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태자 본생
어느 때 불타는 많은 대중들과 함께 반차라 마을 근처 산림 가운데 들었다.
그 곳은 토지가 평탄하고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운 꽃들이 무성해 공부하기 좋은 곳이었다.
부처님은 아란을 시켜 자리를 펴고 앉아 가만히 손을 가지고 땅을 눌렀다.
그러자 부사의하게도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벌어져 땅 속으로부터 7보의 아름다운 탑이 솟아 나왔다. 제자들은 훌륭한 난간과 여러 가지 보배 라망(羅網)들이 장엄해 있는 탑을 바라보면
「부처님 어찌 된 일입니까? 이것은 누구의 탑이며 어떻게 하여 만들어진 것입니까?」
「놀라지 말라. 이 탑은 옛날 불타가 보살도를 행할 때에 지었던 사리탑이다.」
하고 그 도라송과 같은 손으로 부채살과 같이 생긴 탑문을 열고 눈빛보다도 깨끗한 연화무의의 사리를 보여주시면서 다음과 같은 설화를 들려주었다.
『옛날 옛적 대차(大車)라는 훌륭한 전륜성왕이 있었다.
그의 아들에는 대운(大運) 대천(大天) 대남(大勇)이란 세 아들이 있었다.
하루는 대왕이 이 세 아들을 데리고 산천구경을 갔다가 흥에 겨워 놀고 있었는데 왕자 세 사람은 꽃을 즐기면서 과일을 찾아 헤매다가 깊은 산 대나무 숲가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가운데는 일곱 마리의 새끼를 가진 어미 호랑이가 아직 낳은지 며칠도 안되는 어린 새끼들을 안고 빈사상태에 놓여 있었다.
무엇을 구해다 줄까? 하고 생각해 보았으나 그 무엇도 구해 줄만한 것이 없었다.
대용은 외쳤다.
「우리는 법계의 중생을 위해 대비의 좋은 마음을 바쳐 사랑과 집착에 얽힌 이 몸을 버리오리.
증오의 경계는 열뇌를 떠나 모든 지혜 있는 자가 바라는 곳. 고해 중생 우리 함께 다 같이 지금 이 불방 한 것 제도 하오리.」
하고 왕자는 바로 의복을 벗고 그의 앞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그 같은 맹수도 보살의 굳은 큰 자비심을 아는지라 감히 물고 뜯지 못했다.
그때서 왕자는 산 위에 올라가 몸을 던졌다. 그래도 호랑이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마른 대나무 가지에 몸을 꿰어 피를 흘리며 호랑이 곁으로 갔다.
그러자 이 때 별안간 천지가 진동하고 해와 달이 빛을 잃어 어둡고 거치른 가운데도 향기로운 꽃이 흩날리고 하늘에선 여러 천인들의 찬송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사 구호의 자비심으로 모든 중생 한 자식 같이 보네 즐겁고 용맹하여 아낌없이 몸을 버려 괴로움을 참고 복덕을 쌓네. 거룩하고 참된 이 높은 마음만이 길이 생사의 젖줄을 끊고 열반의 밝은 빛 위없는 안락 영광을 얻으리.」
이 때 주린 피를 보자 곧 왕자에게 달려들어 그 피를 빨고 살을 먹었다.
마침내 왕자의 몸은 부서지고 앙상히 뼈만 남았다.
그때 도망치던 두 왕자는 뒤를 돌아보고 대용이 오지 않음을 알고 다시 오던 길을 쫓아 올라가 보았다. 호랑이는 눈물을 흘리고 동생의 뼈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를 본 두 왕자는 소름이 끼쳐 탄식하고 비틀거리면서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왔다.
한편 집에서는 대용의 어머니가 높은 루에 앉아 잠깐 졸고 있었는데 전전긍긍, 몹시도 불길한 꿈을 꾸었다.
그것은 자기의 양쪽 유방이 찢어지고 이가 빠져 떨어지며 소중하게 기르던 세 마리의 새끼 비둘기 한 마리를 매에게 빼앗긴 꿈이었다.
꿈을 깨고 불안에 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왕자의 행방을 모른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렇다면 정말 불상사가 일어났구나 하고 대왕은 곧 신하들에게 명하여 왕자들을 쫓도록 하였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두 왕자가 나타났다. 온통 집안은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았다.
대왕대비가 슬피 울고 통곡하다가 그만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런데 대용이 오색찬란한 구름 속에 천동천녀들에게 에워싸여 있으면서,
「아버지 어머니 걱정하지 마십시요. 저는 지금 하늘 신들의 보호아래 무한한 영광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 그 주린 호랑이를 위해 저의 몸을 보시였사오니 새끼 난 호랑이는 물론 그 새끼들까지도 저주하고 미워하지 마십시오.」
하였다.
이튿날 대왕은 사람을 시켜 그 호랑이 앞에 놓인 뼈를 모아 화장을 하고 그 속에서 나온 사리를 7보의 함속에 넣어 탑을 세우니 오늘 이 탑과 사리가 곧 그것이다.
그때의 대용은 오늘의 나이고 왕과 왕비는 정반왕과 마야부인이며, 제 1왕자, 제 2왕자는 미륵과 문수이다.
그러므로 이탑과 사리는 계(戒)와 정(定)과 혜(慧)의 훈행이 아로새겨져 있는 위없는 복전으로서 두 번 다시 만나 보기 어려운 것이니 너희들은 정성껏 예배하고 공경하라.」하였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