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무거운 돌을 담고 다니다니

마음속에 무거운 돌을 담고 다니다니

법안종의 개 조 법안문익은 마음의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복건성의 장경혜릉선사를 찾아갔으나 깊은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계속 함께 수행하는 소수, 법진 두 스님과 스승을 찾아 여행을 계속한다.

마침 큰 눈이 내려 길이 막혀 복건성의 지장원이라는 절에서 쉬고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화롯불을 쬐며 쉬고 있던 법안에게 이 절의 방장 나한계침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길 들인가?”

“이리저리 행각중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르게 행각하는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는 말이 마땅하구나.”

이튿날 법안스님은 다른 도반들과 함께 『조론(肇論)』의 “하늘과 땅은 나와 더불어 한 몸이고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한 뿌리이다.”라는 구절이 담긴 의미를 토론하고 있을 때 옆에서 듣고 있던 나한계침선사가 물었다.

“산하대지가 그대들 자신과 같은가, 다른가?”

법안스님이 “다릅니다.”라고 대답하자 선사는 손가락 두개를 세워 보였다.

다시 “같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선사는 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자리에서일어나 가버렸다.

눈이 그치고 법안스님 일행은 선사에게 인사를 올리고 길을 떠나려할 때 전송하던 선사가 법안스님에게 말했다.

“이보게, 불교에서는 항상 三界는 오직 마음이며 萬法은 오직 識이라고 하지 않나?”

법안스님 일행이 머뭇거리며 서 있자 선사는 뜰의 바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다면 말해보게. 저 바위는 마음안에 있는가, 마음밖에 있는가?”

법안이 말했다. “마음 안에 있습니다.”

선사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행각하는 그대는 저 무거운 바위를 마음에 담아가지고 다니니 얼마나 무거운가?”

대답할 수 없던 법안스님은 가던 길을 멈추고 한 달 동안 매일 같이 자기가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자신의 견해를 나한계침선사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선사는 매번 고개를 흔들며”불법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지친 법안스님이 말했다.

“저는 이제 할 말도 없고 설명으로 알 수 있는 이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정말 참다운 불법을 논하자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니라.”

법안스님은 선사의 말씀을 듣는 순간 크게 깨달았다.

깨달음을 얻은 법안은 여러 총림의 선원으로 다니며 거듭 수행하다가 임천의 숭수원에서 설법을 시작한 뒤, 강소성 청량원에서 선의 가르침을 널리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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