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직의 꿈에 나타난 초왕귀

김종직의 꿈에 나타난 초왕귀

이조 중엽의 대 학자인 점필재(佔畢齋)와 김종직(金宗直)이 여행을 하던 도중 답계역(踏溪驛)에 머물렀을 때 일이었다.

그날 밤 꿈에 7장(七章)의 옷을 입은 한 신인(神人)이 나타나 자신은 초나라의 회왕(懷王)인데, 서초(西楚)의 패왕(覇王)에게 살해당하여 불행히도 깊은 강의 밑에 잠겨 있다고 말하자마자 사라졌다.

종직이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신차려보니 자신은 여행을 떠나 피곤해 지쳐 정신없이 답계역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종직은 이를 이상히 여겼다.

회왕이라고 한다면 남초(南楚)의 사람이다.

그 사람이 어찌하여 아무런 인연도 없는 이역만리나 떨어진 조선에 있는 자신에게 나타나 그런 말을 했을까?

또 회왕의 시대는 이미 수 천년이나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꿈이라고 하지만 어찌하여 현몽하였을까?

그러나 분명히 그의 모습을 나타내어 한을 풀어 달라고 하는 것은 마치 오늘날의 사람과 같다.

그리하여 종직은『사서(史書)』를 들추어 보았지만 그가 투강된 기록은 찾지 못했다.

혹시 서초의 패왕이 사람을 몰래 보내어 회왕을 죽이고 그 시체를 강물에 던진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 김종직은『조의제문(吊義帝文)』을 지어 동정의 마음을 표시 하였다.

<해동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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