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속에 나타난 관세음보살

조개속에 나타난 관세음보살

지금으로부터 서기 669년의 일이다.

중국의 당나라 문종황제(文宗皇帝)는 불도에 귀의하여 신심이 놀라운 분이었다.

만기(萬機)를 총찰하는 여가에 틈만 있으면 큰 사찰에 거동하여 부처님께 예배는 물론 재를 베풀어 대중공양도 하고 큰 스님을 청하여 설법을 듣기도 하였다.

그리고 내전(內殿)에 불당을 따로 정하여 놓고 관음상을 모신 뒤에 조석으로 예배하여 기도를 올리고 불도공부에 특별하게 관심을 가졌다.

종남산(終南山)에 있는 유정선사(惟政禪師)를 청하여 화엄경의 강설도 듣고 법화경의 학설도 들어 불교에 관한 조예가 깊었다.

그리고 유정선사를 왕사나 다름없이 섬기고 스님의 말이라면 전적으로 믿었다 황제는 이와 같이 신심이 장한 까닭으로 국가에 대사가 있을 때면 꼭 관세음보살님께 기도하여 현몽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그 현몽에 의하여 일을 처리하면 아무리 처단하기 어려운 일이라도 저절로 슬슬 풀리게 되어 소원대로 되는 일이 많았던 것이다.

황제가 불교에 귀의한 뒤로부터 어육(魚肉)의 반찬을 밀리하고 소반찬으로서 식사를 하여왔는데, 그 가운데 조개만은 특별히 식성을 끌게 되어 냉큼 끊을 수가 없었다.

다른 고기반찬은, 네발도치의 수육(獸商)이라든지 강물이나 바다에서 나는 생선 같은 것은 먹을 생각이 떨어졌는데 유독 조개만은 끊을 수가 없었다.

가는 조개는 국도 끓여먹고 볶아 먹기도 하고 혹은 날 조개를 쪼개서 양념을 하여 먹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에 수랏상에 조개를 지져 올렸는데 조갑지가 벌어진 것을 하나하나 들어서 살을 떼어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껍데기가 벌려지지 않은 놈이 있었다.

젓가락으로 아무리 뒤적거려도 껍데기는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는 손으로 집어서 힘을 들여 쪼갰더니 짝 소리가 나며 쪼개졌다.

그런데 이게 웬 조화인지 조개살점이 금방 변하여 관음상을 나투며 광명을 발하는 것이다.

보살의 상호가 하나도 틀림없이 상아뼈로 조성한 관음상이었다.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사지육체가 갖추어져 도사리고 앉은 좌상이었다.

마치 누가 조개살을 빼서 돌리고 일부러 관음상을 박아 넣은 것도 같았다.

그러나 누가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할 리도 만무하거니와 아까까지도 조개살이 붙어있지 않았던가?

참으로 수수께끼 같아서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황제 혼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종남산에 있는 우정선사를 불렀다.

선사는 또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급히 궁중으로 들어갔더니 황제는 조개 속에서 나온 관음상을 보이면서

「스님, 이 것을 보십시오. 이 것이 조개 속에서 나왔구려. 조개 속에서 진주가 나온다는 말은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였습니다마는, 불상이 나온다는 말은 고금을 통해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였는데 이렇게 관음보살상이 나왔으니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하였다.

유정선사는 태연하게 말하되

「이것은 32상으로 응화신(應化身)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시는 관음보살의 화신(化身) 이라고 합니 다.」

하였다.

「32상 가운데, 불신, 보살신, 벽지불신, 범왕신, 소왕신, 재관신, 장군신, 비구신, 비구니신, 장자바라문신, 부녀신, 동남동녀신, 8부금강신, 집금강신 등은 있으되 조개불은 보지 못하였는데 이것을 어떻게 32응신의 화신이라고 하십니까?」

「불신은 백억화신을 나투신다고 하지 아니하였습니까?

백억화신 가운데 어찌 조개로 나투는 화신인들 없겠습니까?」

「관음보살은 보살이요, 부처가 아니거늘, 어찌 백억 화신을 나툰다고 말씀하시나요?」

「관음보살은 과거에 이미 성불하신 부처님이건만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대자대비하신 원력으로 보살이 되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이 모두 경전 가운데 있거늘 폐하께서는 어찌 의심하십니까?」

「보문품인 관음경에 보면 관음보살이 각각 그의 형상을 응하여 제도시킬 자는 각각 3그 형상을 나투어서 설법을 하신다고 하였는데 이 조개는 비록 관음상은 나투었으나 설법이 없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폐하께서는 이 조개 속에서 관음상이 나온 것을 아무 사람이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는 보통으로서는 볼 수 없는 비상하고도 특수하며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는 이것을 관음보살의 신통변화라고 믿으십니까? 아니 믿으십니까?」

「짐도 처음 보는 희귀한 일이라 관음보살의 신통변화라고 깊이 믿고 있습니다.」

「그러시다면 폐하께서는 관음보살의 설법을 듣고 계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법문을 들으신 것이 아니면 어찌 믿사오리까? 귀로 듣고 믿으나 눈으로 보고 믿으나 보고 듣는 견문이 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관음보살은 설함이 없이 설하시는 무설이설(無說而說)이온즉, 폐하께서는 들리지 아니하여도 들은 것으로 생각하시어서 불문이문(不聞而聞)이 되셔야 합니다.」

문종황제는 유정의 이 말을 듣고 한 소식을 얻은 듯이 크게 깨달아 기뻐하시고 국내 사찰에 칙령하여 어느 절에든지 관음상을 모시게 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조개 속에서 나온 관음상을 산관음이라 하여 원불로 모시고 호신불을 삼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관음보살이 조개 속에서 나타난 것은 황제가 아직도 다른 음식은 모두 끊었으면서도 유독 조개의 살생행위만은 버리지 못한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요, 또 하나는 황제의 지극한 신심을 가상히 여긴 까닭이라 하겠다.

영험은, 인간의 하나의 신비로 생각해 버리기가 일쑤이지만,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도 감화한다고 하듯이 자기의 뜻하는바 소원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중국불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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