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공의 염원
중국 천자가 총애하는 미모의 궁녀가 있었다. 천자는 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미인인 그녀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한 화공에게 그림으로 남길 것을 명했다.
그런데 칙명을 받은 화공이 붓을 잘못 떨어뜨려 배꼽밑에 붉은 점이 찍히고 말았다. 당황한 화공은 이를 수정하려 갖은 수를 썼으나 고칠수 없어 황제에게 그대로 바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본 황제는 “감춰진 배꼽 밑의 사마귀를 어찌 알고 그렸느냐”며 화공을 옥에 가두고 형벌을 주려했다. 그때 승상이 아뢰었다. “저 사람은 마음씨가 정직해 거짓말은 안할 것입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래, 마음씨가 어질다면 내가 어제밤 꿈에 본 사람의 형상을 그려 바치게 하라. 맞으면 그를 놓아 주리라” 하였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었다. 그런데 화공은 머뭇거림 없이 일필휘지로 제왕이 꿈에 본 사람을 그렸다. 이는 다름 아닌 십일면 관세음보살상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갑자기 허공에 나타나 그 모습을 보인 관세음보살. 그 놀라운 가피로 목숨을 구한 화공은 박사(博士) 분절이라는 사람과 함께 신라 동경(지금의 경주)에 이르러 중생사 관세음보살상을 봉안했다.
신라말기 정보 최은함은 늦도록 아들이 없어 이 절에서 기도해 옥동자를 낳았다. 애를 낳은지 채 석달이 못돼 후백제의 견훤이 군사를 일으켜 신라 서울을 습격하자 성안이 크게 혼란스러웠다.
은함은 아이를 안고 이 절 관세음보살님께 아뢰었다. “이웃나라 군사가 갑자기 쳐들어와 어린 자식을 보살필 사람이 없으니 큰 자비로 보호해 주소서.” 은함은 간곡히 기도한 후 아이를 포대기에 싸서 관세음보살상의 자리밑에 감춰두고 길을 떠났다.
적병이 물러간 반달후 절에 와 아이를 찾아보니 살결은 마치 새로 목욕한 것처럼 뽀송하고 입에서는 젖내가 아직 남을만큼 생생했다. 이후 옥동자는 자라면서 총명하고 슬기로움이 남보다 뛰어났다. 은함은 고려조에 들어와서도 왕건을 도와 벼슬이 대성에 이르렀다.
또 어느날 중생사 주지 성대스님이 그 보살상 앞에 끓어 앉아, “절 기운이 다해 공양미마저 없어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오니 용서해 주십시오”하고 하직하려 했다.
그런데 그날밤 꿈에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 “주지는 멀리 떠나지 말라. 내가 불사금으로 제비용을 충당케 하리라.” 이후 한 달이 지난 어느날 두 사람이 말과 소에 짐을 싣고 문앞에 이르렀다. “이 절 스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어디서 왔는고.” “우리들은 금주지방(지금의 김해) 사람인데 지난번에 중생사 스님이 찾아와 공양에 필요한 물건을 시주코자 이곳에 이르렀다 하였지요. 우리들이 이웃 마을에 시주를 거두어 쌀 여섯섬과 소금 넉섬을 얻어 모두 싣고 왔습니다.”
“이 절에서는 시주하러 간 사람이 없는데요.” “아닙니다. 지난번 그 스님이 중생사에 먼저가 기다리겠다 하였습니다.” 주지가 그들을 데리고 법당 앞에 이르자 그 사람들은 관음보살상을 보고 깜짝 놀라며, “이 부처님이 바로 시주하려 오셨던 스님입니다” 라는게 아닌가. 그 후 중생사는 쌀과 소금이 끊임이 없을만큼 번창했으며 이에 힘입어 스님들은 더욱 열심히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