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보살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학생인 유동(儒童)은 학문이 뛰어나고 품행이 단정하였으므로 교사와 동료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었는데, 너무나 집이 가난하고 거기다가 어머니가 앓아 누웠으므로 스승에게 청하여 말미를 받아 노동일을 하려고 학사(學舍)를 나왔다.
그리고는 이웃 나라들을 두루 다니며 일을 하고 있는 중 어떤 곳에서 학자들이 오백명이나 모여 중앙에 높은 자리를 만들어 하 사람이 그 위에 올라 앉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문답을 받으며 그 문답에 이긴 사람에게는 미녀 한 사람과 은(銀)오백냥을 준다는 광경을 보았다.
유동이 그 문답의 상태를 본즉 모두가 천학비재(淺學非才)의 무리들로 금새 논란(論難)에 막혀버리고 마는 꼴이었다. 그는 자신을 가지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학생입니다만, 고좌(高座)에 오르게 해 주시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학자들은 이 어린녀석을 한 번 골탕먹여 보자고 생각하여 유동이 고좌에 오를 것을 용납했다. 그런 즉, 아니나 다르랴 학자들의 논란은 모두가 천박(淺薄)하여, 유동의 답변의 칼끝에 부동가리와 같이 잘리어 나갔다.
『나이에 비할 수 없는 고명(高明)한 학자이다. 우리들의 스승으로 받들만한 인(仁)이다. 당신은 이국인이므로 이 나라의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 오백냥의 은(銀)은 꼭 받아주십시오.』
일동은 공손히 머리숙여 상좌에 앉히고 사퇴하는 유동에게 상금 오백은을 주었다.
유동은 다시 불법을 말하고 가르치고 타일러 그 땅을 떠났는데, 내기에 걸린 미녀는 그의 고덕과 지변(智辨)을 사모하여 자기의 남편으로 검실 사람은 다시는 없다고 긴 옷자락을 걷어올려 도보(徒步)로 그 뒤를 따라 그가 간 나라들을 찾아다녔다.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는 긴 여행도 무리어서 걸음에 지쳐서 마침내 길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때 하츠마국왕 세이쇼는 국내를 잘 다스리고 있었는데 길섶에 쓰러진 여자를 발견하고 그 뜻을 듣고 감복하여 궁중에 데리고와 후대하였다.
『나는 타국의 여자입니다. 이제 국왕의 두터운 은혜를 입고 공밥을 먹기에는 황송합니다. 제게 무엇이건 일거리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매일 아름다운 꽃을 꺾어 내 방을 장식할 일을 맡기자.』
착한 그녀는 매일 들로 산으로 꽃을 찾아 왕의 뜻을 받들었다.
한편 유동은 오백은을 얻어 어머니에게 효도하려고 고향인 하츠마국에 돌아왔다. 온 나라 사람들이 서로서로 길을 소제하며 구덩이를 메우며 법석을 떨고 있었으므로 길가 사람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정광여래(定光如來)가 오시므로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반가와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동도 기꺼이 부처님의 마중을 하려고 했다.
그 때에, 길섶에서 미녀가 꽃을 따 병에 꽂는 것을 보았으므로,
『제발 그 꽃을 내게 나눠주십이요.』
라고 말했다. 그녀는 선선히 다섯송이의 꽃을 나눠줬다. 유동은 다시 여러 사람에게 부탁하여 길의 한 부분을 제가 맡아서 소제하였다.
『이거 큰일 났다. 저 골짜기 물살이 너무 세어서 아무리 돌과 흙을 넣어도 떠내려 가버린다. 이래서는 부처님이 지나가실 수 없다.』
땀을 닦으며 모구가 지껄이는 것을 들은 유동은 자진하여 그 난공사를 맡아 선정(禪定)의 힘으로 큰 돌을 메우고, 금시로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서 얼마 후 정광여래는 조용한 걸음걸이로 나오셨다. 유동은 몸에 걸친 노루가죽 옷을 벗어서 습지(濕地)에 깔고 다섯송이의 꽃을 부처님 위에 뿌리며 공양했다.
그 진심으로의 공양에 부처님도 만족하여 맑은 목소리로 유동에게 말씀하셨다.
『이 공양의 공덕은 구십일겁(劫) 후에 너를 부처님으로 하겠다. 그 이름을 능인여래(能仁如來)라고 할 것이다. 그 부처님의 세상은 상하전도(上下轉倒), 선악모순(善惡矛盾)의 때이다. 그러나 능인여래의 덕은 잘 전도(轉倒)하여 사람들을 구할 수가 있다.』
유동은 부처님의 계시를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여 신통력(神通力)을 나타내어 껑충 뛰어 허공에 올라가 땅에서 칠장(七丈) 남짓의 높이에 머물렀다가 잠시 후 땅에 내려와 자기의 머리카락을 땅에 깔아 부처님의 발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했다.
『유동은 계시를 받고 미래에는 부처님이 된다. 그의 머리는 부처님의 머리다. 제자들아, 꼭 이 머리를 밟으면 안된다.』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부처님은, 머리카락을 건너질러 지나가셨다. 제자들도 모두 그대로 따라서 했다. 부처님의 행렬(行列)은 저쪽으로 사라져갔다.
유동은 지금의 석존, 꽃을 따는 미녀는 야쇼바라이다.
<六度集經第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