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덩이에 빠지게 된 며느리
옛날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젊은 나이에다 얼
굴도 예쁘고 요염하게 생겼다. 그러나 그녀는 시어머니 때문에
자신의 정욕을 마음대로 불태울 수 없는 것에 늘 괴로워하며
몸부림을 쳤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시어머니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하
게 되었다. 그날부터 그녀의 시어머니에 대한 효도가 지극해졌
다. 아침 저녁으로 지성껏 시어머니를 받드는 것을 보고 칭찬
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남편의 마음은 더할 수 없이 기
뻤다. 어느 날 남편이 아내의 정성에 너무도 감격하여 아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머니를 봉양하는 당신의 지극한 정성은 바로 효부가 아
니고는 아무나 할 수 없소. 우리 어머니가 늘그막에 의지할 곳
은 바로 당신뿐인 것 같소.”
남편의 말을 듣고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어머니를 봉양할 수 있는 날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하늘에 태어나서 하늘의 봉양을 받을 수 있다면 제 소
원이 풀리겠습니다. 당신은 하늘에 태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
고 있는지요.”
남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다.
“바라문 법에 보면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거나,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지지는 등의 일을 행
하면 곧 천상에 태어난다고 하였소.”
“그런 법이 있다면 시어머님을 하늘에 태어나게 해서 하늘
의 공양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어
요. 이 세상에서 고생하게 버려두는 것은 자식된 도리로서 있
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내의 말이라면 무엇이고 믿어 왔던 남편은 이번에도 아내
의 말대로 하였다. 그들 부부는 먼 들판에 나가 큰 불구덩이를
파놓고 장작더미를 쌓아 놓았다. 시어머니를 위시해서 많은 친
척들이 모여 큰 연회를 베풀었다. 많은 바라문들도 참석하여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고는 음악과 노래로 종일 즐기며 놀았다.
이윽고 손님들이 흩어져 가고 늙은 어머니 혼자만 남았다. 그
부부는 어머니를 데리고 불구덩이 있는 곳으로 가서 어머니를
그 밑으로 떠밀어 넣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 버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어머니는 발판이 될 만한 큰 돌멩이 위
헤 걸려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혼신의 힘
을 다해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왔다. 그러나 집까지 찾
아가기에는 사방이 너무 깜깜했다. 평지는 짐작으로 더듬어 왔
으나 숲속 길에 들어서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거기에다 호랑
이 등 사나운 짐승들 때문에 더 이상 움직을 수가 없어 나무
밑에서 날 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의 말소리
가 들려왔다. 남의 보물을 훔친 도적들이 도망쳐 오다가 노모
가 있는 근처에서 쉬려던 참이었다.
노모는 겁게 질려 숨소리를 죽이고 그들의 말소리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목구멍이 가려워지며 기침이 나오려 했다. 아무
리 참으려 해도 참을 수가 없어 그만 기침을 떠뜨리고 말았다.
캄캄한 밤, 그것도 아무도 모를 숲속에서 갑자기 기침소리가
나자 도적들은 혼비백산하여 보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달아
나 버렸다.
다음날 새벽녘이 되자 그 노모는 도적들이 버리고 간 보물
을 하나하나 챙겨 가지고 왔다. 영락, 구슬, 금팔지, 귀고리 등
값진 보물이 가득했다. 이들 부부는 자기 어머니가 살아 돌아
온 것을 보자 깜짝 놀라면서 저것은 사람이 아니라 가시귀라
생각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들을 보며 이렇
게 말했다.
“내가 죽어 하늘에 태어났더니 이러한 보물을 많이 주더구나.”
그리고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 이 아름다운 영락과 구슬, 금팔지, 귀고리 등은 너의 부모와
고모부, 이모부 그리고 너의 형제들이 나에게 준 것이다. 나는
늙고 힘이 없어서 많이 가지고 오지 못했다. 그러나 네가 오면
얼마든지 주겠다고 하더라.”
이 말을 들은 며느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늙으신 시어머님께서는 불구덩이에 몸을 던졌기 때문에 이
러한 재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힘이 약하여 많이 지고
오지 못하셨다 하니 제가 가면 얼마든지 얻어 올 수 있을 것
입니다.”
남편은 이번에도 아내의 말을 따랐다. 남편은 전번에 했던
것처럼 불구덩이를 말들었다. 불이 한창 이글거리며 타는 구덩
이 속으로 그녀는 몸을 던졌다. 얼마 후 그녀는 새까맣게 타버
리고 몇 줌의 뼈만 그 자리에서 발견되었다. 이때 천신이 게송
을 읊었다.
사람들아 늙은이에게
부디 나쁜 생각 갖지 말라,
며느리가 시어머니 해치려다가,
도리어 제 몸을 태워 죽는 것과 같으리.
<<잡보장경>>
이 설화는 부처님 당시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날 우리
들의 현실 얘기가 아닌가 싶다. 고부간의 갈등과 불화 내지 비
극은 지금도 우리의 곁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옥야녀경>>에서 원수와 같은 며느리, 도둑과 같은 며느리
가 있다고 갈파하셨다. 그렇다면 정말 고부간의 갈등과 불화는
소멸시킬 수 없는 것일까. 여기서 불경 얘기를 하나 옮겨 보
자.
옛날에 신앙심이 두터운 젊은이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가 결혼을 했다. 결국 시어머니가 가출을 한 후 두 부부 사이
에 사내 아이가 태어났다. 며느리가 동네를 다니면서 “시어머
니는 항상 나를 미워했다. 시어머니가 계실 때는 경사스런 일
이라곤 하나도 없었는데 시어머니가 안 계시니 이처럼 사내
아이를 낳게 되는 경사를 만났다.” 하는 말을 퍼뜨렸다. 이 소
문을 들은 시어머니는 “세상은 말세다.” 하며 분통이 터져 가
슴을 쥐어뜯으며 이를 갈았다.
이를 본 한 신이 나타나서 “당신의 기분이 흡족하도록 며느
리와 손자를 죽여 주겠다. 그렇게 하면 되겠지요?”하는 말을
했다. 신의 말에 놀란 시어머니는 자신의 잘못된 마음의 죄를
빌며 며느리와 손자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했다.
한편 아들과 며느리 또한 지금까지의 마음가짐이 잘못되었
음을 반성하고 어머니를 찾아오는 도중에 있었다. 신은 시어머
니와 며느리를 화해시켜 평화로운 가정으로 되돌아가게 했다
는 것이다.
사실 고부지간의 불화는 본심이 악해서가 아니라 매우 사소
한 데서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사소한 것을 이해하
고 해소시키는 지혜를 터득하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