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구해 주신 지장 보살님
당나라 화주(華州) 혜일사(慧日寺) 법상(法尙)스님의 출가에 관계된 이야기이다. 스님이 출가하기는 삼십 칠세 때인데 그때까지는 사냥하는 것을 즐기며 지내왔다.
여느 때와 같이 사냥 길에 나서 산을 누비고 다니다가 숲 속에서 간간이 어떤 빛이 보여 그곳에 가보니 거기에는 길이가 겨우 한자 남짓한 썩은 나무토막만이 있었다.
어쩐지 기이한 생각이 들어 나무토막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는 호랑이를 만나 의식을 잃고 말았는데 그의 꿈같은 의식 속에는 홀연히 한 스님이 나타나 자기를 가리고 호랑이에 맞서 싸우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호랑이에게 호령을 하니 호랑이는 어디론지 사라졌다.
“나를 이렇게 구해 주시는 당신은 누구 시오?” “나는 지장보살인데 네가 주워 둔 숲속의 썩은 나무가 곧 나의 몸이니라.
옛날에 너의 증조부가 이곳에 절을 짖고 부처님을 조성하여 모셨었는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절은 퇴락하고 다 없어졌으며, 그 당시의 나의 모양도 썩은 오직 나무 속만 남아 있었더니, 네가 그 후손으로 나의 광명을 보게 되었으므로 그 인연으로 내가 너를 구해 주는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 법상은 깨어났다. 그의 곁에는 그가 탔던 말이 울고 서 있었으며 호랑이는 간데 없었다.
그리고 다시 살펴보니, 그곳은 바로 자기가 썩은 나무를 주웠던 바로 그곳이었다. 호랑이에게 쫓기어 피하며 돌아다니는 동안에 자기도 모르게 그 썩은 나무가 있던 곳으로 와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얼마를 짖나 법상은 큰 결심을 하고 빛이 나던 곳에 절을 지어, 자기가 주운 썩은 나무에 향을 썩은 진흙을 발라 지장보살 존상을 조성하여 모셨다.
그리고 절 이름을 혜일정사(慧日精舍)라 하고 증조부의 정신을 이어받아 출가하여 열심히 수도 정진하였다. 법상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행하다가 78세가 되는 이월 이십 사일에 입적하였는데 그때 곁에 있던 도반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좀 전에 지장보살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 ‘너는 자씨여래(慈氏如來 ; 미륵불)의 삼회(三回) 설법 중에 제 이회(二回)에서 도를 깨칠 사람이다.
이제 죽게 되면 곧 도리천에 나게 될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천상에 나면 오욕락의 즐거움이 비할 데 없다고 하오니, 천상에서 쾌락을 받다 가는 보리도(菩提道)를 잊기 쉽다고 하옵니다.
그렇게 되면 부처님 뵈올 날이 멀어지지 않겠습니까?’고 하였더니 지장보살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렇다면 너희 소원대로 하여라. 네가 만약 극락정토에 가서 나고자 하거든, 마땅히 아미타불을 하루 낮 하루 밤 동안 전심전력 생각하라.
그러면 극락세계에 갈 수 있느니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곧 아미타불을 전심전력으로 생각하여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원하였더니, 이제 원을 이루어 정토 세계로 떠납니다.”라고 한 다음 합장하고 앉아서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왕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