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삼 후삼삼

전삼삼 후삼삼

당나라 무착(無着)선사는 영가(永嘉)에 살던 동씨(董氏)이다.

천품이 영특하고 마음이 거룩하더니, 열 두살 적에 용천사(龍泉寺)의 의율사(椅律師)에게 의지하여 머리를 깎고 대승경전 수만 게송을 외웠다.

천보(天寶)8년(749)에 학업이 우수하여 득도하고. 21세에 스님의 업을 계승하여 계행이 엄정하였으며,

다시 금릉(金陵) 우두산(牛頭山)에 나아가 충선사(忠禪師)에게 참선하는 방법을 묻고, 부지런히 공부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하였다.

충선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너무 총명한 것이 허물이 되어 진리와는 멀어지나니, 만일 총명한 허물만 없다면 크게 깨달으리라. 3세의 모든 부처님이 중생의 마음 밖에는 한 가지 법도 얻음이 없느니라. 요술 같은 눈병이 없어지면 허공은 본래 청정하니라.』

무착이 이 말을 듣고 법을 보는 눈을 뜨게 되어 각지로 유람하려던 생각이 없어지고 산중에 있기로 결심하였다.

대력(大曆, 766-779) 때에 오대산에 들어가 화엄사에 새벽녘에 흰 광명이 동북방으로부터 뻗쳐 와 무착의 머리에 비치더니, 얼마 후에 사라지고 무착은 몸과 마음이 상쾌하여 법열(法悅)을 얻었다.

날이 샐 무렵에 광명이 뻗치던 곳을 찾아 동북쪽으로 가다가 누관곡(樓觀谷) 어구에 이르러 성인이 계신 곳이라 생각하고 백번절하고 앉아 쉬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소 모는 소리를 듣고 깨어 보니 어떤 노인이 칡 베옷을 입고 소를 끌고 앞으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무착은 절하고 물었다.

『노인은 어디서 오시나이까?』

『산중에서 동냥하다 오노라.』

『댁은 어디오니까?』

『이 골짜기 안에 있노라.』

이번에는 노인이 무착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로 가려는가?』

『금강굴을 찾아가는데 길을 모릅니다.』

『내 처소에 가서 쉬면서 차나 한 잔 마시세.』

무착이 노인을 따라서 북으로 50걸음쯤 가니 거기 정결한 집이 있었다. 노인이「군제야!」하고 부르니 동자가 나와서 소를 끌어 들어가고, 노인은 무착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땅은 평평하고 깨끗하기 유리와 같았고 방안과 도구들은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주객이 마주 않은 후 노인이 물었다.

『그대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남방에서 옵니다.」

『좋은 염주를 가지고 왔는가?』

『변변치 못한 것을 가졌습니다.』

『내게 보여줄 수 없는가?』

무착은 염주를 노인에게 주었다.

노인이 말했다.

『그대의 것을 내놓게.』

『그것이 제 염주올시다.』

『그대의 것이라면 어째서 남방에서 왔다하는가?』

이 때 동자가 파리잔(破璃盃)에 차를 따라 가지고 들어와 한 잔은 무착의 앞에 놓고 한 잔은 노인에게 드렸다.

노인은 찻잔을 들면서 물었다.

『남방에도 이런 것이 있는가?』

『없습니다.』

『이런 것이 없으면 무엇으로 차를 먹는가?』

『‥‥‥』

『남방에는 불법을 어떻게 행하는가?」』

『말법(宋法) 비구라 계율을 지키는 이가 드뭅니다.』

『대중은 얼마나 되는가? 3백명도 되고 5백명도 됩니다.』

이번에는 무착이 노인에게 물었다.

『여기에는 불법이 어떻게 유지됩니까?』

『용과 뱀이 혼잡하고 범부와 성인이 섞여있다.』

『대중은 얼마입니까?』

『앞에도 셋, 뒤에도 셋이네.』

노인은 또 물었다.

『무슨 일을 하는가?』

『반야로 마음을 닦으려 하오나 요령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얻지 못하는 것이 요령인걸‥‥』

노인이 다시 물었다.

『그대는 처음 출가하여서부터 무엇을 구하는가?』

『부처되기를 구하나이다.』

『첫 마음에 얻느니라. 나이는 몇 살인가?』

『서른한 살이 올시다.』

『38세에 복이 오겠군. 여기서는 천천히 다니게. 발을 상하기 쉬우니. 나는 피곤하여 한잠 자했으니, 그대는 그만 가게.』

『날씨도 저물었으니 하룻밤 쉬었으면 하나이다.』

『그대에게는 두 동무가 있으니 그것이 미련이야! 그래서 여기서는 잘 수가 없네.』

『저는 본래 동무도 없고 미련도 없습니다.』

『그대 미련이 없다면 왜 여기서 자려고 하는가. 』

『미련이 있으니까 그것이 동무 아닌가? 그대는 가사를 가졌는가?』

『비구계를 받은 후부터 항상 가사와 바리때를 가지고 있나이다.』

『그래, 중은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면 가사를 떠나지 않는 법이지 잘 가게나.』

무착은 하직하면서 또 물었다.

『의심나는 일이 있사와 여쭈려 하나이다.

오탁 악세(五濁惡世)에 있는 중생이 선근이 없사오니 어떻게 하오면 해탈할 수 있겠나이까?』

노인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사람이 잠깐 동안 좌선하는 것은

칠보 탑을 쌓은 일보다 나으니

칠보 탑은 필경에 티끌 되지만

좌선은 깨달음을 이루게 되리.

게송을 마치고 동자를 시켜서 무착을 바래다주라 한다.

무착은 동자에게 물었다.

『아까 노인 말씀에 「앞에도 셋씩, 뒤에도 셋씩」이라 하셨는데 그게 얼마인가?』

동자가 말하였다.

『금강신(金剛神)의 등 뒤에 있는 것입니다.』

무착은 어리둥절하여 떠나면서 물었다.

『 금강굴이 어디 있는가?』

동자는 몸을 돌려 가리켰다.

『이것이 반야사(般若寺) 입니다.』

무착이 그 말을 듣고 돌아보니 동자도 절도 간 곳 없고, 다만 산 빛이 창창한데 숲만 우거졌을 뿐이었다.

한편 처량하고 한편 사모하여 한참 주저하노라니, 문득 이상한구름이 사방으로 피지면서 둥근 광명이 거울처럼 비치었다.

여러 보살의 그림자가 오락가락하는 듯, 조병(藻甁)과 육환장과 연꽃과 사자들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무착선사(無着禪師)는 이 때에 무량하여한 게송을 읊었다.

온 누리가 그대로 성스러운 가람일세.

눈에 가득히 문수보살 만나 대담하였으나

말 아래에 알아듣지 못하였으니 어찌하랴.

고개 돌려 바라보니 옛 산과 바위뿐일세.

화엄사에 돌아와서 지난 일을 대중에게 자세히 말하고, 그 뒤 금강굴 앞에 서서 죽었다.

<문수성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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