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맹무상

군맹무상

교오멘왕은 나라 안에 명령해서 태어날 때부터의 맹인들을 모은 일이 있었다. 그 때,

『그들을 궁정에 모으고 코끼리를 풀어 놓아 보아라.』

맹인들은 궁인에 인솔되어 코끼리의 주위에 모여 주저 주저 하면서 코끼리에 다가가서는, 어떤 자는 그 발을 만졌다. 어떤 자는 꼬리를 만져 보았다. 어떤 자는 꼬리와 밑둥을 잡아 보았다. 배를 만져 보는 자, 겨드랑이를 만져 보는 자, 등을 만지는 자, 귀를 잡아보는 자, 머리를 더듬어 보는 자, 이빨을 만져 보는 자, 코를 잡아 보는 자, 각 사람들이 가지 각색으로 코끼리란 이런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이윽고 일동은 왕 앞에 끌려 나왔다. 왕은 다음과 같이 물었다.

『너희들은 코끼리를 만져 보았을 것이다. 어떤 것이었나?』

제일 먼저 앞으로 나선 자는 다리를 만져 본 맹인이었다.

『코끼리는 큰 나무통과 같은 것입니다.』

『아닙니다. 빗자루와 같은 것입니다.』

『틀립니다. 코끼리는 굵은 지팡이와 닮았습니다.』

『무어라고, 코끼리는 북과 같은 겁니다.』

『아니, 넓은 벽과 닮았습니다.』

『높은 책상과 같은 겁니다.』

『큰 키와 같은 겁니다.』

『뿔과 같은 겁니다.』

마지막으로 나온 자는 코를 잡았던 맹인이었다.

『대왕이여, 모두 틀렸습니다. 코끼리는 큰 새끼 줄과 닮았습니다.』

껄껄 웃음을 터뜨린 교오멘 왕은 신하 일동을 향해서,

『맹인뿐만 아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진리에 미약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을 웃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왕은 다시 一계를 설법했다.

『불쌍한 자들이여, 부질없이 싸우면서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자기를 고집해서 타인을 비난하며, 한 마리의 코끼리로 두 가지의 원한을 만드는구나.』

사람이 진리에 미약하게 되면, 이와 똑같다는 가르침이다. 교오멘 왕과 석존은 전세에 있어서 전신(前身)이다.

<六度集經第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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