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통을 씻고 지혜가 생긴 법운스님
당나라 법운(法雲)대사는 중국 안문군(雁門郡)의 조(趙)씨로서 성품이 순박하여 헐뜯거나 칭찬하거나 생각이 담담 하였다.
어려서 글방에 갔으나 둔하여 글을 외우지 못하였고, 12세에 오대산 화엄사 정각(淨覺)선사에게 가서 머리를 깎고 나무하고 밥 짓기에 고달픈 줄을 몰랐다.
36세가 되도록 글을 외우지 못하여 대중이 소라고 불렀다.
법운이 하루는 한탄하기를
「이렇게 어리석은 바보가 오래 살면 무엇 하라.」
하고, 큰 눈이 퍼붓는 것도 불구하고 맨발로 5대를 순례하면서 일심으로 문수보살을 생각하며 보살을 만나 총명을 얻으려 하였다.
이렇게 돌아다니느라고 추워도 옷 입는 생각이 없고, 먹어도 맛을 몰랐으며, 안으로는 자신의 몸과 밖으로는 지닌 물건도 잊어버리고 문수보살만 찾았다.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문수보살이 어디 계시느냐고 물으면서 5대를 두루 돌았지마는 보살은 찾을 수가 없었다.
절에 와서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뜻은 더욱 간절하여 마치 미친 사람 같았다.
다시 동대로 갔더니, 어떤 노인이 불을 쪼이고 있었다.
나아가서 문수보살이 어디 계시느냐고 물으니 노인이 말했다.
「그대는 문수보살을 왜 찾는가?」
「제가 하도 우둔하여 보살을 만나면 총명케 하여 주시기를 바래서 입니다.」
「이 말라깽이 천치야, 너는 그를 만날 필요가 없어.」
법운은 미친 늙은이라 생각하고 북대로 갔더니, 그 노인이 거기서는 눈(雪)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참말 문수보살인가 여겨 앞에 나아가 절을 하였다.
배가 고프고 몸이 얼고 피곤하여 쓰러져, 입으로 피를 토하고 꿈꾸는 듯 정신이 혼미하였는데 노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대가 전생에 법사가 되어서 남의 이양(利養)을 탐내어 불법을 잘 말하여 주지 않은 탓으로 죽어서 소가 되어 그 빚을 갚았고, 불법을 배워 익힌 공덕으로 지금은 다행히 사람이 되었으나 불법을 아끼던 버릇 때문에 외울 총기가 없어졌느니라.』
하면서 철여의(鐵如意) 끝을 뱃속에 넣어 염통을 꺼내어 보이는데 마치 소 염통 같았다.
샘물에 씻어서 다시 넣어 주고 일어나라고 외쳤다.
꿈을 깨듯이 일어나니, 아픈 데는 없고 전신에 땀이 흘렀다.
노인을 찾았으나 간곳이 없고 상서로운 구름이 일어나고 부드러운 바람이 옷에 스칠 뿐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둥근 광명이 거울같이 밝은데 그 노인이 연꽃 위에 앉아서 황홀하게 지나갔다.
법운은 그 후부터 전생에 익혔던 경전이 완전히 기억되어 마치 옛것을 다시 찾은 듯 하였다.
몸이 다하도록 불도를 닦으며 발등에 불을 끄듯 하더니 하루 저녁은 아육왕탑(阿育王塔)을 돌다가, 3경쯤 되어서 흰 광명 줄기가 북대로부터 추봉(情즉)까지 이어진 것을 보았다.
금빛이 찬란한 누각이 있어 선주각(善柱閣)이란 현판이 달렸었다.
개원 23년(735) 봄에 대중에게 작별하고 죽었다.
<문수성행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