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경(賢愚經) 제03권

현우경(賢愚經) 제03권

15.거타신시품(鉅身施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열기의 기사굴산(祇闍崛山)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몸에 바람병[風患]이 있었다. 의사 기역(祇域)은 부처님을 위해 약소(藥酥)를 만들고 거기에 서른두 가지 약을 타서 부처님께 드려, 하루에 서른두 냥쭝씩 드시게 하였다.

그 때 제바달(提婆達)은 항상 질투심을 품고 마음이 교만하여 부처님과 같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부처님께서 약소를 드신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시기하여 부처님과 같이 먹으려고 생각하고 기역에게 명령하였다.

“나를 위해 그 약을 만들라.”

기역은 그를 위해 약을 만들어 주면서 말하였다.

“하루 네 냥쭝씩 드십시오.”

제바달은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몇 냥쭝씩 드시느냐?” “하루 서른두 냥쭝씩 드십니다.” “나도 서른두 냥쭝씩 먹겠다.” “부처님께서는 당신 몸과 같지 않습니다. 당신은 많이 드시면 반드시 딴 병이 생길 것입니다.”

제바달은 말하였다.

“나도 먹으면 넉넉히 소화할 수 있다. 내 몸이나 부처 몸이나 무슨 차별이있겠느냐? 내게 먹도록만 하라.”

그는 부처님을 본받아 하루 서른두 냥쭝씩 먹었다. 약이 몸에 들어가 여러 혈맥으로 배어들자 제바달다(提婆達多)는 힘이 약해 소화시키지 못하고 온몸과 사지의 뼈마디가 몹시 아파 신음하고 부르짖으면서 답답해 뒹굴었다.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겨 멀리서 손을 펴 그 머리를 어루만지셨다. 약은 소화되고 고통은 사라지면서 병은 벌써 나았다.

그는 그것이 부처님 손인 것을 알고 말하였다.

“실달(悉達)의 다른 기술은 세상이 써 주지 않으니까, 이제는 의술을 배워 세상에 알리는구나.”

그 때 아난은 이 말을 듣고 하도 원통하여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저 제바달다는 은혜를 모릅니다. 부처님께서 가엾이 여겨 병을 고쳐 주셨는데, 그는 그런 나쁜 말을 하였습니다. 무슨 심정으로 그런 마음을 가지는지 항상 부처님에 대해 질투만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제바달다는 오늘만 그런 나쁜 마음으로 나를 중상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생에도 항상 나쁜 마음으로 나를 죽이려 하였느니라.” “전생에 그가 부처님을 해치려던 그 사실을 알고자 합니다.” “잘 들으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세존이시여, 일심으로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오랜 옛날 헤아릴 수 없는 아승지 겁에 이 염부제에 큰 성(城)이 있었는데, 이름이 바라내였고, 그 때의 국왕 이름은 범마달(梵摩達)이었다. 그는 흉하고 사나워 자비심이 없고, 사치하고 음탕하여 쾌락을 즐기며, 항상 미워하는 마음으로 해치기를 좋아하였다.

어느 때 그는 꿈 속에서 어떤 짐승을 보았다. 온몸의 털은 금빛이요, 털끝마다 금빛 광명을 내어 사방을 비추면 그것도 모두 금빛이었다.

그는 꿈을 깨고 생각하였다.

‘이 세상에는 반드시 내가 꿈에서 본 것과 같은 것이 있으리라. 사냥꾼에게 명령하여 그 가죽을 구하자.’

그는 여러 사냥꾼을 불러 명령하였다.

‘나는 꿈에 어떤 짐승을 보았다. 온몸의 털은 금빛이요, 털끝마다 광명을 내는데, 이상하고 휘황하였다. 이 나라에 반드시 그런 물건이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두루 돌아다니면서 그것을 구해 잡아야 한다. 만일 그 가죽을 구하면 중한 상을 주고 또 너희 자손들 7대(代)에 먹을 것을 줄 것이다. 그러나 애를 써서 그것을 구하지 못하면 너희들을 죽이고 너희들의 족속을 멸하리라.’

사냥꾼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근심하고 걱정하였으나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한 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왕이 꿈에서 본 짐승을 우리는 일찍이 본 일이 없다. 어디 가서 그것을 구하겠는가. 만일 그것을 얻지 못하면 왕의 법을 어기게 되는 것이니 우리는 아주 살 길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의논하자 번민은 더욱 더하기만 하였다. 또 어떤 이는 말하였다.

‘이 산이나 늪에는 독한 벌레와 모진 짐승이 많아서 아무리 두루 다니면서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숲이나 들에서 우리는 차례로 죽고 말 것이다. 우선 가만히 한 사람을 사서 그를 보내어 구하도록 하자.’

여러 사람들은 좋다 하고, 어떤 한 사람을 구해 그에게 권하였다.

‘너는 힘을 다해 두루 다니면서 구해 보라. 만일 네가 얻어 가지고 돌아오면 우리는 힘을 합해 너에게 중한 상을 줄 것이요, 혹 산이나 늪에서 해를 당해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그 재물을 네 처자에게 주리라.’

그는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해 신명을 버리자.’

이렇게 마음먹고 곧 떠나기로 하였다. 그는 곧 갈 길 준비를 하고 험한 길을 떠났다.

오랫동안 돌아다니자 몸은 여위고 힘은 빠졌다. 때는 한여름이라, 뜨거운 사막 길에 이르러서는 입술과 목은 마르고, 찌는 듯 답답하여 죽을 것 같았다. 혹독한 고통을 견디다 못하여 슬피 울면서 부르짖었다.

‘누가 자비스런 마음으로 나를 가엾이 여겨 내 신명을 구제해 줄 것인가.’

그 때 그 늪에 어떤 들짐승이 있었는데, 이름이 거타(鋸陀)였다. 온몸의털은 금빛이요, 털끝마다 광명이 있었다. 그것은 멀리서 이 말을 듣고 못내 가엾이 여겨 찬 샘물에 들어갔다가는 그리로 와서 몸으로 그를 싸안았다. 조금 기운을 돌리자 그를 데리고 샘물로 가서 목욕을 시켜 주고, 다니면서 과실을 주워다 그를 먹였다.

그는 몸이 회복되자 생각하였다.

‘이 이상한 짐승은 털빛에 광명이 있다. 이것은 우리 대왕이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죽게 되었을 때에 이것을 힘입어 목숨이 살아났다. 그 은혜를 알고도 갚지 못하면서 어찌 해칠 마음을 내겠는가. 그러나 만일 이것을 잡지 않으면 저 사냥꾼의 종족들이 모두 다 죽게 될 터인데.’

이렇게 생각하자 슬픔을 견딜 수 없었다. 거타는 물었다.

‘왜 슬퍼하십니까?’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 심정을 토로하였다. 거타는 말하였다.

‘그 일은 걱정 마십시오. 내 가죽은 얻기 쉽습니다. 생각하면 나는 전생에 수없이 몸을 버렸지만 일찍이 복을 짓기 위해 목숨을 버린 적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내 몸 가죽으로 저 여러 사람의 목숨을 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만일 나를 잡으려거든 가죽만 벗기고 목숨은 끊지 마십시오. 나는 이미 당신에게 준 몸이라 결코 회한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그 사냥꾼은 천천히 그의 가죽을 벗겼다.

그 때에 거타는 선 채로 서원을 세웠다.

‘지금 나는 내 가죽을 이 사람에게 주어 저 여러 사람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제합니다. 그 공덕을 일체 중생에게 베풂으로써 위없는 바르고 참된 불도를 이루고, 일체 중생을 생사의 고통에서 두루 건져 열반의 안락한 곳에 편히 살게 하소서.’

이렇게 발원하자 3천 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래서 제천(諸天)의 궁전이 요동쳐 편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놀라 그 까닭을 찾다가 보살에게 가죽을 벗겨 보시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곧 하늘에서 내려와 그에게 가서 꽃을 흩어 공양하였는데, 흐르는 눈물이 비와 같았다.

사냥꾼이 가죽을 벗겨 가지고 떠난 뒤에 그의 몸에서 흘러 내리는 피는차마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또 8만 파리와 개미 떼가 그 몸에 모여들어 그 살을 파먹었다. 그는 어떤 구멍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었으나 그들이 상할까 걱정하여 고통을 참고 버티어 서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살을 먹이다가 거기서 그대로 죽고 말았다.

그 때 그 파리와 개미 떼들은 보살의 몸을 먹음으로써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에 나게 되었다.

그 때 사냥꾼은 가죽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가 그것을 왕에게 바쳤다. 왕은 그것을 받고 처음 보는 물건이라 신기하게 여기고 기뻐하면서 그 곱고 부드러움을 좋다 하여 언제나 깔고 누워 있었다. 그제서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졌느니라.

이와 같이 아난이여, 그 때의 그 짐승 거타는 지금의 내 몸이요, 범마달왕은 지금의 저 제바달이며, 8만 벌레들은 바로 내가 처음 부처가 되어 비로소 법륜을 굴릴 때 도를 얻은 8만 하늘 그들이니라.

저 제바달은 그 때에도 나를 죽였고 지금에 와서도 착한 마음이 없이 언제나 해치려고만 하고 또 중상하고자 하는 것이다.”

존자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슬퍼하고 원망하면서 서로서로 격려하여 부지런히 법을 구하였다.

그리하여 수다원을 얻는 이도 있었고, 사다함·아나함·아라한을 얻는 이도 있었으며, 벽지불의 인연을 심는 이도 있었고, 위없는 불도에 뜻을 두는 이도 있었으며,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다. 그리하여 모두 기뻐하고 공경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6.미묘비구니품(微妙比丘尼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타정사(祇靜舍)에 계셨다.

파사닉왕이 죽은 뒤에 그 태자 유리(流離)가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다. 그는 성품이 포악하고 자비심이 없어, 술에 취한 코끼리를 내몰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짓밟아 죽게 하였다.

그 때 귀족 부인들은 그것을 보고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세속을 버리고 집을 떠나 비구니가 되었다. 그 나라 사람들은, 그 여자들이 모두 석가 종족이나 왕족으로서 귀하고 단정하기가 나라에서 제일이면서 온갖 탐욕을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닦는 이가 5백 인이나 되는 것을 보고, 모두 칭송하면서 다투어 공양하였다. 그 비구니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집을 떠났다고 말하지마는, 아직 법약(法藥)을 먹지 못하여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없애지 못하였다. 이제 저 투라난타(偸羅難) 비구니에게 나아가 경법을 들으면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에게 나아가 예배하고 문안한 뒤에 제각기 하소연하였다.

“우리는 비록 도를 닦는다고 하지마는 아직 감로(甘露)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깨우쳐 주십시오.”

투라난타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저들이 받은 계율을 배반하게 하고, 법복과 발우를 버리게 하면 또한 통쾌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다 존귀한 큰 성바지로서 농사와 일곱 가지 보배와 코끼리·말·노비들이 모자랄 것이 없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것들을 버리고 부처님의 계율을 받고 비구니가 되어 그처럼 고생하는가.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부부와 자녀끼리 서로 즐기고, 마음대로 보시하면서 한 세상을 영화롭게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비구니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실망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떠났다.

그들은 다시 미묘(微妙)비구니에게로 가서 예배하고 법답게 문안한 뒤에 제각기 아뢰었다.

“우리는 집에 있으면서 세속 일을 익혀온 지 오래인지라, 이제 비록 집을 떠났으나 아직 마음은 들뜨고 정욕은 불꽃 같아 스스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기고 우리를 위해 설법하여 이 죄의 뚜껑을 열어 주소서.”

미묘 비구니는 물었다.

“너희들은 삼세(三世)의 일에 있어서 어떤 것을 묻고자 하는가?” “과거와 미래는 그만두고 현재만 말씀하여 이 의혹을 풀어 주소서.”

“대개 음욕이란, 마치 성한 불길이 산과 들을 태우는 것과 같아서 그것은 자꾸 번지고 불어나가 갈수록 많은 사람을 해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음욕에 빠져 서로 해치다가 세월이 흐른 뒤에는 마침내 3도(途:세 가지 나쁜 길)에 떨어져 거기서 빠져 나올 기약이 없었다.

대개 집을 즐긴다는 것은 서로 모이고 합하는 것을 탐내는 것이니, 은혜와 사랑, 영화와 즐거움의 인연으로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이별하며, 관청의 벌을 받아 서로 울고 사모하여 5장(腸)이 찢어지고 까무러쳤다가는 다시 깨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집을 생각하는 정은 깊고 굳어, 우리 마음을 얽매는 것은 감옥보다 더한 것이다.

나는 본래 어떤 범지의 집에 태어났다. 우리 아버지는 존귀하기 나라에서 제일이었다. 그 때 어떤 범지의 아들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지혜로웠다. 그는 내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중매를 보내어 나를 맞이해 아내로 삼아 한 가정을 이루었다. 나는 그 뒤에 아들을 낳았고, 시댁 부모는 계속해서 죽었다.

나는 다시 아이를 배어 남편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아기를 배었습니다. 몸에 더러운 것이 많고 또 달이 차면 혹 위험한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친정에 돌아가 봐야 하겠습니다.’

남편은 좋다 하고, 곧 보내 주었다.

친정으로 가는 도중에 몸이 자꾸 아파 어떤 나무 밑에서 쉬었다. 그 때 남편은 따로 누워 있었다.

나는 그 날 밤에 아기를 낳고, 부정한 것이 많이 흘러나왔다. 독사가 그 냄새를 맡고 오다가 남편을 물어 죽였다. 나는 그 밤에 몇 번이나 남편을 불렀으나 소리가 없었다. 새벽이 되어 겨우 일어나 남편에게로 가서 그 손을 잡았다가 그가 독사에 물려 몸은 부어 터질 듯하고 사지는 허물어진 것을 비로소 알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까무러쳤다. 그 때 큰 아이는 아버지가 죽은 것을 보고 소리 내어 울부짖었다. 나는 그 아이 우는 소리를 듣고 깨어나, 큰 아이는 등에 업고 갓난아이는 안고 울면서 길을 떠났다.

길은 멀고 험한데 사람은 자취도 없었다. 도중에 큰 강이 있었는데 깊고 또 넓었다. 큰아이는 강가에 두고 먼저 갓난아이를 업고 강을 건너 저쪽 언덕에 두었다. 그리고 큰아이를 데리러 되돌아 올 때에 아이는 멀리서 나를 보고 물로 달려들어 오다가 그만 물에 떠내려갔다. 나는 쫓아갔으나 구하지 못하고, 아이는 떴다 잠겼다 하면서 아주 가고 말았다.

나는 도로 돌아서 갓난아이에게로 갔다. 그러나 갓난아이는 늑대가 먹어 버리고 피만 땅에 질펀하였다. 나는 또 까무러쳤다가 한참 만에야 깨어났다.

나는 또 길을 떠나가다가 길에서 어떤 범지를 만났다. 그는 아버지 친구였다. 그는 곧 내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기에 그처럼 피로해 보이느냐?’

나는 그 동안에 겪어 온 괴롭고 쓴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그는 나의 괴롭고 외로운 사정을 가엾이 여겨 마주 보고 울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우리 부모와 친척들은 모두 평안하십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너희 집에 얼마 전에 불이 나서 부모와 자녀들이 한꺼번에 다 타 죽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또 까무러쳤다 한참 만에야 깨어났다. 그는 나를 가엾이 여겨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여러 가지를 대어 주어 모자람이 없게 하면서 자식처럼 돌보아 주었다.

그 때 어떤 다른 범지는 내 얼굴이 아름다운 것을 보고 내게 아내 되기를 청하였다. 나는 허락하고 그에게 가서 가정을 이루었다. 나는 또 아이를 배어 해산할 때가 가까웠다. 그 때 남편은 밖에 나가 다른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돌아왔다.

나는 아기를 낳으려고 혼자서 문을 잠그고 방에 있었다. 아기를 낳는 중에 남편은 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쳐 불렀다. 그러나 아무도 나가서 문을 열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화가 잔뜩 나서 문을 부수고 들어와 나를 매질하였다. 나는 그 사정을 말하였다. 그는 더욱 성을 내어 곧 아기를 죽여 타락[酥]에 볶아 나에게 먹으라고 재촉하였다. 나는 하도 기가 막혀 차마 그것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매질하였다. 나는 그것을 먹고 나자 가슴이 쓰리고 맺히었다. ‘내가 하도 박복하여 이런 사람을 만났다’ 한탄하고, 곧 그를 버리고 갔다.

나는 그 길로 바라내로 가서 성 밖의 어느 나무 밑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 때 그 나라의 어떤 장자의 아들이 마침 처음 아내를 잃고 성 밖 동산에 묻고 그를 잊지 못하여 날마다 성을 나가 무덤 위에서 울었다. 그는 나를 보자 곧 내게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혼자 길가에 앉아 있는가?’

나는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다시 내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너와 함께 저 동산에 들어가 놀고 싶은데 좋겠는가?’

나는 곧 좋다 하고 갔다가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 며칠이 지나 그는 병을 얻어, 구하지 못하고 갑자기 죽었다. 그 때 그 나라 법에는, 살았을 때에 서로 사랑하였으면 장사하는 날에 무덤 속에 같이 묻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묻혔으나 목숨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었다.

그 때 도적 떼가 와서 그 무덤을 파다가 내 얼굴이 단정한 것을 보고 곧 나를 아내로 삼았다. 수십 일 뒤에 그는 또 나가 도둑질하다가 주인에게 잡혀 목이 잘렸다. 그 부하들이 그 시체를 가지고 돌아와 장사할 때에 그 국법에 따라 나도 같이 묻혔다. 나는 무덤 속에서 사흘을 지났다. 늑대와 여우와 개들이 와서 송장을 먹으려고 무덤을 팔 때에 나는 다시 살아 나오게 되었다.

나는 내 자신을 한탄하면서 나무랐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열흘 동안에 이런 고통을 받으면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가. 이제는 무엇을 받들어 남은 목숨을 마칠 것인가.’

그래서 생각하였다.

‘나는 일찍이 들었다, 한 석가의 아들이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부처가 되어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안다고. 차라리 거기 가서 몸과 마음으로 귀의하자.’

나는 곧 기원(祇洹)으로 달려가서 나무에 꽃이 활짝 핀 듯, 별 속의 달과 같은 부처님의 모습을 멀리서 뵈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번뇌가 없는[無漏] 3달(達:세 가지 밝은 지혜)로 나를 제도할 수 있음을 살피시고 곧 오셔서 나를 맞이하셨다. 나는 그 때에 알몸이라 아무 것도 가릴 것이 없어, 곧 땅에 주저앉아 손으로 유방을 가렸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명령하셨다.

‘너는 옷을 가져다 저 여인에게 입히도록 하라.’

나는 옷을 입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 아래 예배한 뒤에 그 동안에 겪은 죄 많은 사정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원컨대 저를 가엾이 여겨 도 닦기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여자를 데려다 교담미(憍曇彌)에게 맡기고 계법(戒法)을 주게 하라.’

교담미는 곧 내게 계법을 주어 나는 비구니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내게 4제(諦)의 요지와 인생은 괴롭다는 것, 모든 것은 공하고 무상하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나는 그 법을 듣고는 결심하고 부지런히 공부하여 아라한이 되어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현세에서 받는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마는 그것은 모두 전생에 지은 업의 갚음으로서 털끝만큼도 어긋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때 비구니들은 다시 아뢰었다.

“전생에 어떤 죄를 지었기에 그런 재앙을 받았습니까? 설명하여 주십시오.”

미묘는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가만히 들으라. 지나간 세상에 어떤 장자가 있었다. 그는 재물은 많았지마는 아들이 없어 작은 부인을 얻었다. 비록 천한 집 딸이었으나 얼굴이 아름다워 짝할 이가 드물었으므로 장자는 몹시 사랑하였다. 아이를 배고 열 달이 차서 사내를 낳았다. 부부는 애중히 여겨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큰 부인은 생각하였다.

‘나는 비록 귀족 집 딸이지마는 현재에 대를 이을 자식이 없다. 이제 저 아이가 성장하면 이 집을 맡아 전장[田]과 재산을 모두 다 가질 것이다. 나는 아무리 노고하여 재산을 쌓아 두더라도 마음대로 쓸 수 없을 것이다.’

질투심이 치솟아 일찍 죽여 버리는 것만 못하다고 마음으로 결정하고, 바늘을 아이 정수리에 꽂되 보이지 않게 꽂았다.

아이는 자꾸 말라 가다가 열흘 쯤 되어 드디어 죽고 말았다. 작은 부인은너무 애통하여 기절하였다가 다시 살아났다. 이것은 반드시 큰 부인이 시새워 내 아들을 죽인 것이리라 단정하고, 곧 부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무정하게도 내 아들을 시기해 죽인 것이다.’

큰 부인은 곧 맹세하였다.

‘만일 내가 네 아들을 죽였으면 세상마다 내 남편은 독사에 물려 죽고, 거기서 나는 자식은 물에 빠져 죽거나 늑대가 잡아먹을 것이요, 나는 산 채로 묻히거나 제 자식을 잡아먹을 것이요, 내 부모와 형제는 불에 타 죽을 것이다. 왜 나를 원망하느냐, 왜 나를 원망하느냐?’

그 때 그 큰 부인은 죄와 복의 갚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앞에와 같이 맹세하였지마는 지금 다 그것을 받되 대신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알고 싶은가? 그 때의 그 큰 부인은 바로 이 내 몸이니라.”

비구니들은 다시 아뢰었다.

“그러면 또 어떤 복을 지었기에 부처님께서 오셔서 맞이하셨고, 도(道)의 집에 들어가 생사를 면하게 되었습니까?”

미묘는 대답하였다.

“옛날 바라내국에 큰 산이 있었는데, 이름이 선산(仙山)이었다. 그 산에는 언제나 벽지불과 성문(聲聞)들과 외도(外道)들의 신선들이 꽉 차게 살고 있었다. 그 때에 어떤 연각(緣覺)은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어떤 장자 부인은 그를 보고 기뻐하여 공양을 올렸다. 연각은 그것을 먹고 허공에 날아올라 몸에서 물과 불을 내며 허공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였다. 부인은 그것을 보고 서원을 세웠다.

‘나도 뒷세상에 도를 얻어 저렇게 되게 하소서.’

그 때의 그 부인은 바로 이 내 몸이다. 그 때문에 나는 부처님을 뵈옵고, 마음이 열려 아라한의 도를 이루었다. 지금 나는 아라한이 되었지마는 항상 뜨거운 바늘이 정수리로 들어가 발바닥으로 나오는 듯 밤낮으로 그런 고통을 받아 쉴 때가 없다. 재앙과 복은 이와 같이 썩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라.”

그 때에 5백 귀족 비구니들은 이 설법을 듣고 마음이 두려웠다. 그리하여 탐욕의 근본은 타는 불꽃과 같다고 관(觀)하여, 탐욕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다. 또 집에 있는 고통은 감옥보다 더하다고 생각하여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한꺼번에 선정에 들어 아라한의 도를 얻는 이도 있었다.

그리하여 모두 한마음으로 미묘 비구니에게 아뢰었다.

“우리들은 음욕에 얽히고 매여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다가 지금 자비로운 은혜를 입어 생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찬탄하셨다.

“장하다, 미묘여. 대개 도를 닦는 사람은 법으로써 서로 가르치고 경계하여야 부처의 제자라 할 수 있느니라.”

대중들은 이 설법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받들어 행하였다.

17.아수가시토품(阿輸迦施土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새벽에 아난과 함께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도중에서 아이들이 소꼽장난하는 것을 보셨다. 아이들은 흙을 모아 집과 창고를 짓고 보물과 곡식을 만들었다.

한 아이가 멀리서 오시는 부처님의 그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마음으로 공경하고 기뻐하여 보시할 마음이 생겼다. 그는 곧 창고에서 곡식이라 이름지은 흙을 한 줌 쥐어 부처님께 보시하려 하였다. 그러나 키가 작아 미쳐 가지 못하여 한 아이에게 말하였다.

“나는 네 위에 올라가 이 곡식을 부처님께 보시하겠다.”

한 아이는 매우 기뻐하여 좋다고 대답하였다. 그 아이는 곧 다른 아이 어깨에 올라서서 부처님께 흙을 바쳤다. 부처님께서는 발우를 낮추고 머리를 숙여 그것을 받아 아난에게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가지고 가서 내 방바닥을 발라라.”

걸식을 마치고 절에 돌아왔다. 아난은 그 흙으로 부처님 방바닥을 발랐다. 한 귀퉁이를 바르자 흙은 다 되었다. 그는 옷을 바르게 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까 그 아이가 기쁘게 흙을 보시하여 내 방 한 귀퉁이를 발랐다. 그는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내가 열반한 지 백 년 뒤에는 국왕이 되어 이름을 아수가(阿輸伽)라 할 것이요, 그 다음 아이는 대신이 되어 이 염부제의 모든 나라를 함께 맡아 3보(寶)를 드러내고 널리 공양을 베풀며, 사리(舍利)를 펴 염부제를 두루하고, 또 나를 위해 8만 4천의 탑을 세울 것이다.”

아난은 기뻐하여 다시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옛날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그런 많은 탑의 갚음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마음을 기울여 들으라. 오랜 옛날 아승기겁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파새기(波塞奇)였다. 그는 이 염부제의 8만 4천 나라를 맡아 있었고, 그 때의 부처 이름은 불사(弗沙)였다.

파새기왕은 여러 신민들과 함께 그 부처님과 비구승을 네 가지 물건으로 공양[四事供養]하고 한량없이 공경하며 사모하였다.

그 때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지금 이 큰 나라 인민들은 항상 부처님을 뵈오며 예배하고 공양한다. 그러나 그 밖의 작은 나라들은 모두 변방에 치우쳐 있어 그 인민들은 복을 닦을 인연이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 초상을 그려 여러 나라에 널리 펴 모두 공양하게 하리라.’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화공들을 불러 초상을 그리게 하였다. 화공들은 부처님 곁에 와서 부처님 상호(相好)를 보고 그리려 하였다. 그러나 한 곳을 그리고 나면 다른 곳은 잊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자세히 보고 붓을 들어 한 모습을 그리고 나면 다른 모습은 또 잊어버려 모두를 다 그릴 수가 없었다.

그 때 그 불사부처는 여러 가지 색채를 조화롭게 하여 손수 자기 초상을 그려 본보기로 삼았다.

그제야 화공들은 그것을 본받아 모두 8만 4천 초상을 그리니, 아주 깨끗하고 묘하며 단정하기 그 부처님과 같았다. 그것을 여러 나라에 두루 펴되 한 나라에 한 점씩 주었다. 그리고 영을 내려 인민들로 하여금 꽃과 향을 마련하여 공양하게 하였다.

여러 국왕과 신민들은 부처님 상을 얻어 기뻐하고 공경하여 받들기를 부처님 몸을 뵈온 듯이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아난이여, 그 때의 그 파새기왕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니라.

나는 그 때에 8만 4천의 부처님 상을 그려 여러 나라에 널리 펴고 사람들로 하여금 공양하게 하였으므로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세상마다 복을 받되, 언제나 천상이나 인간의 제왕이 되었고, 태어나는 곳마다 얼굴이 단정하고 아주 묘하였으며,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특별한 모양을 갖추게 되었고, 또 그 공덕으로 부처가 되었다. 그리하여 열반한 뒤에는 다시 이 8만 4천 탑의 과보를 얻게 되었느니라.”

현자 아난과 여러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8.칠병금시품(七甁金施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비구들은 제각기 다른 나라에서 마음대로 안거하였다. 그들은 90일 동안의 안거를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가 거룩한 가르침을 받았다.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기 때문에 인자한 마음으로 가엾이 여겨, 곧 손바닥에 천 폭 바퀴 무늬가 있는 손을 들어 그들을 위로하시고 뜻을 낮추어 물으셨다.

“너희들은 먼 벽지에 있으면서 음식과 공양에 불편은 없었느냐?”

부처님의 공덕은 세상에 그 짝이 없는데 지금 뜻을 낮추시어 비구들을 보시고 특별히 겸손함을 품고 공경하셨다. 아난은 그것을 보고 매우 괴이하게 여겨 곧 여쭈었다.

“세존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가장 특별한 일이고, 또 공덕과 지혜는 세상에 보기 드뭅니다. 그런데 지금 뜻을 낮추시어 비구들을 위로하여 물으시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세존께서 그처럼 겸손한 말씀을 하시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뜻을 알고 싶으냐?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아난은 분부대로 잘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옛날 수없고 한량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 이 염부제에 큰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이 바라내였다.

그 때 어떤 사람은 집안 살림을 잘 다스렸다. 그러나 금을 특히 좋아하여 힘을 다해 금을 모을 때에 괴로움을 돌보지 않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부지런히 노동하여 거기서 생긴 돈은 모두 금을 사는 데 썼다. 그래서 한 병을 채워서는 집안에 땅을 파고 감추어 두었다.

이렇게 갖가지로 몸을 괴롭혀 여러 해가 지나도록 옷도 변변히 입지 않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않으면서 쉬지 않고 금을 모아 마침내 일곱 병을 채워 모두 묻어 두었다.

그 뒤에 그는 병에 걸려 목숨을 마치고는, 금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에 한 마리 독사가 되어 그 집에 돌아와 그 금병을 지켰다. 여러 해가 지나 그 집이 허물어지고 거기서 사는 사람은 없었으나, 그 독사만은 그 금병을 지키고 있었다. 목숨이 다하여 몸을 버리고도 금을 사랑하는 마음을 쉬지 않아, 다시 본래 몸을 받아 그 몸으로 금병(金甁)들을 감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하여 수만 년을 지내고 최후로 독사 몸을 받았을 때에는 그 몸에 싫증이 생겼다. 그는 그 원인을 생각하였다.

‘이 금 때문에 이런 나쁜 몸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제는 이것을 좋은 복밭에 보시하여 세세생생에 그 복의 갚음을 받으리라.’

이렇게 생각을 결정하고는 길가 풀 속으로 달아나 몸을 숨기고 기다리면서 만일 누가 오면, ‘나는 그에게 이 사정을 말하리라’라고 생각하였다.

마침 그 때에 독사는 어떤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독사는 그를 불렀다. 그는 부르는 소리를 듣고 좌우를 둘러보았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므로 그대로 걸어갔다. 그제야 독사는 몸을 나타내어 부르면서 말하였다.

‘여보십시오, 내게로 가까이 좀 오십시오.’

사람은 대답하였다.

‘네 몸에는 독이 있다. 나를 왜 부르느냐, 내가 너에게 가까이 가면 반드시 해를 입을 텐데.’

독사는 말하였다.

‘내가 진실로 나쁜 마음을 가졌다면 당신이 오지 않더라도 해칠 수 있습니다.’

그는 겁이 나서 독사에게로 갔다.

독사는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여기 금병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당신에게 주어 공양함으로써 복을 지으려 하는데 될 수 있겠습니까?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당신을 해칠 것입니다.’

그는 할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뱀은 그 사람을 데리고 금 있는 곳으로 가서 금병을 파내어 그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당신은 이 금을 가지고 스님들에게 공양하되, 음식을 베푸는 날에는 잊지 말고 아수제(阿輸提)를 가지고 와서 나를 메고 그리로 가 주십시오.’

그는 그 금을 가지고 절에 가서 유나승(維那僧)에게 위의 사정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 독사는 공양을 베풀고자 합니다. 날을 빨리 정하십시오.’

스님은 그 금을 받아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였다. 공양하는 날이 되어 그는 조그마한 아수제를 가지고 뱀 있는 곳으로 갔다. 뱀은 그를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수고에 감사한 뒤에, 곧 아수제 위에 올라가 몸을 도사렸다.

그는 천을 그 위에 덮어 그것을 메고 절로 갔다. 길에서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오십니까, 안녕하십니까?’

그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두 번 세 번 물었으나 그는 한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메었던 독사는 화를 내어 성한 독을 머금고 그를 죽이려 하다가 도로 성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왜 이처럼 예의를 모르는가. 남은 호의로 정중하게 안부를 세 번이나 묻는데 한 마디 대답도 없으니, 어찌 그리 무심한가.’

이렇게 생각하자 화가 치밀어 올라 또 죽이고 싶어 막 독을 토하려 하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나를 위해 복을 짓는데 나는 아직 은혜를 갚지 못하였다.’

이렇게 재삼 되풀이하다가 도로 성을 참고는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내게 큰 은혜가 있다. 비록 죄를 지었더라도 참는 것이 도리에 마땅하리다.’.

가다가 호젓한 곳에 이르러 뱀은 그에게 말하였다.

‘나를 땅에 내려 놓으십시오.’

뱀은 그를 몹시 나무라고 또 법답게 훈계하였다. 그는 그제야 잘못을 뉘우치고 겸허한 마음이 생겨 모든 것을 가엾이 여기었다. 뱀은 거듭 훈계하여 말하였다.

‘다시는 그러지 마십시오.’

그는 뱀을 메고 절에 가서 그것을 스님들 앞에 내려놓았다.

그 때에 스님들은 공양 때가 되어 줄을 이어 서 있었다. 뱀은 그를 시켜 그들에게 차례로 향을 피우게 하고, 스스로는 믿는 마음으로 향을 받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그것이 끝나도록 자세히 바라보면서 눈을 떼지 않았다.

스님들이 앞에서 인도하여 탑을 두루 돌았다. 그는 물을 가지고 와서 스님들의 손을 씻어 주었다. 뱀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손 씻는 사람을 보되 조금도 염증을 내지 않았다.

스님들은 공양을 마치고 뱀을 위하여 널리 설법하였다. 뱀은 더욱 기뻐하여 다시 보시할 마음이 생겨 유나승을 데리고 금병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나머지 여섯 병을 모두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이렇게 복을 짓고는 이내 목숨을 마치고 그 복덕으로 말미암아 도리천에 났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알고 싶으냐? 그 때의 그 뱀을 메던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독사는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니라.

나는 옛날 뱀을 메고 갈 때에 뱀의 꾸지람을 듣고 부끄러워하면서 서원을 세웠다. 겸허한 마음으로 일체 중생을 평등하게 보리라고. 그리하여 오늘날까지 아직 한 번도 중단한 일이 없었느니라.”

그 때 여러 비구들과 아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9.차마현보품(差摩現報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열기의 죽림정사에서 수없이 많은 큰 제자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그 나라에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집이 가난하여 돈도 곡식도 없이 곤궁히 지내었다. 아무리 부지런히 노력해도 가난은 더욱 심하여 어쩔 도리가 없었으며, 입을 것도 먹을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면 현세에서 그 복을 받을 수 있는가?”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너는 모르는가. 지금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일체 중생을 복으로 건지고 이롭게 하여 구원을 받지 않는 이가 없다. 또 그 부처님에게는 큰 제자 네 분이 있다. 즉, 마하가섭(摩訶迦葉)·대목건련(大目犍連)·사리불(舍利弗)·아나율(阿那律) 들이다. 이 네 분 현사는 항상 가난한 이들을 가엾이 여기고 고액을 받는 중생들을 복되게 한다. 만일 네가 지금 믿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그분들에게 공양올리면 현세에서 너의 소원을 이룰 것이다.”

그 때 바라문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나라 안으로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노동하여 재물을 조금 얻었다. 그것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음식을 준비하여 여러 성현을 청하여 하루 공양하였다. 그리고 일심으로 정진하면서 현세의 갚음이 오기를 바랐다.

바라문의 아내 이름은 차마(差摩)[진(晉)나라 말로는 안온(安穩)이라는 뜻이다]인데, 그는 존자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여러 큰 제자들은 차마에게 8관재(關齋) 받는 것을 권하여 재(齋)를 받고는 모두 절로 돌아갔다.

그 때 병사왕은 숲에서 놀고 성으로 돌아오다가 길에서 어떤 사람이 나라에 중죄를 짓고 나뭇가지 끝에 결박되어 길가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왕을 보고 슬퍼하면서 먹을 것을 조금 청하였다. 왕은 그를 가엾이 여겨 곧 먹을 것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거기서 떠났다. 왕은 해가 저물어 낮의 일을 깜빡 잊었다가 밤이 되어 생각하였다.

‘나는 아까 그 죄인에게 먹을 것을 주기로 약속하였는데 어째서 깜빡 잊었을까?’

곧 사람을 시켜 그에게 밥을 가져다 주려고 하였으나 아무도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은 밤중인데 길에는 아마 사나운 짐승이나 모진 귀신이나 나찰의 재화가 많을 것입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을지언정 거기는 갈 수 없습니다.”

그 때 왕은 그 사람의 고통을 생각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곧 나라에 영을 내렸다.

“누구든지 그에게 밥을 가져다 주면 상금 천 냥을 주리라.”

그러나 나라 안에는 아무도 그 모집에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차마는 늘 사람들이 하던 말을 들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8관재를 받들어 지니면, 어떤 모진 귀신이나 독한 짐승들의 일체 재화도 침해하지 못한다’는.

차마는 이런 말을 들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집은 빈궁하고 또 나는 재법을 받들어 지닌다. 지금 왕이 모집하는 것은 나를 위하려는 것이다. 나는 지금 가서 거기에 응모하여 값을 받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곧 가서 응모하였다.

그 때 왕은 또 차마에게 말하였다.

“나를 위해 그에게 밥을 가져다 주고 무사히 돌아오면 나는 너에게 금 천냥을 주리라.”

차마는 분부를 받아 밥을 가지고 가기로 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재법을 가져 조금도 빠뜨림이 없었다. 그래서 길을 따라 떠났다. 성을 벗어나 차츰 멀리 가다가 남바(藍婆)라는 한 나찰 귀신을 만났다. 그 때에 그 귀신은 5백명 새끼를 낳았는데 처음으로 몸을 풀고 나서 몹시 주리고 목말라 차마를 보자 잡아먹으려 하였다. 그러나 차마는 재법을 하나도 빠뜨림 없이 지녔기 때문에 귀신은 도리어 두려워하였다. 굶주림에 시달려 차마가 가지고 있는 음식을 빌면서 말하였다.

“조금만 나를 주시오.”

차마는 거역하지 않고 조금 주었다. 비록 적었으나 귀신의 힘 때문에 그것으로써 배가 불렀다.

그 때 나찰은 차마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차마이다.”

나찰은 기뻐하면서 다시 말하였다.

“나는 지금 아이를 낳고 안온하게 되었고 당신 때문에 목숨이 살았습니다. 내게 이익됨이 적지 않아 나는 살게 되었고, 또 좋은 이름을 들었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 금 한 가마[釜]가 있어 그것으로 당신의 은혜를 갚겠습니다. 잊지 말고 돌아갈 때에 가져 가십시오.”

귀신은 또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차마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 음식을 가지고 어느 사람에게 주려고 가는 길이다.”

남바는 또 말하였다.

“내 누이동생이 저 앞에 사는데 이름은 아람바(阿藍婆)입니다. 만일 당신이 만나게 되거든 나를 위해 안부를 묻고, 나는 5백 명 아들을 낳고 몸이 안온하다고 내 사정을 자세히 알려 소식을 전해 주십시오.”

차마는 그 말대로 길을 따라가다가 아람바를 만나 곧 안부를 묻고 남바의 사정을 자세히 말하면서 5백 아들을 낳아 모두 안온하다고 하였다.

그 때 아람바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차마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차마이다.”

아람바는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내 언니가 해산하여 안온하고 또 당신 이름이 좋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지금 내가 사는 곳에 금 한 가마가 있어 당신에게 드립니다. 잊지 말고 돌아갈 때에 가져 가십시오.”

그는 또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나는 왕을 위해 음식을 가지고 어떤 사람에게 간다.”

아람바는 말하였다.

“내 사내 동생 분나기(分那奇)가 저 앞 길에 있습니다. 나를 위해 안부를 묻고 이 누이의 뜻을 전해 주십시오.”

차마는 그를 하직하고 길을 따라 나아갔다. 그 말대로 분나기를 만났다. 그 두 누이를 위해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큰 누이는 아들 5백 명을 낳고 몸이 안온하여 조금도 언짢은 일이 없다’고 전하였다.

그 때 분나기는 두 누이가 편안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면서 다시 차마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차마이다.” “당신 이름은 안온이요, 또 내 누이들이 편안하다는 소식을 전하니 더욱 유쾌합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사는 곳에 금 한 가마가 있어 그것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잊지 말고 돌아갈 때에 가져 가십시오.”

차마는 그를 하직하고 길을 따라가다가 옛날의 그곳을 기억하고 그 사람에게 가서 밥을 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금 세 가마를 가져다 집에 두고 다시 왕에게 상금 천 냥을 얻어 그 집은 가난을 면하고 곧 부자가 되었다. 그 나라 백성들은 그 집에 재물과 보배가 많은 것을 보고 기꺼이 하인이 되려고 그 집에 몰려와 심부름꾼이 되었다.

왕은 그의 복덕이 그러하다는 말을 듣고 곧 궁으로 불러 대신을 삼았다.

그는 이미 왕의 녹을 먹고 또 부자가 되자 부처님을 믿는 마음이 정성스럽고 독실하여 복업을 더욱 널리 늘이기 위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큰 공양을 베풀었다.

부처님께서는 스님들과 함께 그의 청을 받고 공양이 끝난 뒤에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는 마음이 열려 수다원이 되었다.

그 때 대중들과 아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0-1 빈녀난타품(貧女難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그 나라에 난타(難)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가난하고 고독하여 구걸하면서 살아갔다.

그녀는 국왕과 신민의 노소들이 모두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전생에 무슨 죄로 빈천한 집에 태어나, 복밭을 만났건마는 종자가 없을까?’

못내 괴로워하고 마음 아파하면서 미미한 공양이나마 기약하고, 곧 나가 구걸하기를 늦도록 쉬지 않았으나 겨우 돈 1전을 얻었을 뿐이다.

그는 그것을 가지고 기름집으로 가서 기름을 사려 하였다. 기름집 주인은 물었다.

“1전어치 기름을 사봐야, 너무 적어 쓸 데가 없을 텐데 무엇에 쓰려는가?”

난타는 그 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기름집 주인은 그를 가엾이 여겨 기름을 갑절로 주었다. 그는 그것을 얻고 매우 기뻐하여 등불 하나를 만들어 가지고 절로 갔다.

그것을 부처님께 바친 뒤 부처님 앞에 있는 여러 등불 가운데 두었다. 그리고 서원을 세웠다.

‘저는 지금 빈궁하여 이 작은 등불로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이 공덕으로써 저로 하여금 내생에 지혜의 광명을 얻어 일체 중생의 어두움을 없애게 하소서.’

이렇게 서원을 세우고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밤이 지나 다른 등불은 모두 꺼졌으나 그 등불만은 홀로 켜져 있었다.

그 때 목련(目連)은 그 날 당번이 되었다. 날이 밝은 것을 보고 등불을 걷어 치우려다가 그 한 등불만이 홀로 밝게 타면서 심지가 닳지 않은 것이 새로 맨 등불 같은 것을 보았다. 그는 낮에 켜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고, 그것을 꺼 두었다가 저녁에 다시 켜려고 손으로 끄려 하였다. 그러나 불꽃은 여전하여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옷자락으로 부쳤으나 불꽃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목련이 그 등불을 끄려고 하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지금 그 등불은 너희 성문들로서는 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네가 4해(海)의 물을 거기에 쏟거나 산바람으로 그것을 불더라도 그것은 끌 수 없다. 왜냐 하면 그것은 일체 중생을 두루 건지려고 큰 마음을 낸 사람이 보시한 물건이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난타 여인은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에게 수기를 주셨다.

“너는 오는 세상 두 아승기와 백 겁 동안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등광(燈光)이라 하고, 10호(號)를 완전히 갖출 것이다.”

이에 난타는 수기를 받고 기뻐하여 꿇어앉아 출가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허락하시어 그는 비구니가 되었다.

혜명(慧命) 아난과 목련은 그 가난한 여자가 고액을 면하고 집을 떠나 수기 받는 것을 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난타 여인은 전생에 무슨 업을 지어 오랫동안 구걸하면서 살아 왔으며, 또 무슨 행으로 말미암아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여 네 무리들이 공경하고 우러르면서 다투어 공양하려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에 가섭이라는 부처님이 계셨다. 그 때에 어떤 거사의 부인은 몸소 나아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청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어떤 가난한 여자에게 공양받기를 먼저 허락하고 계셨다. 그 여자는 이미 아나함의 도를 얻은 여자였다.

그 때 장자의 부인은 자기의 재산이 많은 것을 믿고 그 가난한 여자를 업신여겨, 부처님께 먼저 그 청을 받은 것을 불쾌히 여겨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제 공양을 받지 않고 저 거지의 청을 먼저 받으셨습니까?’

이렇게 나쁜 말로 성인을 업신여겼다. 그 뒤로 5백 년 동안 그는 언제나 빈천한 거지 집에 태어났다. 그러나 그 뒷날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고 공경하며 기뻐하였기 때문에 지금 부처님을 만나 집을 나와 수기를 받았고 온 나라가 공경하고 우러르느니라.”

그 때 대중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나라 왕과 신민들은 그 가난한 여자가 부처님께 등불 하나를 바침으로써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모두 흠앙하는 마음을 내어 저마다 훌륭한 의복 등 네 가지 물건을 보시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였다.

그리하여 귀천 노소를 막론한 온 나라 남녀들이 향유(香油) 등불을 다투어 준비하여 기원(祇洹)으로 가지고 가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사람은 너무 많고 등불은 기원 수림의 사방에 가득하여 마치 별들이 공중에 흩어져 있는 것 같았다. 날마다 이리하여 일곱 밤을 지났다.

그 때 아난은 매우 기뻐하여 부처님의 여러 가지 덕행을 찬탄하고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과거 세상에 어떤 선(善)의 뿌리를 심었기에 이런 한량없는 등불 공양의 과보를 받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옛날 두 아승기겁의 91겁 전에 이 염부제에, 이름이 파새기라는 큰 나라 왕이 있었다. 그는 이 세계 8만 4천 작은 나라를 맡아 있었다. 그가 태자를 낳았는데 몸은 자주 금빛이요,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여든 가지 특별한 모양을 갖추었으며, 그 정수리에는 저절로 된 보배가 있어 여러 가지 빛나는 모양이 사람의 눈을 부시게 하였다.

왕은 관상쟁이를 불러 그 상의 길흉을 점치게 하고, 이름을 지으라 하였다. 관상쟁이는 그 기묘한 상을 보고 손을 들어 외쳤다.

‘아, 훌륭하고 훌륭하여라. 이제 이 태자는 이 세상의 천상과 인간에서 짝할 이가 없습니다. 만일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집을 떠나면 스스로 깨치는 부처가 될 것입니다.’

관상쟁이는 이어 왕에게 물었다.

‘태자가 날 때에 어떤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정수리에 빛나는 보배가 저절로 솟아나 있었다.’

그래서 곧 이름을 지어 늑나식기(勒那識祇)[진(晉)나라 말로는 보계(寶髻)라는 뜻이다]라 하였는데, 그는 차츰 장성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워 부처가 되었다. 그리하여 인민들을 교화하여 많은 사람을 제도하였다.

그 때 그 부왕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석 달 동안 공양하였는데, 거기에는 이름이 아리밀라(阿梨蜜羅)[진(晉)나라 말로는 성우(聖友)라는 뜻이다]라는 비구가 있었다. 이 비구는 등을 만들어 석 달 동안 공양하는 시주를 구하려고 날마다 성으로 들어가 여러 장자와 거사와 인민들에게 가서 소유(蘇油) 등불의 재료를 구하였다.

그 때 그 나라 공주 모니(牟尼)는 높은 다락에 올라 그 비구가 날마다 성에 들어와 무엇을 구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여 사람을 보내어 물었다.

‘존자는 늘 그처럼 수고하시는데, 무슨 일을 경영하십니까?’

비구는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석 달 동안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위해 등불을 켜려고 시주를 구합니다. 그래서 성에 들어가 여러 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소유 등불 재료를 구하고 있습니다.’

사신이 돌아가 보고하자 공주는 기뻐하면서 아리밀라에게 말을 전하였다.

‘지금부터는 다니면서 구걸하지 마십시오. 제가 등을 만들 재료를 공급하겠습니다.’

비구는 그리 하라 하였다. 그 뒤로 왕의 딸은 늘 소유 등불의 재료를 절에 보내었다.

아리밀라 비구는 날마다 주선하여 등불을 켜 공양하고 일체 중생을 두루 제도할 서원을 세웠는데, 정성이 지극하고 독실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수기를 주셨다.

‘너는 오는 세상 아승기겁 뒤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정광(定光)이라 할 것이요, 10호(號)를 완전히 갖출 것이다.’

왕의 딸 모니는 아리밀라 비구가 장차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부처님께 바치는 등불은 모두 내 소유요, 비구는 그것을 주선만 하였다. 그런데 지금 그 비구는 기별을 받는데 나만 홀로 받지 못하였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자기 심정을 하소연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모니에게도 수기를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오는 세상 두 아승기의 91겁 뒤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모니라 할 것이요, 10호를 완전히 갖출 것이다.’

이에 공주 모니는 부처님의 예언을 듣고, 기쁨이 마음 속에서 터져 나오면서 갑자기 남자로 변하였다. 그가 거듭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사문이 되기를 원하자, 부처님께서는 곧 허락하셨다.

그는 용맹스럽게 정진하면서 부지런히 닦기를 쉬지 않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아리밀라 비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과거의 정광부처님이 바로 그 이요, 공주 모니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 내 몸이니라.

나는 옛날에 등불을 보시함으로 해서 그 때부터 수없는 겁 동안에 천상과 인간에서 저절로 복을 받았고, 몸은 특별하여 다른 사람보다 뛰어났으며, 지금에 부처가 되었으니 그 등불의 과보를 받은 것이니라.”

그 때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초과(初果)에서 4과(果)까지 받은 이도 있고, 연각(緣覺)의 선근을 심은 이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낸 이도 있었다.

혜명(慧命) 아난과 대중들은 모두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20-2.대광명왕시발도심연품(大光明王始發道心緣品)

지혜와 교묘한 방편이 있는 사람은 조그마한 인연으로도 능히 큰마음을 내어 불도로 나아가지마는, 게으른 사람은 아무리 큰 인연이 있어도 뜻을 내어 불도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음을 굳게 하고 뜻을 세워 좋은 인연에 용맹스러워야 한다. 그 까닭을 말하리라.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시면서 네 무리와 여러 왕과 신민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공양과 공경을 받으셨다.

대중 가운데에는 의심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세존께서는 본래 어떤 인연으로, 처음으로 위없는 보리심을 내고 스스로 부처가 되어 많은 이익을 주셨는가. 우리도 마음을 내어 도를 이루어 중생들을 이롭고 편안하게 하자.’

존자 아난은 대중들의 생각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하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지금 이 대중들은 모두 의심이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옛날에 어떤 인연으로 큰 도의 마음을 내게 되었는가를 궁금히 여깁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것을 말씀하시어 일체 중생들을 두루 이롭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의 물음은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것이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그 때 거기 모인 대중들은 잠자코 소리가 없었고, 바람과 강물과 온갖 새와 달리던 짐승들도 모두 고요하여 소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대중들과 하늘·용·귀신들은 즐겨 들으려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옛날 한량없고 끝없는 아승지 겁 전에 이 염부제에 대광명(大光明)이라는 큰 왕이 있었다. 그는 큰 복덕이 있고 총명하고 용맹스러우며 왕의 상을 완전히 갖추었었다.

그 때 그 나라 변두리에 어떤 국왕이 있었다. 대광명왕은 그 왕과 친하였기 때문에, 그 나라에 모자라는 것이 있으면 언제나 물건을 보내 주었고, 그 나라에서도 진귀한 것이면 대광명왕에게 가져다 바쳤다.

그 때 그 나라 왕은 큰 산에 사냥하러 갔다가 코끼리 새끼 두 마리를 얻었다. 그것은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희기는 수정산과 같았고 일곱 다리로 땅을 디디고 서서 매우 사랑스러웠다. 그는 매우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이것을 광명왕에게 바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금과 은의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하니, 그것은 세상에서 뛰어난 보배가 되었다. 그는 사람을 시켜 그것을 광명왕에게 보냈다. 왕은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 때 산사(散闍)라는 상사(象師)가 있었다. 왕은 그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이 코끼리를 보살펴 기르면서 잘 훈련시켜라.’

상사는 명령을 받고 오래지 않아 그것은 잘 훈련되었다. 그는 온갖 보배로 그것을 꾸미고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제가 다룬 코끼리는 이제 잘 훈련되었습니다. 왕은 시험해 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시험해 보려고, 금북을 쳐서 신하들을 모으고 코끼리를 시험하는 광경을 보게 하였다.

대중이 모이자 왕은 그 코끼리를 탔다. 마치 해가 처음 산에서 솟아 빛나듯이 왕이 처음으로 코끼리를 탔을 때도 그와 같았다.

왕은 신민들을 데리고 성을 나가 즐거이 놀면서 시험할 장소에 이르게 되었다.

그 때 원기가 왕성한 그 코끼리는 마침 여러 코끼리들이 연못에서 연뿌리를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본 코끼리는 곧 음욕이 발동하여 암코끼리를 쫓아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 때에 왕이 썼던 관은 땅에 떨어지고 옷은 찢기고 몸은 상해 피가 흐르며 머리털은 흐트러졌다. 왕은 현기증이 생겨 꼭 죽는다 생각하고, 몹시 두려워하여 상사에게 물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살 수가 있을까?’

상사는 아뢰었다.

‘숲 속에 나무가 많습니다. 붙잡을 만한 것이 있거든 붙잡으십시오. 그렇게 하면 안전할 것입니다.’

왕은 나뭇가지를 붙잡았다. 코끼리는 지나가고 왕은 나무에 걸렸다. 왕은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 앉아 옷과 관이 없어지고 몸이 상한 것을 보고, 몹시 괴로워하면서 정신없이 숲을 나왔으나 시종들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상사는 조금 먼저 나무를 붙잡고 안전하게 되어 돌아와 왕이 혼자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원컨대 왕은 너무 걱정하지 마소서. 그 코끼리는 아마 음심(淫心)이 없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더러운 풀은 먹기 싫고 흐린 물은 맛이 없어 궁중의 깨끗하고 기름지며 맛난 음식을 생각하고 제 스스로 돌아올 것입니다.’

왕은 호령하였다.

‘나는 이제 다시는 너나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리라. 그 코끼리 때문에 내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그 때 신하들은, 왕은 이미 그 미친 코끼리에게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길을 따라 여러 곳으로 찾아다니다가 천관(天冠)과 의복(衣服)을 발견하고 떨어진 핏자국을 보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왕이 다른 코끼리를 타고 성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성 안의 백성들도 대왕이 그러한 고통을 받은 것을 보고 근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 때 그 미친 코끼리는 들에 있는 못에서 온갖 나쁜 풀과 흐리고 더러운 물을 먹자 음심이 저절로 없어졌다. 그러자 곧 왕궁의 깨끗하고 맛난 음식을 생각하고, 거센 바람처럼 달려 궁중으로 돌아왔다.

상사는 그것을 보자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은 아소서. 전에 잃어버렸던 코끼리가 지금 돌아왔습니다. 원컨대 왕은 보소서.’

왕은 말하였다.

‘나는 이제 너도 필요 없고 코끼리도 필요 없다.’

산사는 아뢰었다.

‘만일 왕께서 저와 코끼리가 필요 없으시다면 제가 코끼리를 다루는 법을 보시기 바랍니다.’

왕은 곧 사람을 시켜 평탄한 땅에 자리를 펴게 하였다.

그 때 온 나라 사람들은 산사가 대왕에게 코끼리 다루는 법을 보이려 한다는 말을 듣고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왕은 궁중에서 나와 대중의 인도를 받으면서 자리에 나가 앉았다. 코끼리 조련사 산사는 코끼리를 이끌고 회장에 나왔다.

그는 대장장이를 시켜 철환 일곱 개를 만들어 시뻘겋게 불에 달구게 하고는 생각하였다.

‘코끼리가 이 철환을 먹으면 반드시 죽을 것이니 그 때에는 왕이 후회할 것이다.’

그리고 왕에게 아뢰었다.

‘이 흰 코끼리는 오직 전륜성왕만이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조그만 허물이 있다 하여 버릴 수는 없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코끼리가 훈련되지 않았으면 나는 타지 않았을 것이다. 잘 훈련되었다면 어찌 이런 사고를 냈겠는가. 이제는 너도 필요 없고 코끼리도 필요 없다.’

상사는 거듭 아뢰었다.

‘저는 필요 없다 하시려니와, 코끼리는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왕은 더욱 화를 내며 말하였다.

‘내 앞에서 멀리 떠나라.’

산사는 일어나 눈물을 흘리면서 아뢰었다.

‘왕은 친함과 소원함이 없이 그 마음이 독약과 같은데, 어떻게 거짓으로 달콤한 말을 하였겠습니까?’

그 회장에 모인 노소남녀들은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코끼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상사는 곧 코끼리에게 명령하였다.

‘이 철환을 먹으라. 만일 이것을 먹지 않으면 쇠갈고리로 네 머리를 찢어 죽이리라.’

코끼리는 그 마음을 짐작하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차라리 이 뜨거운 철환을 먹고 죽을지언정, 저 쇠갈고리에 맞아 죽을 수는 없다. 사람이 아무래도 죽을 바에야 차라리 목을 졸려 죽을지언정 불에 타 죽으려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왕을 향해 눈물을 흘리면서 구해 주기를 바랐다.

왕은 더욱 화를 내어 바라보다가 외면해버렸다. 산사는 코끼리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왜 이 철환을 먹지 않느냐?’

코끼리는 사방을 둘러보면서 생각하였다.

‘이 대중 가운데는 내 목숨을 구해 줄 사람이 없구나.’

그리고는 손으로 철환을 집어 입에 넣어 삼켰다. 철환은 배에 들어가 내장을 태우면서 바로 내려가 금강저로 수정산을 때리는 것처럼 죽어 쓰러졌다. 땅에 떨어진 철환은 아직도 시뻘겋게 타고 있었다.

그 때 대중들은 이것을 보고 모두 슬피 울었다. 왕도 이 일을 보고 놀라고 두려워 이내 후회하였다. 왕은 곧 산사를 불러 물었다.

‘네 코끼리가 훈련되어 그처럼 잘 순종하거늘 저 숲 속에서는 어찌 그것을 제지시키지 못하였던가.’

그 때 정거천(淨居天)은 광명왕이 위없는 보리심을 낼 줄을 알고 곧 신력으로 상사를 시켜, 꿇어앉아 왕에게 대답하게 하였다.

‘대왕이여, 저는 오직 코끼리 몸만 다룰 수 있고 그 마음은 다루지 못합니다.’ ‘그러면 혹 몸도 다루고 마음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부처님께서는 몸도 다루고 마음도 다루실 수 있습니다.’

광명왕은 부처님이라는 이름을 듣고 놀라 온몸의 털이 일어서면서 산사에게 말하였다.

‘네가 말하는 부처님이란 어떤 종성(種姓)에서 나왔는가?’ ‘부처님께서는 두 가지 종성에서 나왔습니다. 첫째는 지혜요, 둘째는 자비입니다. 그 분은 여섯 가지 일, 즉 6바라밀(波羅蜜)을 부지런히 행하여 공덕과 지혜를 완전히 갖추어 부처님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 분은 자기도 잘다루었고 중생들도 잘 다룹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곧 궁중으로 들어가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새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높은 누각에 올라가 사방을 향해 예배한 뒤에 일체 중생에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고, 향을 사루면서 서원을 세웠다.

‘나의 모든 공덕을 불도에 회향(廻向)합니다. 내가 부처가 된 뒤에는 내 마음을 다루고 또 일체 중생을 다루겠습니다. 만일 한 중생을 위해 아비지옥에 들어가 한 겁을 지냄으로써 그것이 그에게 이익이 된다면, 나는 그 지옥에 들어가더라도 끝내 보리심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서원을 세우자 천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산과 바다는 솟았다 꺼지고, 허공에서 저절로 풍류 소리가 나며, 한량없는 하늘은 하늘 풍류를 아뢰고, 노래로 보살을 찬탄하였다.

‘당신은 그 공덕으로 오래지 않아 부처가 될 것입니다. 불도를 이룬 뒤에는 우리들도 제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도 이 청정한 법회(法會)에 한 몫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고 싶으냐? 그 때에 철환을 먹은 흰 코끼리는 지금의 난타요, 상사는 사리불이며, 광명왕은 지금의 내 몸이니라. 나는 그 때 코끼리가 잘 훈련되어 순종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비로소 도의 마음을 내어 불도를 구하였느니라.”

그 때 대중들은 부처님의 고행이 그러하였다는 말을 듣고, 네 가지 도의 결과[四道果]를 얻은 이도 있었고, 큰 도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었으며, 집을 떠나 도를 닦는 이도 있었다. 그래서 모두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뜻이 굳세고 용맹스러우면 조그마한 인연으로써도 능히 큰 일을 성취할 수 있지마는, 게으르면 아무리 큰 인연을 만나도 성취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부지런히 정진하여 불도로 나아가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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