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슴 이야기

왕사슴 이야기

『옛날 어떤 깊은 산골에 한 마리의 왕 사슴이 많은 권속들을 거느리고 살았는데,

하루는 어떤 사냥꾼이 나무에 줄을 버티어 덫을 만들고 구덩이를 파 사슴들을 잡아 먹으려하는 것을 보고 사슴왕은 놀러나간 사슴들이 덫에 걸릴까 두려워 나가 불러들이다가 그만 잘못 하여 덫에 치어 죽게 되었다.

모든 권속들은 그것을 보고 놀래 뛰어 도망갔으나 오직 새끼 밴 어미사슴 한마리가 그의 옆을 떠나지 않고 그를 구원키 위해 온갖 꾀를 다 써 보았으나 힘을 쓰면 힘을 쓸수록 올가미는 더욱 힘 있게 조여 어쩔 수 없이 둘이는 서로 붙들고 울었다.

「대왕님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 성명(性命)은 재천(在天)이라 했으니 이제 나는 다된 것 같소, 당신이나 어서 집으로 돌아가 여러 권속들을 거느리고 잘 사시오.」

그러나 어미 사슴은 가지 않고 끝까지 그 옆을 지키고 있다 사냥꾼에게 잡혔다.

해가 석양에 가까 왔을 때 사냥꾼이 손에 칼과 창을 들고 달려왔다.

어미사슴은 그 때 무릎을 끊고 그의 앞으로 나아가 엎드려 빌었다.

「착하신 사냥꾼이여, 지금 여기 풀 자리를 깔고 먼저 내 가죽을 벗긴 뒤에 저 사슴 왕을 잡아가시오. 」

사냥 군은 너무나도 뜻밖의 일이라 어리둥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그대는 누구이기에 이렇게 세상을 버리려 하는가?」

「저는 나의 낭군입니다. 세세에 버림 없는 벗이 되어 어떤 고난에서도 서로 고행을 대신해 받기로 맹세한 낭군입니다.」

사냥꾼은 놀라고 또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면서,

「내 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아직 이러한 일은 듣고 보지 못했다. 사람도 오히려 그렇지 못하거든 짐승이 어찌 그러할까? 네 몸도 차마 죽이지 못하겠거든 하물며 네 낭군의 몸이야-」

하고 곧 풀어주자 두 사슴은 서로 다친 상처를 어루만져 주며 다정하게 둘이서 걸어갔다.

이 설화는 부처님이 출가 후 심한 고행으로 험한 산에 앉아 자고 다 떨어진 옷을 입었고,

하루에 한번 한 알의 곡식으로 연명해간다는 말을 듣고 야수다라도 따라 발에 신을 신지 않고 얼굴에 연지홍분을 바르지 않으며, 거치른 음식, 검소한 옷으로 부처님이 집에 돌아오실 때까지 고행했다는 말을 듣고, 그는 금생뿐이 아니라 지난 오랜 세월로부터 나와 고락을 같이 해온 여자라고 하면서

위와 같은 설화를 설하신 후

「그때의 왕 사슴은 나이고 새끼 밴 사슴은 야수다라다.」하였다.

실로 여자는 남편의 후원자다.

언제 어디서나 꼭 같은 마음으로 꼭 같이 고락 성쇠를 나누어 가므로 부부는 일신이요, 일심동체라 한다.

몸은 여기 있으면서도 마음은 저기 있고, 마음은 같이 하면서도 몸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랑, 이것은 참된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하나요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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