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죽어서 묘신이 되다
안식국 스님 안청(安淸)의 자는 세고(世高)이다.
본래 세자로 있다가 그의 자리를 숙부에게 물려주고 중이 되었는데, 내외제전에 통달하여 동남아 일대를 순회하면서 불법의 홍포에 온갖 정열을 다 쏟았다.
한나라 건화 4년 낙양에 와 있다가 난리가 나 배를 타고 노산에 이르러 가니 옛날 함께 배우다가 이미 죽은 친구가 강림하여,
「나는 옛날 그대와 함께 출가하여 도를 배우던 친구인데 중간에 색을 좋아하고 진심을 많이 낸 까닭으로 지금 묘신(廟神)이 되어 주위 천리가 내 관할이지만 그 과보로 얼굴이 너무 추하고 생활이 지옥과 같노라.
그런데 내가 지금 비단 몇 필과 약간의 보물을 지고 있으니 그대가 내 대신 그것을 가지고가 절을 짓고 탑을 세워주면 능히 해탈하여 선처에 가서 나리라.」
하였다.
세고가,
「그러면 어찌하여 형체를 나타내지 않는가?」
「형체를 나타내면 그대가 두려워할까 하노라.」
「저 장막 가운데 네 머리만 보고자 하노라.」
하니 신이 장막 안에 형체를 보이는데 머리와 꼬리가 꼭 같이 큰 대맹이었다.
세고가 법문을 하고 경을 읽으며 이고득락하라 축원하니 대망의 눈에서 눈물이 비오듯 하였다.
배에서 내려 묘 앞에 이르니 비단과 보물이 있는지라,
「그대의 뜻을 따라 내 가지고가 절과 탑을 세우리라.」
하니 밤중에 한 소년이 배위에 나타나,
「세고스님의 법력으로 묘신의 보를 벗고 선처를 구해 납니다.」
하고 수십 번 절하고 갔다.
그 뒤 사람들이 서산 못 가운데서 죽은 대망이 한 마리가 떠오는 것을 보았는데
머리와 꼬리의 길이가 수십미터에 달했다 한다.
세고스님은 예장 땅에 가다가 그의 부탁대로 비단과 보물을 팔아 절과 탑을 세우니 절 이름이 대안사(大安寺)였다.
<中國高僧法語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