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년고행의 인연

육년고행의 인연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곳에 대국(大國)의 왕이 있었다. 이 왕은 불(佛), 법(法), 승(僧)의 삼보(三寶)에 심신(心信)이 두터워 십선(十善)의 계(戒)를 가지고 덕은 일국에 퍼지고 은혜는 만민에게 미쳐서, 군대와 감옥의 필요가 없고, 풍우는 때에 따르고 오곡은 풍요하게 무르익어, 백성은 입을 모아 태평을 칭송하고 그 높은 덕을 사모하여 한 사람도 원망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한 사람의 도사(道士)가 있었다. 그는 깨끗한 마음과 아름다운 행동을 가지고 깊이 산림 속에 숨어, 세상의 시끄러움을 끊고 열심히 수행에 힘썼다.

어느날 밤, 길에서 목이 말라 연못물을 마셨다. 그것이 연꽃을 심은 연못 물 임을 안 그는 아아, 나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 연못 주인은 연못을 사서 연을 심고 꽃은 부처님께 바치고 물과 열매는 자기집 가용(家用)에 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주인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물을 마셨다. 말하자면 훔쳐서 마신 것과 같다.

도둑질의 죄는 내세에는 지옥에 떨어지고 그 다음 세상에는 짐승으로 태어나, 잡혀서는 거리에다 내어 팔린 다음 비로소 그 댓가가 치러지는 것이다.

비록 인간으로 환생(還生)하더라도 머슴이나 하녀로 태어나 남의 고용살이나 하게 된다. 무서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일찌감치 죄를 닦고 그 업보를 미래로 미루기 싫다고 생각하고는 급히 대왕에게로 나아가,

『저는 도둑질을 했습니다. 부디 법에 따라 벌을 주셔서 빨리 금생(今生)에 죄를 끝마치고 나중까지 질책을 받지 않게 해주시기를 바라옵니다.』

라고 원했다.

이 정직한 말을 듣고, 왕은 위로해서 말했다.

『그것은 자연의 물이다. 별달리 보배라고 할 수 없으니 죄는 되지 않겠다.』

『임금님, 집을 사면 우물이 따라 옵니다. 논밭을 구하면 심은 풀은 베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 우물물을 긷고 풀을 베는데, 허락을 받지 않는다면 훔친 것과 같습니다. 부디 국법에 따라 처분하시어 제 죄를 면케 해주십시오.』

재차 원하는 것을 듣고, 왕은,

『국사가 바쁘니, 잠시 뜰에서 기다려라.』

라고 명하였다.

태자(太子)는 왕의 명을 듣고, 도사를 정원 깊숙이 나무 숲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기다리게 하였다.

왕은 국사에 쫓기어 엿새 동안은 전혀 도사의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칠일 되던 날 아침 별안간 생각나서,

『도사는 아직도 있느냐? 빨리 불러 들여라.』

라고 명했다.

도사는 명령 받은대로 정원 속에서 엿새 동안,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왕 앞에 이끌려 나왔을 때는, 마르고 쇠약해져 서 있을 수도 없어 땅에 쓰러졌다.

왕비는 그 꼴을 보고 우스워서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왕은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으로부터 사과했다.

『아아, 내가 나빴다.』

하고 즉시로 신하에게 명하여 목욕을 시키고, 음식을 차려 왕 스스로 공양을 하며, 머리를 땅에 대고 도사에게 잘못을 뉘우치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나라 백성의 왕이다. 백성이 굶주리면 내 밥이 쓰고, 백성이 추으면 내 옷도 얇아지다. 하물며 도를 닦고, 덕을 행하는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이 왕의 도리겠는가?

한 나라 안의 착한 일도 한사람의 당신과 같은 현자(賢者)의 덕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가가 태평하고 만민이 안락한 것도, 기후가 순화(順和)하여 오곡이 풍요한 것도 청정한 계덕(戒德)의 덕분이 아니고서는 어찌 얻을 수가 있겠는가. 허락을 받지 않고 한 잔의 물을 마시는 것마저 죄가 된다고 하듯이, 나와 같이 덕을 훔치는 진정한 도둑이 벌 받지 않고 있겠는가?

이것으로 당신을 용서 하더라도 결코 나중에 미진함이 남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도사는,

『황공하옵게 대왕의 은혜로 죄를 용서 받겠습니다.』

라고 전의 산림속에 들어가 불도의 수행에 힘썼다.

그리고서는 몇번인가 새로 태어나서는 죽었다. 왕은 불도를 수행하고, 드디어 부처님이 된 때가 왔지만, 육년동안 고행하여 먹을 것을 충분히 얻을 수가 없었던 것은 도사를 뜰에 잊어둔 죄 때문이었다.

그러나 엿새 후 왕은 모든 정성을 다해 도사를 공양했으므로, 그 죄는 없어지고 부처님의 길을 성취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왕비는 석존의 부인 야쇼다라이다. 도사의 여윈 모습을 보고 웃은 죄로 라후라를 배고 육년의 긴 세월동안 괴로움을 받았다. 라후라는 그때의 태자여서, 도사를 뜰 깊숙이 데리고 들어간 죄로 어머니의 태(胎) 속에서 육년 동안을 있지 않을 수 없었다.

<六度集經 第五>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