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80여 년 전에 경북 달성군 가창면 어느 마을에 이씨 성을 가진 갑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감나무가 80주가 넘어 감이 매우 흔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너무나 인정이 없고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이라 감이 물러서 떨어지는 것이 있어도 누구 하나 주워가지 못하게 하고 밤낮으로 지켰습니다. 나이 70세가 넘어서도 꼭꼭 쌀독을 지키며 며느리에게 쌀독 근처에 가지 못하게 하고, 또 돈이 생겨도 아들이 참견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저 할머니는 재물 밖에 모르는 할머니다’고 하였답니다. 할머니가 나이가 많아 죽자 아들은 좋은 묘터를 구하지 못하여 우선 감나무 밑에 가매장을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죽은 지 3개월이 좀 넘어서 며느리가 밥을 지으려고 쌀독 뚜껑을 열어보니 그 속에 한자 가량 되는 뱀이 있었습니다. 기겁을 해서 쫓아내고 쌀을 꺼내어 밥을 지었습니다.
지은 밥을 빈소에 올리려고 하니 얼마 전에 쌀독에서 보았던 그 뱀이 혼백 상자 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부자가 상식(上食)을 하고 곧 묘소로 가보니 묘소에 조그마한 구멍이 하나 뚫려 있는데 그 뱀이 그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릴 때 들은 말 중에, ‘죽은 혼령도 팔도 구경을 하면 좋은 곳에 간다’는 것이 기억났습니다.
어느 날 이부자는 상자 하나를 잘 마련하여 뱀 구멍 앞에 두고, “어머님 뱀이 되었거든 이 속으로 들어가십시오. 제발 들어가십시오.” 하였습니다. 얼마 뒤에 뱀이 나와 곧 상자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부자는 이 상자를 들고 팔도를 유람하였습니다. 금강산이 좋다 해서 금강산을 유람시키던 중 유점사에 이르렀습니다.
유점사 주지 스님께 말씀드리니 천도를 해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49일간 기도를 지극히 하여 49재를 올려드리니 그만 그 속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며칠 후 이부자의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더니, ‘내가 살아서 욕심을 많이 내고 남에게 베풀 줄 모르고 좋은 일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못하여 뱀의 몸을 받았다.
그러나 너의 그 정성과 유점사 스님의 법력으로 부처님께서 인도하셔서 좋은 곳에 태어나니 그렇게 알고 안심하여라.’ 하였습니다. 이부자는 그제야 어머니가 천도된 줄 알고 집에 돌아와 불사와 선행으로 여생을 바쳤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