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개 이야기
옛날 바라나시에 부라후맛다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공원묘지 부근에 수 백 마리의 개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왕께서 수레를 타고 꽃구경을 갔다가 돌아왔다.
종자가 수레를 뜰에 두고 말만 데리고 갖는데 그날 밤 비가 와서. 가죽 끈이 궁중 안에 있는 귀한 편이었는데, 궁중의 개들이 그것을 다 먹어버렸다. 이튿날 사람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님, 개들이 수레의 가죽과 가죽 끈을 모조리 먹어 버렸습니다.」
왕은 잔뜩 화가 나서
「개란 개는 보는 대로 잡아 죽이라.」
하였다.
그러나 종자들은 궁중 안에 있는 개는 하나도 죽이지 않고 모두 밖에 있는 것만 잡아 죽였다.
이 소식을 들은 개왕이 쫓겨 오는 모든 개들을 안유시키고 혼자 궁중으로 기어들어갔다.
궁인들이 잡으려 하자 개은 쏜살처럼 달려가 왕의 용상 밑으로 들어갔다가 왕이 잡는 것을 만류했다.
조금 있다가 나오자 왕이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온 개냐?」
「대왕의 나라에서 사는 개입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다름이 아니옵고 개란 개는 모조리 잡아 죽인다 하여 그 내력을 알고 싶어 왔습니다.」
「개들이 나의 수레 줄을 모두 먹어 버렸다.」
「그것을 알 수 없으니 모두 잡아 죽이라 하였다.」
「만일 사람이 죄를 지었다면 그 죄를 지은 사람을 잡지 못한다 하여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입힌다면 옳은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대왕께서는 똑같이 대왕의 자비 속에 사는 백성들(개)을 괴롭히십니까?
내가 그 도둑을 잡아내겠습니다.」
「어떻게 잡아내겠는가?」
「낙장(酩奬)과 길상초만 주신다면 제가 가려내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임금님은 손수 낙장과 길상초를 갔다주자 개왕은 궁중의 여러 개들을 불러 먹이니 그것을 먹은 개들이 곧 어제 밤에 먹었던 가죽 끈을 모두 토해냈다.
「보십시오, 임금님께서 정의를 가려 정치를 베풀지 못하신다면 이렇게 애문 백성들을 상하게 만들 것입니다.」
대왕은 크게 뉘우치고 그 뒤부터는 무슨 일이 생기든 바른 법에 기준하여 정의를 밝혀 어진 정치를 베풀었다.
부처님은 이 설화를 마치고
『그때의 왕은 아난이고 개왕은 나며, 여러 개들은 나의 권속이다.
나는 오늘뿐 아니라 옛날에도 약자를 위해 이렇게 보살도를 행하였다.』하였다.
<남전(南傳)자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