 앉아 있느냐. 빨리 나가서 창호지를 팔아야 먹고 살지 않겠느냐?” 이번에는 최창호 쪽에서 입을 열지 않았다. 밤이 이슥해졌다.

점심은 진불암에서 법회 끝에 얻어 먹었지만, 저녁 공양도 거른 채, 열 시간도 넘게 한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조실스님이 두 번째로 입을 열었다. “가서 쉬어라. 그리고 밝은 날 다시 얘기하도록 하자.” 하지만 최창호는 받아들이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버티기로 작정한 터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실스님은 선정에 들어있었다. 최창호도 조실스님과 같이 가부좌를 맺고 그대로 따라하였다. 날이 밝았다. 조실스님이 최창호를 돌아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렸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진시(오전 7시에서 9시까지)를 훨씬 넘어서야 비로소 조실스님은 최창호에게 중이 될 것을 허락했다. “중을 만들어 줄 테니 한번 열심히 공부해 보겠느냐? 네 끈기가 가상하여 허락하는 것이다.” 최창호는 기뻤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실스님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그날로 조실스님의 말씀에 따라 머리를 깎았다. 그는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세상의 온갖 시름과 번뇌가 한꺼번에 녹는 듯했다. 최창호는 그날부터 물을 긷고 나무를 했다. 채마밭도 가꾸고 밥짓고 빨래하고 국 끓이고 행자들이 겪어야 할 모든 일들을 도맡아 했다.

그는 아무리 일이 고되어도 힘든 줄을 몰랐다. 그만큼 신이 났던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염불만큼은 아무리 외워도 영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부엌에서 부지깽이로 부뚜막을 두드리면서도 염불을 했고 산에 나무하러 가서는 지게 발목을 두드리면서도 염불을 외워 댔지만, 단 한 줄도 기억할 수 없었다.

대중들은 그런 최창호를 두고 ‘바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는 이제 최바보가 된 것이다. 그는 온갖 굴욕을 참으며 열심히 노력했다. 반년이 지났지만 전혀 진척이 없었다. 천수대 비주도 외우지 못했고, 그 짧은 반야심경도 외우지 못해서 수계도 받지 못했다. 어느 날 그는 혼자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나는 절집과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야, 도대체 염불 한 줄 외울 줄 모르는 천치 바보가 어떻게 중노릇을 한단 말인가.’ 최행자는 조실스님을 찾았다.

마침 조실스님은 짚신을 삼고 있었다. 최행자가 들어가 큰절을 삼배 올리고 다소곳이 앉아도 눈길 하나 돌리지 않고 여전히 짚신만 삼고 있었다. 답답한 최행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큰스님, 아무래도 저는 하산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산하여 다시 창호지 장사나 하겠습니다. 반년이 지나도록 염불 한 줄 외우지 못하는 제가 어떻게 부처님의 법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큰스님, 허락하여 주십시오.” 조실스님이 짚신을 삼던 손을 멈추고 최행자를 넌지시 바라봤다. 그 눈길에는 다정함이 배어 있었다.

조실스심이 짚신을 최행자에게 내어 보이며 물었다. “이것이 무엇인고?” 최행자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예, 그것은 짚신입니다.” 조실스님이 다시 말했다. “짚신은 용케 잘도 기억하는구나.” “그것도 기억 못 하는 바보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큰스님!” “나는 짚신도 기억할 줄 모른다. 지금 네가 말해 주어서 비로소 이것이 짚신인 줄 알았구나. 너는 짚신이라도 기억할 수 있으니 바보는 아니다.

옛날 부처님 당시에 판타카 형제가 살고 있었느니라. 형은 마하반타카였고, 아우는 주리판타카라고 했지. 그 형제는 부처님께 귀의하여 위대한 깨달음을 얻었단다. 너 주리판타카 얘기를 알고 있느냐?” “모르옵니다, 큰스님. 아직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무슨 얘기이옵니까?” “얘기해 주면, 그래 그것은 기억할 수 있겠느냐?”

“예, 염불은 외지 못해도 옛날 얘기 같은 것은 한번 들으면 거의 다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합니다. 들려주소서.” 조실스님은 주리판타카 얘기를 했다. 부처님께서 생존해 계실 때 판타카 형제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부처님이 훌륭하시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에게 귀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들은 부처님이 계시는 사위국의 기원정사로 향했다. 부처님께서는 마침 뜰을 거닐고 계셨다.

판타카 형제가 가까이 다가가 부처님께 인사를 드렸다. 형이 말했다. “부처님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형제로서 저는 마하판타카라고 합니다. 제 아우는 주리판타카라고 하고요. 저희들은 부처님께서 훌륭하시다는 말을 듣고 귀의하고자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저희들도 부처님의 제자가 될 수 있는지요.” 부처님께서 자비하신 눈길로 돌아보시며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판타카 형제여! 착하구나.

나의 제자들이여. 이제 너희에게 출가하기를 허락하노니 부담없이 앉거라.” 판타카 형제가 자리에 앉아 부처님의 다음 말씀을 기다렸다. 부처님께서는 판타카 형제에게 불제자로서 지켜야 할 계율의 덕목을 말씀하시고, 삼귀의를 말씀하셨다. “판타카 형제여, 그대들은 앞으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어떠한 경우라고 부처님을 따라 배우겠는가?” “예, 부처님. 저희들은 부처님께 의지하고 다른 신을 섬기지 않으며 종신토록 부처님을 따라 배우겠습니다.”

“잘했다. 판타카 형제여! 이제 그대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고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며 불법을 닦아 익히겠는가?” “예, 부처님. 저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고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능가할 만한 가르침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이 몸과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불법을 닦고 익히겠나이다.” “아주 잘했구나. 판타카 형제여! 그대들은 나의 제자들에게 의지하여 함께 탁마하고 화합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능히 실천할 수 있겠는가?” “예, 부처님. 저희들은 대중들과 잘 화합하고 뜻을 어그러뜨리지 않겠사오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영원하도록 실천하겠나이다. 거두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적이 만족한 표정을 지으시며 그들에게 다섯 가지 계율까지도 말씀하셨다.

그리하여 그들은 불제자가 되었다. 형 마하판타카는 열심히 공부했고 머리가 명석하여 무슨 교리든 쉽게 이해하였다. 그런데 아우 주리판타카는 머리가 하도 둔하여 아무리 간단한 말씀도 기억하질 못했다. 주리판타카는 대중들로부터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다.

주리판타카는 눈물을 머금고 참아 냈다. 대중들로부터 바보라고 놀림받는 것이 서러워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바보라는 사실이 서러웠다.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었으나 자신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억할 수 없다는 그 자체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주리판타카는 부처님 곁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부처님을 찾아뵈었다. “부처님, 저는 아무래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에는 역부족인 듯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설하셔도 저는 한 마디도 기억하지 못하오니 말입니다. 하여 하산하고자 하오니 허락하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주리판타카야! 내 말을 기억하거나 외우는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느니라. 오늘부터 너는 도량을 말끔히 쓸고 대중스님 네가 탁발하고 돌아오면 그들의 발을 깨끗이 닦아 드리는 일을 하라. 매일 같이 이처럼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은 그러시면서 빗자루를 주리판타카에게 쥐어 주시고 말씀하셨다. “이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 때 오른쪽으로 쓸면서 ‘빗자루 추’ 자를 외우고, 왼쪽으로 쓸면서 ‘쓸 소’ 자를 외우도록 해라. 그렇게 매일같이 하다 보면 깨달을 날이 있을 것이다.

주리판타카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었다. 그러면서 ‘빗자루 추’ 자와 ‘쓸 소’ 자를 외웠다. 그러나 워낙 머리가 우둔하였던 까닭에 ‘빗자루 추’ 자를 외우고 나면 ‘쓸 소’ 자를 잊어버리고 ‘쓸 소’ 자를 외우고 나면 ‘빗자루 추’ 자를 잊어버렸다. 앞 글자를 기억할 때, 뒷 글자를 잊어버리고 뒷 글자를 기억할 때 앞 글자를 잊어버리는 둔재였으나 옆에서 부처님의 특별 지시를 받은 비구가 계속해서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한 파수가 지나자 두 글자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래서 주리판타카는 ‘추소비구’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는 그 두 글자를 기억하고도 다른 것을 더 배우려 하지 않고 항상 두 글자만 외워 댔다. 몇 년이 지나갔다. 그는 그 여러 해 동안 오직 ‘빗자루 추’ 자와 ‘쓸 소’ 자 두 글자만 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주리판타카 추소비구는 문득 빗자루를 던져 버렸다. “알았다. 나는 알았다. 나는 이제 부처님께서 내게 빗자루를 주시며 도량을 쓸게 하신 이유를 알았다.

나는 알았다구. 아, 이 기쁨, 이 환희여.” 마당을 거닐던 비구들이 이렇게 외치는 추소비구의 음성을 들으며 저들끼리 비웃었다. 미친놈이라고까지 했다. 이제는 어리석다 못해 미쳐 버렸으니 얼마나 불쌍한 일이냐고까지 했다. 어느 날, 비구니들이 모여 사는 숭방에서 법회가 있었다. 비구니들은 법상에 올라가 설법을 할 수 없었기에 보름마다 반드시 비구를 초빙하여 법문을 들었다.

그날도 비구니들은 부처님께 청을 올려 법문할 비구를 보내 달라고 했다. 부처님은 주리판타카를 선택하여 보냈다. 대중들은 수군거렸다. 도대체 주리판타카 같은 바보 멍청이가 어떻게 법문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그러나 주리판타카는 불평 한마디 없이 승방으로 향했다. 승방에서는 이미 주리판타카가 법사로 온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녀들은 주리판타카를 골려 주자고 의견을 모았다. 부처님께서 선택하여 보내 준 비구이니 내놓고 불평은 할 수 없었고 그녀들끼리 그렇게 하기로 은밀히 작정을 했던 것이다.

주리판타카가 승방에 도착해 보니, 설법하는 법단이 지나치게 높았다. 비구니들이 법사가 올라갈 수 없도록 일부러 높게 설치한 것이었다. 주리판타카는 이미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이 되어 있었기에 그녀들의 심중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주리판타카는 손을 들어 법단 위로 올렸다.

그의 팔은 갑자기 늘어나 몇 길이나 되는 법단 위까지 올라갔고 약간 힘을 가하자 그 높은 나무 법단이 납작해졌다. 그는 법단에 올라 앉았다. 법단은 본래대로 높아졌다.

마치 용수철을 이용한 것처럼 낮았던 법단이 높아진 것이다. 비구니들은 내심 크게 놀랐다. 하지만 법문이야 별 게 있으랴 싶었다. 그러나 비구니들은 다시 한 번 놀랐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법문은 구구절절이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었으며 논리적이고 정확했다.

비구니들은 그제서야 주리판타카 추소비구를 공경하게 되었다. 그 어떤 비구보다도 가장 존경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도 대중들에게 주리판타카의 깨달음을 인지시키시고 앞으로는 얕잡아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타이르셨다. 조실스님의 얘기를 끝까지 다 듣고 난 최행자는 자신도 주리판타카 같은 수행자가 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조실스님도 흡족한 표정을 지으셨다. 방을 나온 그 순간부터 최행자는 후원일을 도맡아 하면서 열심히 천수대비주를 지송하였다. 몇 해가 흐른 어느 날 밤이었다. 대중 가운데 한 사람이 조실스님 방문을 두드리며 급히 외쳤다.

“조실 큰스님, 최행자의 방에서 이상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속히 나와 보십시오.” 조실스님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그래? 무슨 빛이 새어 나오는데?” 그리하여 진불암의 모든 대중들이 최행자 방문 앞에 모여들었다. 조실스님이 대중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최행자는 도를 얻었느니라. 앞으로는 바로 여러분들의 지도자가 될 것이니 각별히 공경하도록 하라.” 조실스님의 말에 모두들 수긍했다.

그 다음부터 최행자는 어떤 경이든 읽기만 하면 모두 외웠으며 아무리 처음 보는 경이라 해도 막히는 데가 없었다. 그런 최행자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최행자는 마침내 계를 받았다. 법명을 각안이라 했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정진하여 대도인이 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하여 대흥사 일대에서는 ‘조선의 주리판타카’라는 이름이 나게 되었다. 대흥사 제 13대 주지를 역임하면서 가람수호와 중생교화 학인 제접에도 큰 공헌을 했다. 어쨌든 조실스님은 이를 두고 언젠가 대중들에게 말했다.

“이 진불암은 창건 당시 신불이 나타나 ‘여기서 후일 진불이 출현하리라’ 하였는데 이제 바야흐로 진불이 출현했도다. 다들 열심히 정진하도록 하라.”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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