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揶子)열매의 전생이야기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고민하는 어떤 비구에 대해 말씀 하신 것이다.
『옛날 부라후마닷타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선인(仙人)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항하 언덕에 조그만 초막을 짓고 정력(定力)과 통력을 얻어 선정의 즐거움 속에 살고 있었다.
그 때에 바아라아나시이의 재무관(財務官)에게는 한 사람의 딸이 있었다.
이 여자는 잔인하고 거칠어 사람들에게서 악녀라 불리고 있으면서 노비들을 욕하고 때리었다.
그런데 어느 날, 노비들은 그녀를 데리고 강가로 놀러 나갔다.
그들이 놀고 있을 때에는 저물고 폭풍이 일어났다.
폭풍이 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이러 저리 달아났다.노비들은
「지금이야말로 이 여자를 버릴 때다.」
생각하고, 그녀를 물 속에 던져 버리고 달아났다.
비는 쏟아지고 해는 아주 저물어 어두움이 닥쳐왔다.
노비들이 그녀를 데리고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찾았다.
그러나 모르겠다고 하고 마침내 노비들의 말을 듣고 친척들은 그녀를 찾아 나갔으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큰 소리로 구원을 청하면서 물에 휩쓸려 한 밤중에 보살이 사는 집 근처에 이르렀다.
보살은 그녀의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
「저것은 여자 소리다. 저 여자를 구해 주자.」
하고 풀을 묶어 횃불을 만들어 들고 나가 그녀를 구원하고 물었다.
「당신 집은 어딥니까. 어떻게 해서 이 강에 빠겼습니까.」
그녀는 그 동안의 사정을 이야기 하였다.
보살은
「그러면 당분간 여기 쉬는 것이 좋습니다.」
하고, 그녀를 초막에 머무르게 하고는 자신은 집 밖에 서 지냈다.
2,3일 후에 보살은 그녀를 보고 말하였다.
「이제 여기서 떠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선인을 파계(破戒)시키고 함께 살리라.」
생각하고 초막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얼마를 지나는 동안에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매력과 아양으로 마침내 선인을 파계시켜 선정을 잃게 하였다. 그리하여 보살은 그녀와 함께 숲 속에서 살았다.
그녀는 보살을 보고
「우리는 이 숲 속에 지내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도 저 여러 사람들 속에 가서 삽시다.」
그리하여 보살은 그녀를 데리고 가서 국경의 어느 마을로 가서 야자열매를 팔면서 살았다.
그가 야자열매를 팔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야자열매의 현인(賢人)」
이라 불렀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돈을 주고
「여기 살면서 우리를 잘 지도해 주십시오.」
하고, 마을 어구의 오막살이에 살게 하였다. 그 때에 도적들이 산에서 내려와 국경을 휩쓸었다.
어느 날 도적은 그 마을을 약탈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약탈한 물건을 지고가게 하고, 다시 와서 그녀를 데리고 갔다.
도적들은 그들의 소굴에 도착해서는 다른 사람들은 다 놓아 보내고, 도적의 괴수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혹해 그녀를 아내로 삼았다.
보살은 그녀를 찾아 헤매다, 도적에게 붙들려 가서 그 괴수의 아내가 되었다는 말을 들고
「그녀는 나를 떠나 살 수 없을 것이다. 반드시 도망쳐 돌아올 것이다.」
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여기서 행복하다. 그러나 저 야자열매의 현인이 언젠가는 와서 나를 데려갈 것이다.
나는 저이를 사랑하는 듯이 꾸미고, 그를 여기 불러와서 죽여 버리자.
그리하면 나는 저에게 붙들려 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내를 보살에게 보내어 말하였다.
「나는 여기서 괴로운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디 와서 나를 데려가 주십시오.」
보살은 이 기별을 받고 그런 줄 믿고는 곧 달려가 도적들이 사는 마을어구에서 사람을 보내었다.
그녀는 나와 그를 보고
「여보, 우리가 여기서 이대로 달아나면, 저 괴수는 반드시 뒤쫓아 와서 우리들을 다 죽여 버릴 것입니다. 밤이 되기를 기다려 도망갑시다.」
하고, 보살을 도적들의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에게 음식을 주고 한 방에 앉혀 두었다. 저녁나절이 되어 괴수는 돌아와 술을 마셨다.
그가 취한 뒤에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지금 당신 앞에 적이 나타난다면 그 적을 어쩌겠습니까.」
「나는 그것을 처치해 버리지.」
「그 적은 지금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이웃 방에 있습니다.」
그리하여 괴수는 횃불을 들고 이웃 방으로 가서, 보살을 끌어내어 집 복판에 묶어두고 보살의 머리와 팔을 마구 갈겼다.
보살은 마구 맞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다정한 배은자(背恩者), 나쁜 반역자(叛逆者)라고만 되풀이하였다. 괴수는 보살을 마음껏 때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사내는 여전히 같은 말만 되풀이하였다. 괴수는
「이 사내는 이처럼 맞으면서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그 까닭을 물어 보자.」
하고, 그녀가 자는 틈을 타 보살에게 물었다.
「어이, 너는 이처럼 맞으면서도 왜 그 말만 되풀이 하는가.」
보살은 사실대로 말하였다.
「그러면 다 말하지.」
이야기를 들은 괴수는 생각하였다.
「이 여자는 이런 선량한 사람에게까지 이런 짓을 하는데 하물며 내게 대해 무슨 짓 을 못하겠는가.
이런 여자는 죽여 버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하고 보살을 위로한 뒤에, 자는 여자를 깨우고는 칼을 가지고 와서 그녀에게
「나는 오늘 이 사내를 동구에서 박혀서 죽이게 되었으니 같이 갑시다.」
하고 데리고나가 그녀에게 사내로 붙잡게 한 뒤 그녀를 두 동강으로 빼어 버렸다.
그리고는 보살을 머리에서 발에까지 목욕시킨 뒤에 며칠 동안 맛난 음식을 충분히 주었다.
이에 괴수는 과거의 자기 잘못을 참회하고 보살을 따라 출가하니 마침내 신통을 얻고 죽어서는 범천에 났다.」
부처님은 이렇게 설법하신 뒤,
『그 때의 그 도적 괴수는 아난다요, 야자열매의 현인은 바로 나였느니라.』고 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