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다라니 10만번을 외우고

조선 말기, 고(高)씨 성을 가진 한 젊은이가 문둥병에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온몸이 곪아터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떨어져 나가 양쪽 엄지손가락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쫓겨나게 된 그 젊은이는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한술 밥을 빌어먹으면서 모진 목숨을 부지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젊은이는 정자나무 밑에서 한 노스님을 만났고, 기도성취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의 병에 대해 물었습니다.

“스님, 제가 걸린 문둥병도 고칠 수 있습니까?” “고칠 수 있다마다.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 10만번만 외우면 능히 나을 수 있지.” “스님, 저에게 그 주문을 가르쳐 주십시오.” 노스님은 자상하게 그 주문을 써 주고, 직접 여러 차례 읽어 주었습니다.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 아리야 바로기제 새바라야 모지사다바야 마하사다바야 마하가로니가야 다나탸 아바다 아바다 바리바제 인혜혜 다나탸 살바다라니 만다라야 인혜혜 바라마수다 못다야 옴 살바작수가야 다라니 인지리야 다나탸 바로기제 새바라야 살바돗타 오하야미 사바하

젊은이는 곧바로 동네 앞에 있는 개천가로 가서 잔돌 10만개를 모았습니다. 젊은이는 아침저녁, 동네에 들어가 밥을 얻어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외우는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한번 외우고는 돌을 하나 치우고, 또 한번 외우고는 돌을 하나 치우고 …. 이렇게 하다 보니 돌 10만개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고, 그날 밤 감미로운 한편의 꿈을 꾸었습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한 여인이 젊은이를 찾아와 두 팔로 안더니, 개천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정성껏 온몸을 씻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젊은이는 말할 수 없는 상쾌함을 느끼고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토록 자신을 못살게 굴었던 문둥병이 깨끗이 치료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젊은이는 <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일러준 노스님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다시 한번 만나 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절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그 노스님은 찾을 수도 없었고, 그와 같은 노스님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다만 젊은이가 불연(佛緣)이 깊음을 느낀 여러 스님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권했습니다.

“그 분은 틀림없이 관세음보살의 화신일 것이오. 은혜를 갚으려거든 중이 되시오.” 젊은이는 마침내 출가하여 덕산(德山)이라는 법명을 받았고, 경주 석굴암에서 일평생을 기도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를 10만번 외워 목숨을 구하고 불치병을 치료한 예는 참으로 많습니다.

이처럼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는 막연한 기도가 아니라, 10만번이라는 한정된 숫자를 두고 기도하는 것도 좋은 방편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중한 병에 걸렸거나 큰 장애가 있는 분이라면 이 모다라니를 정성껏 외워 보십시오.

10만번의 숫자 속에서 녹아 내리는 업장! 업장만이 녹아 내리면 거기에 청량이 있고 자유와 해탈이 있습니다. 부디 신심을 일으켜 한번 부딪쳐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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