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舍羅婆) 사슴의 전생 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자기가 법장 사리불에게 간결하게 물으신 것을 사리불이 상세히 설명한 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그 때 부처님은 그 장로에게 간결하게 물으셨다. 즉 천상에서 내려오셨을 때, 요약해서 말씀하신 순서 있는 이야기가 곧 이것이다.
장로 빈두라발라타사가 신통력으로 왕사성의 상인으로부터 전단 바루를 얻어 왔을 때,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신통 기적의 사용을 금하셨다.
그때에 외도들은
「사문 구담은 신통과 기적의 사용을 금했다. 그러므로 금후로는 반드시 그 자신도 그것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고 생각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제자들은 외도들에게
「왜 당신들은 신통력으로 그 바루를 가져오지 않았습니까?」고 물었다.
보살은
「우리로서는 그것을 가져온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껏 해야 쓸데없는 나무 바루 쯤을 탐내어, 자신의 정묘로운 힘을 누가 그런 속인들에게 보일 것 인가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저 석가족의 사문 따위들은 탐욕이 많고 미련하기 때문에 신통력을 내어 가져 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러지 않은 것은 결코 우리의 신통력을 쓰기가 곤란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사문 구담의 제자 따위는 안중(眼中)에도 없는 것이다.
만일 우리에게 생각만 있으면서 사문 구담과 신통력을 겨루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사문 구람이 하나의 기적을 보이면 우리는 그 두 배의 힘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 외도들은 기적을 보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비구들아, 그들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할 수 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빈비사라 왕은 부처님께 가서 여쭈었다.
「부처님, 기적을 보여 주십시오.」
「좋습니다. 보이지요, 대왕님.」
「그러하오나. 그것은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왕님.
그러나 그것은 제자들에게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모든 부처님에게는 금계(禁戒)라는 것이 없습니다.
대왕님, 그것은 마치 대왕님 동산에 있는 꽃이나 과일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금지되어있지만은 그런 규정은 대왕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부처님, 그 기적은 어디서 보이겠습니까.」
「사위성의 성문에 있는 간다암라 나무 밑에서 보이겠습니다.」
「나는 거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되겠습니까.」
「대왕님,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이튿날 부처님은 아침 공양을 마치고 탁발하러 나가셨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부처님은 어디 가시느냐고 비구들에게 물었다.
비구들은
「사위성의 성문 곁에 있는 간다암라 나무 밑에서 외도를 꺾기 위해, 두 가지 기적을 보이기 위해 가십니다.」하고 대답했다.
「기적과 같은 것은 일찍이 보지 못하던 것이다. 우리는 가보자.」
하고 집 문을 열어놓은 채 부처님 뒤를 따라갔다.
다른 외도들도
「사문 구당이 기적을 보인단다. 우리도 가서 기적을 겨루어보자.」
하고 각기 그 제자들을 데리고 부처님 뒤를 따랐다. 조금 뒤에 부처님은 사위성에 도착했다.
왕은
「부처님 참으로 기적을 행하십니까?」하고 물었다.
「행합니다.」
「언제 입니까?」
「지금부터 이래 만인 이달 보름날입니다. 」
「부처님, 천막을 만들어 드릴까요.」
「필요 없습니다. 대왕님. 내가 기적을 행하는 장소에는 제석이 12 유순의 보석 천막을 만들어 줍니다.」
「부처님, 그 기적을 행한다고 성내에 포고하리까.」
「포고해 주십시오, 대왕님.」
왕은 법을 포고하는 자에게 명령하여 아름답게 꾸민 코끼리를 타고
「지금부터 이레 뒤에 부처님은 사위성의 성문에 있는 간다암라 나무 밀에서 외도를 꺾기 위해 기적을 행하신다.」
고 날마다 포고했다.
외도들은 이 말을 듣자 곧 사재(私財)를 내어 사위성 부근 일대의 암라 나무를 다 베어버렸다.
보름날 밤이 되자 법의 포고자는
「오늘 아침 일찍 기적이 행해진다.」
고 포고했다.
그것이 모든 신(神)의 힘에 의해, 온 염부제의 집집 앞에 서서 포고하는 것처럼 울려 펴졌다.
그리하여 거기 가보려고 마음을 일으킨 자는 누구나 다 사위성에 도착해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이리하여 12 유순에 뻗쳐 있는 구경꾼이 있었다.
부처님은 아침 일찍 탁발하기 위해 사위 성으로 들어가셨다.
그 때 각다라는 왕의 동산의 동산 지기는 하나의 잘 익은 물 항아리만한 알라 열매를 왕에게 바치려고 가져가는 도중에 있었다.
그는 성문에서 부처님을 만났다.
「그렇다, 이것은 부처님께 바치는 것이 옳다.」
고 생각한 그는 그것을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은 그것을 받아 그 자리에서 자셨다.
그것을 다 자신 부처님은
「아난다야, 이 씨를 동산지기에게 주어 이 자리에 심도록 하라 이것은 간다. 암라나무가 될 것이다.」
하셨다.
아난다는 그것을 동산지기에게 주어 동산 지기는 땅을 파고 그것을 심었다.
그러자 곧 그 씨를 깨고 몇 개의 뿌리가 내려 호미 자루만한 꼭이 터져 나오더니,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동안 높이가 백주, 줄기와 가지가 50주 되는 암라 나무가 되였다.
그리하여 보고 있는 동안들이 피고 열매가 맺어, 벌은 무리를 이루고 황금빛 열매는 주렁주렁 매달렸고 나무는 하늘 하나 가득히 솟아 있었다. 바람이 불어 맛나게 익은 열매가 떨어졌다. 뒤에 온 비구들은 그것을 먹고 떠났다.
모든 신들의 왕 제석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7보의 천막을 만드는 것이 자기에게 맡겨진 임무임을 알고 곧 비수갈마를 보내어 청련화(靑蓮華)에 덮인 12 유순이나 되는 7보의 천막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1만 세계의 신들이 모여들었다.
이렇게 부처님은 외도를 꺾기 위해 그 제자들까지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기적을 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신심을 가진 줄을 아신 부처님은 이내 공중에서 내려와 불좌(佛座)에 앉아 설법하셨다.
그 때문에 20 구지의 중생들이 감로(甘露)를 마시게 되었다. 그리고 부처님은 생각하셨다.
「과거의 부처님은 기적을 행하신 뒤에 어디로 가셨던가.」
부처님은 그분들이 33천으로 가신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발은 유간다라산 꼭대기에 걸치고 왼발로 수미산 꼭대기를 밟아 33천으로 올라가셨다.
그리하여 주도수(晝度樹) 밑에 있는 깨끗한 횐 돌 위에 앉아 장마철을 지내셨는데, 그 석달 동안은 모든 신들에게 아비달마에 대한 설법을 하셨다.
한편 부처님의 행방을 모르는 사람들은 부처님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모두 자기네들 집으로 돌아가
그 석달 동안을 지냈다.
자자일(自恣日)이 가까워 목건련 장로는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물으셨다.
「사리불은 지금 어디가 있는가.」
「부처님, 그 장로는 부처님의 기적을 보고 신심을 일으켜 출가한 5백명 신비구들과 함께 승가사 성내에서 안거하고 있습니다.」
「목건련아, 나는 지금부터 이레 뒤에 승가사의 성문에 내릴 것이다.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다 거기 모이면 될 것이다.」
목건련은 분부를 받고 돌아가 그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는, 사위성에서 30 유순이나 떨어진 승가사로 사람들을 전부 잠깐 동안에 운반해 갔다.
부처님은 장마철을 지내고 자자(自恣)를 마친 뒤에 인간 세계로 돌아갈 것을 제석에게 알렸다.
제석은 비수갈마를 불러
「부처님이 인간세계로 내려가신다. 그 계단을 만들라.」
하고 명령하였다.
그는 수미산 꼭대기에 계단의 한 끝을 만들고 승가사 성문에 한 끝을 만들되 그 복판에는 보주(寶珠), 그 한쪽에는 백은(白銀), 또 한 쪽은 황금, 이리하여 세 계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계단에는 7보로 된 난간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부처님은 일찍 없었던 큰 기적을 행한 뒤에 그 복판의 보주 계단으로 내려가셨다.
제석천은 가사와 바루를 가지고, 수마야친은 총채를, 사바세계 주인 범천은 일산을 들고 그 뒤를 따르고, 1만 세계의 신들은 하늘의 향료, 하늘의 화만을 뿌려 공양하였다.
부처님이 최후 계단에 이르렀을 때 제일 먼저 사리불 장로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다음에 다른 사람들이 예배를 드렸다.
그러하여 부처님은 그 군중 속에서 생각하셨다.
「목건련은 신통력으로 유명하고 우바리는 계율로 유명하다. 그런데 사리불의 큰 지혜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사실 나 이외에는 아무도 그와 같은 지혜를 가진 자는 없다.
나는 그가 지혜 있다는 것을 일반에게 알리자.」
그리하여 먼저 범인(凡人)에 대한 물음으로 묻자 범인들은 모두 대답했다.
다음에는 예류과의 경지에 대한 물음으로 묻자 예류과를 얻은 사람들은 거기에 답했으나 범인들은 알지 못했다.
이렇게 일래과의 경계, 불환과의 경계, 아라한과의 경계에 대한 물음, 큰 제자의 경계에 대한 물음을 각각 묻자 하위(下位)에 있는 이는 상위(上位)의 물음을 모르고 상위에 있는 이는 거기에 적당한 대답을 했다.
가장 뛰어난 제자의 경계에 대해 묻자 가장 뛰어난 제자는 답했으나 다른 이는 몰랐다.
최후로 사리불 장로에 적당한 것을 묻자, 그 장로는 대답했으나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몰랐다.
사람들은 부처님과 문답하고 있는 이가 누군가 서로 물어 그이가 법장 사리불임을 알고, 모두 참으로 큰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고 수군거렸다.
그 뒤로는 모든 신과 사람들 사이에 그 장로의 큰 지혜 있음이 모두 알려졌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 세상에 유위(有爲)의 법이 없는 자
또는 유학(有學), 그리고 범이 있다.
나는 묻노니 현명한 그대에
그들의 행장(行狀)을 내게 말하라.」
이렇게 부처 경계에 대해 물으시고
「사리불아, 이 각단이 말한 말의 의미는 자세히 보면 어떤 것인데 그대는 알고 있는가.」
고 물으셨다.
장로는 그 물음을 곰곰히 생각하여, 부처님은 유학, 무학, 비구들의 가야 할 길을 묻고 계신다는 것을 알았다. 그 물음에 대해서는 아무 의심이 없는 그이었으나, 그는
「가야 할 길이라면 5온 등을 따라 수다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 방법으로 말해야 부처님 뜻에 맞을까.」
하고 그는 그 부처님의 뜻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부처님은 그것을 아시고
「사리불은 그 물음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지마는 내 뜻에 대해 의심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그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그는 이것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방법을 가르쳐 주자.」
하고, 그 방법은 이러이러하다 가르친 뒤에
「이것이 그 방법이다. 사리불아, 잘 기억해 두라.」
하셨다.
그는 그것을 잘 이해했다. 그래서 부처님은 생각하셨다.
「이제 사리불은 내 뜻을 알았으므로 5온등을 따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사리불은 그 방법을 알았기 때문에 백천가지 방법으로 그 물음을 설명했다.
부처님은 12 유순에 뻗친 사람들에게 설법하셨다.
그 때문에 30 구지의 중생들은 다 감로수를 마시게 되었다.
사람들이 다 뿔뿔이 흩어져 간 뒤에 부처님은 행각을 계속하여 사위 성으로 돌아오셨다.
돌아오신 이튿날 부처님은 탁발하러 나가 음식을 얻어 돌아오시어 비구들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신 뒤에 향실에 들어가셨다.
저녁때에 비구들은 법당에 모여 사리불의 덕에 대해 이야기하며 법당에 앉아 있었다.
「법우들, 사리불 장로는 실로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이다.
그 지혜는 참으로 넓고 빠르며 날카롭고 투철하다. 부처님이 간단히 물으신 일을 그는 자세히 설명하였다.」
부처님은 거기 오셔서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무슨 이야기로 여기 모여 있는가.」
고 물으셨다.
비구들이 사실대로 아뢰자,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그것은 지금만이 아니다. 전생에도 그는 내가 간단히 말한 것을 자세히 설명했다.」
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범여 왕이 바라나시에서 그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사라바 사슴으로 태어나 숲 속에 살고 있었다. 그 때 왕은 사냥을 즐기고 또 힘이 세며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성질이었다. 어느 날 왕은 사냥하러 나가면서 그 대신(大臣)들에 게 말했다.
「누구라도 사슴이 그 결을 지내갈 때 그것을 놓아두는 자는 태형(答刑)에 처하리라」
사람들은
「누구든지 집 마당 복판에 서 있으면서 도제 창고를 잘 지키지 못하는 수가 있다.
만일 사슴이 뛰어나오거든 그것을 몰아 왕이 서 있는 곳으로 달아나게 하자.」
하였다.
그리하여 갖가지로 준비한 사람들은 먼저 왕을 길 가에 세워 두고 큰 덤불을 포위하여 막대기나 무엇이나를 가지고 땅을 두들겼다. 사라바 사슴은 일어나 처음에는 덤불 속을 세 번 뛰어 돌면서 달아날 틈을 엿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손에 활을 들고 빈틈없이 주위에서 있음을 보고 어찌할 수 없었다.
오직 한쪽 왕이 서 있는 곳에 틈이 있음을 본 그는 눈을 번쩍이며 자갈을 먼저 날리는 듯한 형세로 왕의 바로 앞으로 달려 나왔다.
왕은 날으는 듯 달려오는 것을 보고 곧 활을 쏘았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대체 사바라 사슴이라는 동물은 화살을 교묘히 피한다.
화살이 앞에서 날아오면 급히 멈춰 서고 뒤에서 오면 날으는 듯 앞으로 달려 화살에서 벗어나며 위에서 오면 등을 굽혀 피하고 옆에서 오면 몸을 조금 뒤틀어 피하며 배 한복판으로 오면 몸을 둥글게 하여 넘어진다. 이렇게 하여 화살이 날아간 뒤에는 마치 바람이 검은 구름을 불어 날리는 듯 마구 도망쳐 달아난다. 왕은 그 사슴이 몸을 둥글게 해 쓰러진 것 을 보고
「사라바 사슴을 잡았다.」
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사라바 사슴은 곧 일어나 바람처럼 빨리 사람들의 포위를 뚫고 달아나버렸다.
양쪽에 서서 사라바 사슴이 달아나는 것을 본 신하들은 모두 모여서 서로 물어 보았다.
「누가 담당한 장소에 그 사슴이 왔던가.」
「임금님의 담당 구역이다.」
「그러나 임금님은 잡았다고 확실히 외친 것 같은데 대체 무엇을 잡았다는 말인 가 우리 임금님은 사실은 잘못 쏘아 땅바닥을 잡은 것이다.」
이런 조로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왕에 대한 농담으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왕은 생각했다.
「저 녀석들은 나를 비웃고 있지마는 사실은 내 참 역량은 모르고 있다.」
왕은 옷을 짝 졸라매고 칼을 들고는 도보로 나와
「나는 사라바 사슴을 잡는다.」
하면서 급히 내달았다.
그는 사슴의 뒤를 쫓아 3 유순이나 달려갔다.
사슴이 숲 속으로 뛰어들기 때문에 왕도 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사라바 사슴이 가는 앞에는 깊이 60주나 되는 큰 구덩이가 있었다.
나무가 썩은 곳에서 된 구덩이로서 30주까지는 물이 고여 갈대 같은 것이 나서 덮여 있었다.
사슴은 물 냄새를 맡아 구덩이가 있음을 알고 조금 물러서 그것을 피해 갔다.
그러나 왕은 바로 달려가다가 그 구덩이에 떨어져 버렸다.
왕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으므로 사슴은 돌아와 보았다.
그러나 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슴은 왕이 그 구덩이에 빠진 줄을 알고 거기 가 보았더니, 과연 왕은 깊은 물 속에서 바로 서지도 못하고 허우적거리면서 몹시 피로해 있었다.
사슴은 왕이 그에 대해 저지른 죄 따위는 벌써 마음에 없고 가엾은 생각만 가득하여
「저대로 두면 왕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 나는 지금 저 왕의 고통을 덜어 주리라.」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 구덩이 가에 서서
「대왕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의 고통을 덜어 드리겠습니다.」
하고는 마치 사랑하는 아들을 끌어올리기에 열중하는 것처럼 왕을 끌어올리기 위해 바위에 몸을 꼭 기대고 한껏 힘을 주어, 지금까지 쫓아오던 그 왕을 붙잡아 60주나 되는 깊은 구덩이에서 끌어올렸다.
그리하여 왕을 충고하고 5계를 지키도록 맹세시켰다.
그러나 왕은 보살 곁을 떠날 생각이 들지 않아
「사바라 사슴 왕이여, 나와 함께 바라나시로 갑시다. 나는 22 유순이나 되는 바라시국을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부디 그것을 통치 해주십시오.」
하였다. 사슴은,
「아닙니다, 대왕님. 나는 짐승입니다. 나라를 다스릴 이유가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내게 호의를 가져 주신다면 내가 아까 준 그 계를 지키고 또 그 부하들도 다 그것을 지키도록 해 주십시오.」
하고 충고한 뒤에 숲 속으로 사라졌다.
왕은 그 사슴의 아름다운 덕을 생각하면서 눈에 가득 눈물을 담고 그 군대의 있는 곳으로 와서 각 군대에 둘러싸이어 수도로 돌아왔다.
그리 하여
「지금부터 전 국민은 모두 5계를 지켜야한다」
하고 북을 쳐 포고했다.
그러나 왕은 그 사슴이 자기에 대해 아름다운 선행을 한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저녁때가 되어 갖가지 맛난 식사를 먹고 아름답게 꾸민 침대에 들었다.
이른 아침에 보살의 미덕을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나왔다.
그리하여 의자 위에 가부하고 않아 기쁨에 가득한 마음으로 다음 게송을 읊었다.
「아아, 사람들아, 희망에 빛나라!
현명한 이여, 게으르거나 싫증을 내지 말라.
실로 나를 보는 이는 나
나는 이미 바라던 일 다 이루었네.
아아, 사람들아, 희망에 빛나라!
현명한 이여, 게으르거나 싫증을 내지 말라.
실로 나를 보는 이는 나
나는 진흙 바다에서 육지에서 올라왔네.
아아, 사람들아, 싸우고 노력하라.
현명한 자여, 게으르거나 싫증을 내지 말라.
실로 나를 보는 이는 나
나는 이미 바라던 일 다 이루었네.
아아, 사람들아, 싸우고 노력하라.
현명한 이여, 게으르거나 싫증을 내지 말라.
실로 나를 보는 이는 나
나는 진흙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 왔네.
사람이 지혜 있으면 비록 고해(苦海)에 빠지더라도
부디 버리지 말라 낙지(樂地)로 가려는 그 희망을,
실로 사람의 감촉은 갖가지라,
괴로움도 있고 즐거움도 있나니
그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죽음의 마신(魔神)은 찾아오리라.
그러나 생각하지 않음으로 해 살고
생각함으로 해 멸망하나니
실로 남자나 혹은 여자의 행복
그것은 사람의 사변(思辯) 밖에 있는 것을」
왕이 이렇게 노래하고 있는 동안 해가 떴다. 왕의 사제(司祭)는 아침 일찍 왕에게 문안하러 가다가 그 문 앞에 이르러 왕이 노래하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왕은 어제 사냥 나갔다가 틀림없이 그 사라바 사슴을 놓친 것이다.
그래서 신하들의 비웃음을 받고는 몸소 그 사슴을 잡아 왕족의 권위를 잃지 않으려고 쫓아갔을 것이다.
그리하여 60주나 되는 깊은 구덩이에 떨어진 것이다. 사라바 사슴왕은 그것을 가엾이 여겨 왕이 그에 대해 저지른 죄 따위는 아무렇게 생각하지 않고 왕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왕은 노래를 불러 그 기쁨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바라문(사제)은 왕의 노래를 한자 한 글귀까지 다 들어 왕과 사슴과의 사이에 벌어진 사실을, 마치 깨끗이 닦은 거울에 그림자가 비치면 그것이 보는 사람 얼굴 그대로인 것처럼 그 전부를 환히 알았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문을 두들겼다. 왕은누구냐고 물었다.
「대왕님, 나는 사제입니다. 」
「왕은 문을 열고자, 들어오십시오. 아사리.」
하였다.
사제는 왕의 방에 들어가 인사를 드린 뒤에 왕의 곁에 서서
「대왕님, 나는 대왕님이 숲 속에 무엇을 하셨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대왕님은 사라바 사슴을 쫓아 가다가 구덩이에 떨어 졌었지요. 그러자 그 사슴은 바위에 몸을 꼭 기대고 그 구덩이로 대왕을 끌어올렸지요.
그래서 지금 대왕님은 그 사슴의 미덕을 생각하고 노래를 불러 그 기쁨을 나타내며 계시는 것이지요.」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왕은 험한 그 산길 속에서
사라바 사슴을 쫓아 갔었다.
그러나 그는 넓고 큰 마음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왕의 목숨 구제했네.
그 사라바 사슴은 바위에 몸을 기대고
나오기 어려운 그 구덩이에서 왕을 끌어올렸네.
그리하여 고통을 가져올 죽음의 마신(魔神)의
아가리에서 왕을 벗어나게 하였네.
실로 그 사슴은 넓고 큰 마음 있다. 왕은 찬탄하였네.」
왕은 이 말을 듣고
「이 사내는 나와 함께 사냥을 가지 않았는데 그 때 일어난 사실을 다 알고 있는가 한 번 물어보자.」
하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그대는 그 때 거기 나와 함께 있었던가?
혹은 누가 그대에게 그것을 말했던가.
그대는 무애(無碍)인가 모든 것을 보나니
바라문아, 그대 지혜 참으로 두렵구나.」
그러자 바라문은
「아닙니다. 나는 결코 일체의 지혜를 가진 부처가 아닙니다. 다만 나는 대왕님이 노래하신 그 게송의 한 자 한 글귀를 잘 생각해서 그 뜻을 알았을 뿐입니다.」
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내가 그 때 거기 같이 있는 것도 아니요.
또는 누가 그것을 내게 말한 것도 아니네.
왕이 아름답게 노래하는 그 게송의 글귀 마다의 뜻을
현자는 잘 추측해 아나니 임금이여.」
이 말을 듣고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많은 보물을 그에게 주었다.
이 일이 있은 뒤로 왕은 보시 등선을 행하기를 좋아하고 사람들도 또 선행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죽어 가는 사람으로 신(神)들의 세계를 가득 채웠다.
어느 날 왕은 과녁을 쏘려고 사제와 함께 동산으로 나갔다.
이때에 모든 신들의 왕인 제석은 많은 젊은 신과 여신들이 불어나는 것을 보고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생각해보았다.
그리하여 사라바 사슴이 깊은 구덩이에서 왕을 끌어올려 계율을 지키도록 맹세시킨 것을 알았다.
그리 하여
왕의 위광(威光)으로 사람들은 선을 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신들의 세계가 가득차는 것이다. 지금 마침 왕이 과녁을 쏘려고 동산에 나가 있다. 나는 사자처럼 외쳐 사라바 사슴의 미덕을 찬탄하고 또 내가 제석인 것도 알리자. 그리고 공중에 서서 설법하여 자비와 5계의 덕을 밝히고 돌아가자.」
하고 왕의 동산으로 갔다. 왕은 과녁을 쏘려고 활을 잡아 화살을 대었다.
마침 그때 제석은 장과 과녁과의 중간에서 고의 신력(神力)으로 사라바 사슴을 나타나게 했다.
왕은 사슴을 보자 활을 쏠 수 없었다. 그러자 제석은 사제의 몸속에 들어가 다음 게송을 외웠다,
「왕의 그것 화살은 어떤 힘센 자도 죽일 수 있네
활에 화살 대어라 무엇 때문에 주저하는가
나가면 그 화살은 그 사슴을 당장 죽이지
그것은 실로 왕의 좋은 요리 되니,
뛰어난 지혜로운 이여」
왕은 다음 게송으로 답하였다.
「그런 줄은 나도 분명히 아네.
바라문이여, 사슴은 왕족(王族)의 식물(食物)이다.
그러나 그 사슴의 일찍 한 일에 나는 감명 했나니
그러므로 나는 저 사라바 사슴 죽이지 않네.」
제석(사제)은 다시 다음 게송을 외웠다.
「대왕님, 저것은 사슴 아니다
저것은 아수라다 대왕님이여
저것을 죽여, 인간의 왕이여
당신은 죽지 않는 황제 되어라.
그리하여, 왕이여 만일 저 사슴을
내 벗이라 하여 죽이기 주저하면
뛰어나게 강한 용자여,
당신은 그 처자와 함께
끝내 염마(門魔)가 다스리는 저 회하(灰河)에 떨어지리.」
왕은 다음 게송으로 답하였다.
「내가 사랑하는 것, 모든 백성과
아내와 자식과 친한 벗들과 함께
저 염마의 회하에 나를 떨어뜨리더라도
내게 목숨을 준 이, 아예 죽일 수 없네.
저 사슴은 죽음 땅에 빠진 나를
그 두려움 많은 숲 속에서 구해 주었네.
이렇게 일찍 나를 위해 할대로 다했나니.
큰 바라문이여, 그것 알면서 내 어떻게 그를 죽이리.」
이 말을 듣고 제석은 사제의 몸에서 빠져 나와 제석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공중에 서서 왕의 미덕을 찬탄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벗을 즐겁게 하는 이여, 영원히 번영하라
바른 법으로 이 왕국을 통치하라
많은 여인들의 섬김 받으며 이 나라에서
즐기고 다시 세 천계(天界)의 바사바 되리.
성냄 없이 언제나 그 마음 고요하고
탁발하러 오는 이에게 기쁨을 주며
그 힘에 알맞게 보시하고 또한 즐겨하나니
그리하여 허물없이 천계(天界)에 가서 그 살 곳 발견 하리.」
제석은 이렇게 말하고 다시 계속하여
「대왕이여, 나는 대왕을 시험하러 왔던 것이다. 그러나 대왕은 내게 시험 보일 틈을 조금도 주지 않았다. 게을러서는 안 된다.」
하며 이 충고를 남기고 제 주소로 돌아갔다.』
부처님은 이 법화를 마치고
「비구들이여, 사리불이 이렇게 간단한 질문을 받고 그 의미를 자세히 안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했다.」
하고
「그 때의 그 왕은 지금의 아난다요, 그 사제는 저 사리불이며, 그 사라바 사슴은 바로 나였다.」
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