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님의 절량지사
공자님은 천하 성군의 칭호를 받았으나 진채지간(素蔡之間)에서 일주일 동안 밥을 굶은 일이 있었다.
어느 날 공자님이 제자들을 데리고 길을 가는데 도중에서 두 여자가 뽕을 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동쪽 나물가지에서 따는 여자는 얼굴이 곱고 어여쁘나 서쪽 나뭇가지에서 따는 여자는 얼굴이 얽고 보잘것이 없었다. 그래서 공자님은
「동지박(東枝峻) 서지박(西枝辯)」
하고 놀려 주었다. 그랬더니 서쪽나무 가지에서 뽕을 따던 여인이 한번 흘끔 쳐다보고
「건순노치(乾荀露齒)하니 칠일절량지상(七日絶糧之相) 이라. 이백어면(耳白於面)하니 천하명문지상(天下名文之相)이다.」
하였다.
그래 공자님도 다시 말을 붙여보지 못하고 길을 갔는데 가다가 도적의 누명을 입고 관가에 붙들려 갔다. 제자들이 말했다.
「이 분은 노나라 성인 공자이십니다.」
「무엇으로 증명합니까? 이 도적의 얼굴과 똑같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우리들이 있지 않습니까?」
「도적의 무리에게도 하수인은 있습니다.」
그들도 어찌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소식이 관가에 전해지자,
「만일 노나라 성인이라면 보통 사람들과는 지혜가 다를 것이니 이것을 가지고 가서 시험해봐라.」
하고 구멍이 아홉개 뚫린 구슬을 주었다.
만일 그것에 반복되지 않게 실을 꿰어 낸다면 그는 보통 사람과 다를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자님은 그것을 받고 연4일을 고생했으나 다시 끼어볼 가망이 없었다. 제자를 불러 말했다.
「며칠 전 길가에서 뽕을 따던 여인이 있던 곳을 가보라.」
「여태까지 있겠습니까?」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무슨 흔적이 있으리라.」
가보니 과연 신 한짝이 거꾸로 달아매어져 있었다.
「계혜촌(繫鞋村)을 찾아가 보라.」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습니까.」
「뽕나무에 신을 걸어 놓았으니 계혜이고, 거꾸로 걸어놓았으니 반드시 그 길 아래쪽에 마을이 있을 것이다.」
과연 계혜촌이 뽕나무 길 건너편에 있었다.
그 여인은 늙은 노모를 모시고 누에를 기르며 선(禪)을 닦고 있었다.
사정을 하고 선생님을 구해달라고 하니 몇 번이나 사양하였다.
「여자가 어찌 성인의 지혜를 넘어설 수 있겠습니까?」
사양하였다.
그래도 사정하고 또 사정하니, 밀의사(寮蝶絲)란 글자 석자를 적어주며
「이 글이 아니어도 내일이면 벗어날 것입니다.」
하였다. 제자가 그것을 갖다 주며 사실대로 말하니 탄복하면서 꿀과 실과 불개미 한 마리를 잡아오라 하였다.
가지고 오자 공자님은 개미 뒷다리에 명주실을 묶어 놓고 구슬을 꿀 속에 담갔다가 내 놓았다.
개미는 꿀을 파먹느라 하룻저녁 사이에 실을 다 꿰어 놓았다.
그런데 그 날이 바로 공자가 잡혀 들어간 지 7일이 되던 날, 나라에서는 진짜 도둑을 잡았다.
공자는 그로 인해서 더욱 명성이 높아졌지만 결국 그 여자의 예언(乾苟露齒七日絶糧之相,건구노치칠일절량지상)이 꼭 맞은 것을 보고 모두 감탄했다 공자가 뒤에 그 곳을 찾아가니 집도 없고 사람도 없었는데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는 청량산 문수보살의 화현이라 한다.
<四集私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