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바리의 동물과 한개의기둥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서쪽에 있는 쿠센미국의 쿠시라원(園)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석존께서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수행자들에게 설법하시었다.
어떤 사람이 집에서 여섯 마리의 동물을 기르고 있었다. 그 여섯 마리의 동물이란 개와 새와 독사 그리고 여우와, 악어와, 원숭이였다.
이들 동물들은 집안의 한 개의 기둥에 단단히 묶여져 있었다. 그렇지만 이 여섯 마리의 동물들은 결코 집안에 묶여서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을 탓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기가 좋아하는 곳으로 제각기 가고싶어 하고 있었다. 개는 마을로 가고 싶었다.
새는 창공으로 날아가고 싶었다. 뱀은 구멍에 찾아들고 싶었다. 여우는 산으로 가고 싶었고, 악어는 바다로 가려고 했고, 원숭이는 숲으로 달아나고 싶었다. 그들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고 몹시 애를 썼지만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으므로 결국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여섯 가지의 관능(官能)도 이와 똑같은 것이다. 자기가 바라는 대상만을 쫓고 있다. 눈은 사랑스러운 색(色)을 구하며 마음에 안드는 색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귀는 마음에 맞는 소리만을 듣고 싶어하고 싫은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코는 마음에 드는 냄새만을 맡고 싶어하며 언짢은 냄새는 코를 막아 버린다.
혀는 맛이 좋은 것만을 맛보려 하고 맛이 없는 것은 외면을 한다. 몸은 보드러운 촉각의 쾌감만을 탐내며 거치른 촉각을 싫어한다. 마음은 항상 마음에 드는 것만을 구하면서 다른 것은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을 늘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여섯 가지 관능 중에서 힘이 있는 것이 자기의 대상물을 향락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의 튼튼한 기둥에 단단히 묶여있는 여섯 마리의 동물은 아무리 기를 쓰고 몸부림 쳐도 결국은 피로하여 지쳐버릴 뿐이지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여섯 마리의 동물이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여섯가지의 관능이다. 한 개의 튼튼한 기둥이란 자기의 몸은 부정(不淨)하다고 보는 신념처(身念處)인 것이다.
인간이 이 신념처에 안주한다면 자기가 탐내는 것이 나타나도 스스로 구하지 않고 마음에 안드는 것이 나타나도 이것을 기피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석존께서는 이와 같이 설법을 하시고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이야기를 끝맺으셨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이 신념불에 안주하도록 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雜阿含經第四十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