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장이 비구의 본생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떤 겁장이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그는 사위성의 어느 집 아들로 태어났다가 부처님 설법을 듣고 출가하였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매우 두려워하였다.
그리하여 밤낮 없이 바람 소리를 듣거나 마른 나무가 흔들리거나 새나 짐승 소리를 들으면, 죽음의 위협을 받고 큰 소리를 치면서 돌아다녔다.
그는 저도 언젠가는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일 자기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처럼 죽음을 겁내지 않았겠지마는 그는 아직 죽음을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하였으므로 죽음이 그저 두렵기만 하여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이러한 사실이 비구들 사이에 두루 알려졌다.
어느 날 비구들은 법당에 모여
「법우들, 저 아무 비구는 죽음의 위협을 받고 죽음을 못내 두려워하고 있다.
비구들은 다 자기도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믿고
죽음을 깊이 생각하여야 하지 않겠는가.」하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때에 부처님은 거기 오셔서 물으셨다.
「비구여, 너는 죽음을 몹시 두려워하고있다는데 사실인가.」
「부처님, 사실입니다.」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이 비구를 너무 나무라지 말아라.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했다.」
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설산의 어떤 목신(木神)으로 태어났다. 그 때에 바라나시왕은 그 코끼리에게 부동술(不動術)을 가르치려고 코끼리 치는 이들에게 주었다.
그들은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말뚝에 잡아매고는 창을 들고 그 주위를 포위하여 부동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코끼리는 그 부동술을 받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말쪽을 부수어 사람들을 쫓아버리고 설산으로 달아났다. 사람들은 쫓아가다가 잡지 못하고 돌아왔다.
코끼리는 산중에 있으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어 바람 소리를 들어도 몸을 떨면서 죽음을 두려워하여, 지금도 말뚝에 매이어 부동술을 받는가 생각해서인지 죽자고 달리며 돌아다녔다.
그리하여 몸과 마음의 즐거움을 모두 잃고 몸을 떨기만 하면서 헤매었다.
목신(보살)은 그것을 보고 깊은 나무 그늘에 서서 다음 게송을 읊었다.
「숲 속에서는 약한 나무가 바람에 부러지는 일 드물지 않다.
코끼리여, 그것조차 두려워한다면 너는 틀림없이 말라 죽고 마리라」
부처님은 이렇게 설법하시고
「그 때의 그 코끼리는 지금의 이 비구요, 그 목신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